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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안녕 결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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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UCY Jan 30. 2020

#1. 신혼 첫 날밤에 생긴 일

 잔잔하게 흐르는 재즈 음악을 틀어놓고, 와인 한 잔을 마시며, 둘이서 밤바다를 바라보며 사랑을 속삭이는 두 사람.      

 그것이 내가 상상하고, 기대했던 신혼 첫 날밤의 모습이었다.


 그러나 모든 기대는 깨지라고 있는 법.      


 우웩!!! 우웩!!!!     

 숙취로 너덜너덜 해진 몸을 이끌고 눈을 뜨자마자 모텔의 화장실 변기로 달려가 속을 게워냈다. 내가 얼굴이 하얗게 질려 화장실에서 나오자마자 그가 쏜살같이 화장실로 달려왔다. 그리고 그도 깨끗이 속을 비워냈다.      

 우웩!!! 우웩!!!! 우웩!!!!     

 잔잔하게 흐르는 재즈 음악은 개뿔.  

 우리의 신혼 첫 날밤은 ‘구토 소리’만이 요란하게 흘렀다.


 사랑을 속삭이기는 개뿔.

 신혼 첫 날밤, 우리는 숙취에 절어 숨을 내쉬기도 힘겨웠다.


 왜 이렇게 되었느냐.      

 감동과 빡침이 공존하는 결혼식을 끝마치고, 그의 친구들이 모여 있다는 뒤풀이 자리로 향했다. 어찌 되었건 세 달이 넘게 밤낮 설쳐가며, 온갖 스트레스를 받아가며 준비했던 결혼식은 끝났다.


 끝!!! 끝이라고!!! 앗싸라비아 깐따삐약!!!


 뒤풀이 자리로 가기 전에 꼭 해야 할 일을 했다. 그동안 까맣게 탄 내 속처럼 까맣게 타서 빗자루가 되어버린 내 개떡 같은 머리를 자르는 일. 부산의 아무 미용실에 들어가서 어깨보다 조금 더 길게 내려오던 머리를 싹. 뚝. 잘라내 버렸다. 신명 나는 가위 소리에 맞춰 바닥에 후드득 떨어지는 내 망할 머리카락들을 보고 있노라니 그동안의 온갖 설움과 스트레스와 우울한 감정들이 한꺼번에 날아가는 것 같았다. 훨훨.


 ‘잘 가. 우리 다시는 만나지 말자.’      


 단발이 되어 그의 친구들이 기다리고 있다는 뒤풀이 자리로 향했다.

 이미 얼큰하게 취한 그의 친구들이 우리를 맞이했다. 평소에는 마시지 않던 술이 마시고 싶었던 터라 자리를 잡고 앉자마자 그의 친구들이 말아주는 소맥을 연거푸 3잔이나 벌컥벌컥 들이켰다. 거나하게 취하고 싶었으나 이상하게 그 날은 술이 술술 잘 들어갔다. 취하지도 않았다. 술이 더 마시고 싶었는데 부산에 사는 그의 친구가 물었다.

 “한 잔 더 할래?”

 친구의 아내가 그 친구의 옆구리를 쿡 찌르며 나에게 물었다.

 “서현 씨, 괜찮아요?”

 “네. 괜찮아요.”

 그녀가 웃으며 말했다.

 “서현 씨, 정말 이해심이 넓구나.”

 “아니에요. 술이 마시고 싶어서 그래요.”

 그녀에게 손사래를 치면서 대답하자 그녀는 ‘내가 네 맘 다 안다.’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그 짧은 대화만으로도 나는 그녀가 좋았다. 그래서 처음 보는 사람들과의 자리를 꺼리는데도 불구하고, 2차 술자리가 반갑게 느껴졌다.


 2차는 고깃집이었다. 그것도 소고기.

 소고기에 역시나 소맥을 말아 마시며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나눴다. 육아, 결혼, 명절 등등.

