어떤 이별
한상림
엄마의 눈길은 늘 문쪽에 있다
문을 밀고 나간 정지된 기억이 돌아오지 않는 날이면
엄마는 엄마의 엄마를 찾아 나선다
산길에는 찔레꽃도 여전히 하얗게 웃고
산딸기도 떫게 익어가는데
바람 타고 들어온 엄마 목소리가
툭하면 바깥으로 불러낸다
울지마라, 왜 자꾸 우노
내가 울어야는데 네가 왜 우는데
내 엄마 찾아가야는데 왜 네가 자꾸 우노
느그 엄마가 내 엄마가?
오락가락 정신이 들락거리는 엄마는
가족사진 속 당신을 보고도
엄마! 엄마!부르며 글썽인다
그래도 '이별' 노래만큼은 언제나 딱 부러지게 잘도 부르신다
"어쩌다 생각이 나겠지,
냉정한 사람이지만
그렇게 사랑했던 기억을 잊을 수는 없을 거야"
산을 넘고 바다 건너
저 멀리서
엄마의 엄마가 손짓한다
머잖아, 나도 내 엄마를 찾아
마지막 이별을 준비하려는지
자꾸만 깜빡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