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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오르 Oct 17. 2015

고양이


물을 싫어하는 

고양이가 세수를 한다    

까만 밤 이 거리 저 골목을 헤매다

얼굴에  눌어붙은 어둠을 털어내고, 

구석진 공터에서 구역 싸움으로 

얻어터져 생긴 상처와

살기 위해 쥐 잡아먹은

피비린내를 감추고자      

고단한 하룻밤의 일과에서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독한 침을 게워내어 정성껏 세수를 한다

   

세상의 어둠에서 돌아올 때

나도 가끔은

쓰디쓴 기억을 게워내어

고양이 세수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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