 우리가 겪는 이 문제들을 다른 사람들도 겪고 있다는 그 사실이 은근하게 위로가 됐다. 사춘기를 겪듯이 한 번쯤 겪고 넘어가야 하는 과정이라면 현명하게 해결해 나가거나 해결할 수 없는 문제라면 꿋꿋하게 잘 버텨봐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런데 잘 버틸 수 있을까?

 현명하게 해결할 수 있을까?

 망할 추석.


 술이 들어간다. 쭉쭉쭉쭉-


 얼마나 마신 걸까. 기억도 나지 않았다. 심지어 모텔로 돌아왔을 때의 기억은 없었다. 그 정신에도 모텔을 찾아온 게 신기할 뿐. 비틀거리며 화장실에서 나와 거울을 봤다.

 ‘깜짝이야!!!!’

 신부 화장도 지우지 않은 채 잠이 들어버린 덕분에 얼굴은 번진 아이라이너와 아이섀도, 4분의 3 정도 떨어져 나가서 달랑이는 속눈썹, 반쯤 벗겨진 화장으로 엉망진창이었다. 그가 내 얼굴을 확인하지 않고, 화장실로 달려간 게 천만다행이었다. 그가 나오기 전에 빠른 속도로 화장을 지웠다. 슥슥-     

 숙취인지, 홍조인지 벌겋게 달아오른 민낯으로 힘겹게 숨을 내쉬며 화장실에서 탈출한 그에게 물었다.

 “우리 여기 어떻게 왔어?”

 그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나도 몰라. 오긴 왔네. 몇 시야?”

 “새벽 3시.”

 “우리 8시 5분 비행기지?”

 “응. 조금 있다가 가야겠네.”

 “한 30분 전에 가면 되지 않나?”

 “그런가. 그럼 7시 반에 출발하면 되겠다. 배고프지 않아?”

 “응. 배고파.”

 “감자탕 먹을래?”

 “콜.”

 택시를 타고, 근처의 24시간 감자탕 집에서 감자탕에 밥까지 볶아 먹은 뒤 모텔에서 다시 짧은 잠을 청했다.      

 신혼 첫 날밤은 이렇게 날아갔지만 신혼여행은 분명 로맨틱할 거라는 부푼 꿈에 젖어서.

 내일 점심은 교토에서 장어덮밥을 먹을 수 있으리라는 설렘에 가득 차서.     

 띠리리리리-

 띠리리리리-     


 AM 7:00.

 알람 소리에 맞춰 눈을 떴다. 그는 아직 코를 드르렁드르렁 골면서 자고 있었다. 그가 코 고는 소리에 맞춰 재빠르게 메이크업을 시작했다.

 인생 샷을 위한 회심의 메이크업. 더욱 진하게, 마치 내가 아닌 것처럼.

 머리는 안 감았지만 화장은 해야 했다. 머리는 모자를 쓰면 되지만 얼굴은 화장 말고는 커버할 수 있는 방법이 없지 않은가.

 화장이 끝나갈 때쯤에 그가 부스럭거리면서 눈을 떴다.

 그가 씻고, 나올 동안 속눈썹을 여러 번 붙였다 뗐다. 이상하게 속눈썹이 잘 붙지 않았다.

 눈두덩이에 가서 붙거나 나의 속눈썹을 짓이겨 버리거나 양쪽 눈이 짝짝이가 되어버렸다. 속눈썹 풀로 덕지덕지 엉망진창인 눈두덩이의 화장을 아이 리무버로 지우고, 다시 슥슥 화장을 하고, 간신히 속눈썹을 눈에 붙이려는 순간 그가 말했다.

 “빨리 해.”

 삐끗. 속눈썹이 또 눈두덩이에 가서 붙었다. 이런 젠장.

 대충 떼어서 대충 붙인 속눈썹을 덜렁덜렁 달고, 그와 공항으로 향했다.      

 아. 이 불길한 예감.


