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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5년의 세월을 넘어
고흐가 내게로 왔다

- <불멸의 화가, 빈센트 반 고흐> 전을 보고 -

by 신현수

"그림 그리는 일은 나에게 구원과 같다.

그림을 그리지 않았더라면 지금보다 더 불행했을 테니까."


"언젠가는 내 그림이 물감 값보다 더 많은 가치가 있다는 걸

알게 될 날이 올 것이다."


-빈센트 반 고흐-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불멸의 화가, 반 고흐를 만나고 왔다. 네덜란드 크뢸러뮐러 미술관이 소장한 고흐의 원화 76점을 볼 수 있었다.


원래는 글벗들과 구랍(舊臘) 초 쯤 함께 가려고 슈퍼 얼리버드 할인으로 지난 가을 일찌감치 예매해 놓은 전시회였다. 그런데 어이없는 계엄령 선포로 세밑이 어수선해지고 서로의 일정이 어긋나면서 각자 따로 관람하기로 해 이제서야 혼자 다녀온 것이다. 슈퍼 얼리버드 예매자는 1월 26일까지만 관람할 수 있기에 부랴부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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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세부터 그림을 그리기 시작, 스스로 삶을 마감한 37세까지 9백 여점의 작품과 1,100여점의 습작을 남긴 고흐.


그러나 생전에는 단 한 점의 작품만 팔렸을 뿐, 사후에야 세상의 인정을 받을 수 있었고, 모델 구할 돈이 없어 자화상을 많이 그릴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살아있는 동안 얼마나 큰 고뇌 속에서 그림을 그렸을지, 감히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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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전시에서 <별이 빛나는 밤> <해바라기> <밤의 카페 테라스> <아를의 방> 등 가장 유명한 걸작들을 볼 수 없어 아쉽다는 평도 있지만 나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고흐 사후 135년의 세월을 훌쩍 뛰어넘어 그가 그린 그림을 원화 그대로 내 눈으로 볼 수 있다는 사실, 그래서 그 어마어마한 예술혼을 조금이나마 느끼고 배울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너무나 경이롭고 감동적이었기에.


특히 책이나 컴퓨터 화면에서 볼 때와는 달리 강렬한 색감과 거친 붓 터치가 원화마다 생생하게 살아있는 것은 엄청난 예술적· 문화적 충격이었다. 화가 입문 초기의 드로잉 작품들을 볼 수 있는 것도 너무 좋았다.


다만 전시장 내 사진 촬영이 금지돼 작품 사진은 찍을 수 없다. 전시장 옆 고흐 아트샵에서는 도록을 비롯한 다양한 굿즈를 판매한다. 나는 우산이 가장 마음에 들었지만 사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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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회는 3월16일까지.

고흐의 원화를 육안으로 보는 무한 감동을 체험하고 싶다면 꼭 한 번 가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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