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허군 Dec 27. 2021

아이 스스로 장난감 정리를 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

넛지 육아

 최근 서점에 책을 구경하러 들려서 구경하던 중, 인테리어 관련 서적들을 보다가 '정리', '수납'에 관련된 책들이 제법 많다는 걸 알게 되었다. '정리의 기술', '수납 정돈법', '수납 인테리어' 등 제법 많은 책들이 있었고 사람들도 많이 찾는 듯했다. 정리와 관련된 책들을 훑어보면서 '집을 정리하고 예쁘게 수납하는 방법도 전문가에게 배우면 잘할 수 있는 거구나'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 순간 아차 싶은 게 생각났다.


 여느 때와 다르지 않은 평범한 날의 저녁시간. 이제 곧 자야 할 시간이다. 나와 정양은 홍시에게 잠들기 전에 장난감 정리를 하자고 이야기를 한다. 그러면 홍시는 거실에 꺼내놓은 장난감들을 들고 놀이방에 가서 그냥 던져놓고 나온다. 홍시가 정리를 다 했다고 말하고 나서 놀이방에 들어가면 방 입구부터 발 디딜 틈이 없다. 홍시는 정리라고 하지만 사실 거실에 있는 장난감들을 그냥 놀이방 바닥에 고스란히 그 위치 그대로 놀이방에 가져다 놓기만 한다.

 요새 티브이 프로그램 중에서 정리 전문가들이 나와서 집 정리를 도와주는 예능이 있다. 집안의 많은 물건들을 목적과 사용빈도에 따라 전문가들이 집안 적재적소에 잘 정리해 주는 프로그램인데 실제로 보면 배울 것이 제법 많은 예능이다. 의뢰인들은 전문가로부터 수납과 정리에 대한 방법을 배우고 그대로 실천함으로써 집이 깨끗해지고 살기 좋은 공간이 된다는 걸 깨닫는다.


 ​이렇게 다 큰 어른들도 정리에 대한 걸 돈 주고 배운다. 책을 사서 읽기도 하고, 실제로 정리만 도와주는 업체들도 있어서 큰돈을 주고 집안 정리 방법을 배우기도 한다.​


 나와 정양은 과거에 홍시에게 장난감 정리 방법을 제대로 가르쳐 준 적이 있었나 스스로 질문했다. 한참을 생각했지만 홍시에게 장난감 정리를 하라고 이야기만 했지 딱히 정리를 하는 법을 알려준 적은 없었던 것 같다. 그냥 홍시가 당연히 잘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래서 지금 생각하면 미안하지만 홍시가 장난감 정리를 잘 못하면 답답해했다. 어른들도 잘 못해서 돈 주고 배우는 '정리'를 어떻게 하는지 가르쳐 주지도 않아놓고 잘하기를 기대했다니.



 그래서 며칠 전에 홍시와 함께 풀, 가위, 색연필, 종이를 챙겨서 놀이방에 앉았다. 홍시에게 제대로 된 장난감 정리 방법을 알려주고 싶었다. 다행히 홍시의 놀이방에는 장난감을 수납할 수 있는 공간이 많이 있다. 오히려 잘 분리된 공간이 너무 많아서 어디에 어떻게 정리를 해야 할지가 고민이었다. ​


 일단 티브이 예능 프로그램 같이 홍시의 장난감을 전부 서랍에서 꺼내서 바닥에 꺼내 놓았다. 상당히 많은 종류의 장난감이 있었는데 이렇게 한 번에 모아 놓고 보니 어떻게 정리를 해야 할지 대충 감이 잡혔다.



장난감 들은 크게 고고 다이노, 로보카폴리, 은하 안전단, 슈퍼윙스 4개의 종류로 되어있었다. 만화별로 수납공간을 만들어주고 정리를 하면 좋을 것 같았다.

 문제는 아직 글씨를 모르는 홍시에게 어떻게 각각의 수납공간에 매번 같은 방식으로 장난감을 정리하는지 알려줘야 좋을까 였다. 어른이었으면 글씨로 각각의 캐릭터 명을 써서 붙여주면 쉽게 끝나겠지만, 아직 글씨를 모르는 홍시에게는 다른 방법이 필요했다.​


 그 순간 최근에 할아버지께 선물 받은 은하 안전단의 장난감 박스가 눈에 보였다. 홍시가 글씨는 모르지만 분명 만화별로 로고나 폰트, 캐릭터 그림은 알아볼 거라 생각했다. 그래서 버리기 전 장난감 종이박스에서 로고를 가위로 잘라서 수납장 입구에 붙여줬다. 포장박스가 없는 장난감들은 대략 인터넷에서 캐릭터들을 보고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그림을 그려서 붙여줬다.​


 그렇게 홍시랑 같이 앉아서 캐릭터를 오려 붙이고 그림을 그려서 수납장마다 앞에다가 붙여주니 홍시가 오히려 장난감들마다 방이 생겼다고 좋아했다. 정리를 어떻게 해야 한다고 아직 설명도 안 했는데, 홍시는 신나서 스스로 각 방마다 캐릭터 별로 장난감을 넣기 시작했다.



 이제는 매일 밤 잠들기 전, 장난감 정리를 해야 할 시간이라고 이야기를 하면 알아서 장난감들을 각각의 방에 정리를 시작한다. 정리가 다 끝나고 나면 스스로도 뿌듯한지 나와 정양의 손을 잡고 놀이방으로 데리고 들어가서 자기가 정리한걸 보라며 자랑한다.



 그리고 홍시의 손에 놀이방에 끌려가면 직접 하나씩 설명도 해준다. 이쪽 방은 로보카 폴리와 슈퍼윙스가 같이 쓰는 방이고, 옆 방은 은하 안전단이 쓰는 방이라고 한다. 자기가 직접 다 정리했다며 뿌듯 뿌듯한지 어깨에 힘을 쫙 펴고 이야기하는데 그 모습이 너무 예쁘고 귀엽다.



 아이들은 아직 모르는 게 많다. 어른 기준으로 생각해서 당연히 알거라 생각했던 것들이지만, 아이들에게는 너무 어렵고 생소한 것들이 대부분이다. 사실 조금만 아이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캐치해 낼 수 있는 것들이지만, 바쁜 일상 속에서 그게 쉬운 일은 아니기에 항상 노력해야 하는 것 같다. 왜 아이가 그렇게 행동하는지, 내가 뭔가 놓치고 있는 건 없는지 말이다.




작가의 이전글 아이와 함께 주말 아침마다 도서관을 가는 이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