 AM 8:00.

 공항에 도착해서, 주차 때문에 꽤나 헤맨 덕분에 간신히 이륙 5분 전에 공항에 도착했다.

 그와 엄청난 무게의 캐리어를 끌고 항공사 프런트를 향해 달리면서 외쳤다.

 “그래도 세이프!!! 세이프!!! 세이프야!! 하하하하하!!!!”

 헐떡이며 항공사 프런트에 도착한 우리에게 항공사 직원이 말했다.

 “체크인하시려면 최소 한 시간 전에는 오셔야 해요. 비행기를 타실 수 없습니다.”     

안돼, 아니 될 일이야!!! / Painted by LUCY / lucydelucy.co.kr ⓒ 2020 by LUCY de LUCY

 왓. 더. 헬!!!!!!!!!!!!!!!!!!!!!!!!!!!!


 나의 소원은 딱 하나뿐이었다.

 ‘결혼식이 별 탈 없이 무사히 끝나고 무사히 신혼여행 비행기에 안착하는 것.’

 그런데 신혼여행 비행기를 놓치다니.

 이런 젠장!!!!!!!!!!!!!!!!!!!!!!!!!!!!!!!!!!!!!!!     


 망연자실 한 표정으로 항공사 직원에게 물었다.

 “현장에서 구매 가능한 오사카행 티켓은 없어요?”

 “지금 현장에서 구매 가능한 티켓은 없습니다. 다 매진이네요.”     


 아. 왜 우리는 비행기를 시외버스 타듯이 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걸까.

 아. 왜 우리는 8시 5분 비행기를 타기 위해 7시 30분에 출발하자는 말도 안 되는 계산을 했단 말인가.

 아. 왜 불길한 예감은 이렇게 딱딱 잘 맞아떨어진단 말인가!!! 이런 젠장!!!!!!!!!!!!!!!!!!!!!!!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표정으로 프런트 앞에 서서 굳어있는 내가 불쌍해 보였는지 항공사 직원이 친절을 베풀었다.

 “알아보니까 J항공사 비행기가 있네요. 오후 출발이긴 한데 프런트에서 구매하시는 것보다 앱으로 예약하시는 게 더 싸니까 앱으로 예약하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그 순간 그녀의 뒤에서 후광이 비쳤다. 그녀는 또다시 지옥의 나락으로 떨어진 내게 한 줄기 빛이었고, 이 지옥에서 벗어나게 해 줄 수 있는 튼튼한 동아줄이었다.

 그녀에게 연신 고맙다고 인사를 한 뒤 나와 마찬가지로 멍한 표정으로 서있는 그에게 돌진했다.

 신은 아직 날 버리지 않았다.

 “J항공사에 티켓이 있대! 근데 앱으로 예매하는 게 더 싸대! 그러니까 빨리 앱으로 예매하자. 여보도 빨리 해봐. 둘이 동시에 해서 빨리 되는 사람이 구매하면 되잖아.”

 혹시나 그 비행기마저 놓쳐 버릴까 빠르게 어플리케이션을 다운로드하고, 항공사에 회원 가입을 했다. 그러나 뭐든지 처음은 어렵다고, 어플리케이션으로 비행기 티켓을 구매하는 건 녹록하지 않았다. 핸드폰은 느렸고, 뭔가 계속 입력이 잘못됐다고 떴고, 계속 오류가 났다. 슬슬 지쳐가고 있던 와중에 그가 내게 물었다.

 “부모님들 걱정하시지 않을까? 전화 한 번 드리자. 공항 잘 도착했다고.”

 “비행기 놓쳤다는 얘기는 하지 말자.”

 “왜?”

 그가 천진난만 한 얼굴로 물었다. 가뜩이나 답답해서 숨이 막혀오는데 그가 내 목을 죄여 오는 것 같았다. 꼭 이런 것까지 설명을 해줘야 하는 건가 싶었으나 그는 설명을 해줘야 하는 사람이었기에 크게 숨을 한 번 들이쉬었다가 내쉬고 차근차근 그에게 설명을 시작했다.

 “자. 우리가 비행기를 놓쳤다고 하면 우리 엄마랑 아빠는 한숨을 내쉬면서 그런 것도 하나 제대로 못하냐고 핀잔을 줄 게 뻔하고, 여보네 부모님은 그냥 김해로 오라고 하실지도 몰라.  나는 오늘 일본에 꼭 가서 장어 덮밥이던 우동이던 카레든 돈가스든 저녁을 먹어야겠으니까 내가 하자는 대로 하자.”

 그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 그런데 우리 부모님 그런 사람 아니야.”

 저 말은 어디서 들어본 적이 있는 것 같은데. 그가 저 말을 꺼낼 때마다 내 슬픈 예감이 맞았던 건 기분 탓일까. 경험 탓일까.

 어찌 되었건 그와 공항에 앉아 부모님들에게 전화를 걸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태풍으로 이륙이 지연되는 비행기가 많아서 태풍 때문에 비행기가 늦게 뜬다고 둘러대기로 했다. 엄마와 아빠는 “고생했다. 재미있게 잘 놀다 와.”라고 말하고 전화를 끊었다. 선의의 거짓말은 이럴 때 요긴하다. 그 와중에 엄마와 아빠의 핀잔까지 날아들었다면 나의 멘털이 저-기 안드로메다로 날아가 버렸을지도 몰랐다.

 그렇다. 신은 날 아직 버리지 않은 게 확실했다.      


 이번에는 시아버지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버님, 저희 공항에 잘 도착했어요.”

 “태풍 때문에 비행기가 못 뜬다 카던데?”

 “네. 안 그래도 저희 비행기도 좀 늦게 뜬다네요.”

 “뭐 한다꼬 태풍을 뚫고 일본에 간다카노? 지금이라도 안 늦었다. 돌아와라. 일할게 천지다. 산에 가서 고사리도 따고, 맛난 것도 묵고, 놀자.”


 뭐라굽쇼?

 신이 날 버린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

 순간 내 머릿속에 유니버설 스튜디오에서 원피스 뮤지컬을 보고, 비와코의 료칸에서 그와 아름다운 풍경과 맛있는 걸 먹으며 유유자적 신혼여행을 즐기는 내가 아니라 김해의 선산에서 고사리를 뜯으며, 두부 가게를 보는 나의 모습이 스쳐 지나갔다.

 ‘안 돼!!!!!!!!!!!!!!!!!!!!!!!!!!!!!!!!!!!!!!!!!!!!!!!!!!!!!!!!!!!!!!!!!!!!!!!!!!’

 한 손에는 핸드폰을 들고, 남는 손으로 애꿎은 머리를 쥐 뜯으며, 그를 있는 힘껏 노려보면서 내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나긋나긋함을 끌어 모아 시아버지에게 대답했다.

 “아버님. 저희 일본 잘 다녀올게요.”

 “일본 가서 볼게 뭐가 있는데? 김해로 와서 놀자.”

 시아버지의 그 말이 ‘20세기 소년’에서 등장했던 친구의 ‘놀-자’만큼이나 섬뜩하게 귓가에 메아리쳐왔다.

 다시 내 머릿속에 산에서 고사리를 뜯는 나의 모습이… 꺼져!!!!!!

 고개를 저으며 시아버지에게 말했다.

 “아버님. 이만 끊을게요. 밥 잘 챙겨 드세요.”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돌아와라.”

 “죄송해요. 아버님. 저는 일본을 꼭 가야겠습니다.”

 황급히 시아버지와 전화를 끊고, 실실 웃으며 나를 바라보는 그를 노려보며 말했다.

 “뭐? 우리 부모님 그런 사람 아니야?”

 “왜? 아버지가 뭐래?”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대. 뭐하려고 일본을 가냐고, 돌아와서 산에서 고사리나 따고, 맛있는 거 먹고, 놀자고 하시더라. 내가 뭐랬어? 어?”

 “너무 심각하게 반응하지 마. 농담이야, 농담.”

 “농담 같은 소리 하네! 진담이셨다고!!!”

 “농담이라니까. 여보가 아직 우리 아버지를 몰라서 그래.”

 뒷골이 띵-하고 아파왔다. 그리고 동시에 어떻게든 오사카행 비행기 표를 찾아 일본으로 떠나야겠다는 의지도 불타올랐다. 절대로. 김해에서 고사리를 따지는 않으리라.


 비행기 티켓 예매에 다시 열을 올리기를 30분 남짓.

 Active X 만큼이나 답답하고, 갑갑한 그 과정에서 허우적대고 있는데 그가 잔뜩 화가 난 표정으로 말했다.

 “나 못하겠어. 너무 어려워.”

 이런 똥 멍청이가!!!!!!!!!!!!!!!!!!!!!!

 그에게 화가 났지만 화를 낼 시간 따위는 없었다. 나는 일본에 가야 했다. 반드시 가야 했다.


 “나 포기. 담배 한 대 피우고 올게.”

 이런 거대 똥 멍청이가!!!!!!!!!!!!!!!!!!!!!!

 그에게 더 화가 났지만 화를 낼 시간은 더더욱 없었다. 이렇게 신혼여행을 날려버릴 수는 없었다.     

 부들부들 거리는 손으로 느려 터진 핸드폰을 꽉 쥐고, 시도하고, 또 시도한 결과 나는 오사카행 비행기 티켓 예매에 성공했다. 신이시여. 아직 절 버리지 않으셨군요.


 물론, 우리가 예매했던 비행기 티켓 가격에 비해 2배나 비싼 가격이었으나 그런 것 따위 아무 상관없었다. 돈이야 벌면 되는 거니까. 신혼여행은 일생에 한 번 밖에 없는데 그깟 돈이 대수랴. 신혼여행 주간을 시부모님과 고사리를 따면서 보내지 않게 되었다는 것만으로도 그 비행기 티켓은 그 이상의 값어치가 있었다.       

 돌아온 그에게 승리의 브이를 펼쳐 보이며 우리가 곧 일본행 비행기에 몸을 싣게 될 거라는 사실을 알리자 그가 활짝 웃으며 말했다.

 “역시 우리 여보가 최고라니까! 난 여보가 성공할 줄 알았어!!!”

 거대한 문제가 해결되자 아까의 예민함과 분노는 순식간에 증발했다. 신기하게도 그랬다.

 그에게 웃으며 말했다.

 “그래. 너 나 없으면 어떻게 살래?”

 “그러게. 난 여보 없으면 못 살지.”

 분명히 ‘곰’인데 그럴 땐 ‘여우’ 같았다. 지금까지 이런 놈은 없었다. 곰인가 여우인가.

 정체불명의 그와 수속을 마치고, 면세점으로 향했다.


 면세점에서 커플 선글라스를 하나 샀고, 그가 바득바득 우겨서 내 인생에서 사본 것 중 제일 비싼 립스틱을 샀다. 새로 산 립스틱을 바르고, 그와 새로 산 커플 선글라스를 쓰고, 오사카로 가는 비행기에 올라타고 나서야 마음이 편안해졌다.      

 ‘아. 이것이 신혼여행이로구나.’


 왜 다들 결혼식 끝나고, 신혼여행에서 진정한 휴식을 찾았다고 하는지 알게 되는 순간이었다. 태풍으로 하늘이 흐린 잿빛이었을지라도 그 풍경만으로도 나의 모든 피로와 스트레스와 우울함과 예민함과 답답한 감정들이 날아가는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


 이제 행복한 신혼여행을 즐기기만 하면 된다.

 그래. 이제 다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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