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시의 유치원 적응기
새벽 2시 홍시가 자다가 일어나 앉아서 이야기한다.
"엄마, 아빠 유치원 무서워요"
"엄마, 아빠 유치원 현관문 앞에서 기다려줘요"
"엄마, 아빠 유치원에서 점심 안 먹을래요"
유치원 입학 시즌이 시작된 지금 홍시는 새로운 환경에서의 적응 훈련이 한참이다. 처음 본 사람과 장소에 대해서 낯가림이 유독 심한 홍시에게 새로운 유치원에 가야 한다는 건 정말 큰일이다. 시간이 흘러 새로움에 적응을 마치고 나면 누구보다 신나게 즐길 줄 아는 아이지만, 적응을 하기까지는 제법 시간이 걸린다.
잦은 이사 덕분에 어린이집을 두 번 옮긴 적이 있었는데, 그때에도 마찬가지였다. 새로움에 적응하는데 시간이 조금 걸리는 홍시는 항상 어려워했다. 하지만 어린이집을 옮길 때에는 나나 정양이 함께 어린이집에 같이 들어갈 수 있어서 함께 새로운 환경과 친구들에게 조금이나마 쉽게 적응할 수 있었는데, 유치원은 조금 상황이 달랐다.
코로나19 방역지침으로 유치원에 입학식부터 홍시는 혼자 스스로 유치원에 걸어 들어가야 했다. 주변의 다른 친구들은 유치원 현관에서 엄마, 아빠와 인사하며 유치원으로 들어갔지만 홍시에게는 쉽지 않았다. 처음 보는 선생님의 손을 잡고 한 번도 탐험(?)해 보지 못한 미지의 공간으로 간다는 건 홍시에게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결국 홍시는 유치원이 떠나가라 울음을 터뜨렸다.
유치원 등원 2일 차. 등원을 위해서 나랑 정양은 하루에도 몇 번씩 유치원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유치원에 가면 재밌는 장난감도 많고"
"유치원에 가면 친구들도 많이 있어"
"홍시를 기다리고 있는 예쁜 선생님도 계시고"
"맛있는 점심밥과 간식도 먹을 수 있어"
"아빠 엄마는 유치원 현관문에서 기다리고 있을 거야"
크게 소용이 없다는 걸 알지만 그래도 계속 이야기한다. 홍시가 한 살, 두 살 먹어가면서 이겨내야 할 상황인걸 알기에 홍시가 잘 해낼 수 있도록 응원해 주고 있다.
홍시에게 왜 친구들처럼 행동하지 못하냐고 말하지는 않는다. 아파트 엘리베이터에 아이들과 함께 타면 정말 다양한 모습을 볼 수 있다. 먼저 보자마자 인사를 하는 아이, 먼저 자기의 일거수일투족을 이야기하는 아이, 노래를 부르면서 흥얼거리는 아이... 엘리베이터에서 누군가를 만나면 내 뒤로 숨으려 하는 홍시는 그런 다양한 모습을 가진 아이 중 한 명이라 생각한다.
세상 모든 아이들이 낯가림이 없을 수는 없지 않은가. 누군가는 외향적이면, 누군가는 내향적이다. 어떤 사람은 처음부터 친해지기 쉽지만, 어떤 사람은 시간이 지나감에 따라 관계가 깊어진다. 홍시는 그저 다양한 성격 중에 한 사람인 것뿐이라 생각한다.
물론 유치원을 갈 때 눈물을 흘리고 있는 홍시를 보면 마음이 아프다. 내가 이 아이를 위해 뭘 해줄 수 있을까 생각해 본다. 뾰족한 답이 있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내가 부모로서 뭘 해야 하는지는 대충 느낌이 온다. 그저 지금의 홍시 모습이 틀린 게 아니라는 걸 부모로서 잘 알고 있고, 홍시가 힘들어하면 안아줄 수 있도록 항시 옆에서 있어주면 된다는 거.
유치원 등원 2일 차. 홍시는 조금씩 적응하고 있다. 2일 차에는 울지 않고 유치원에 들어갔다. 유치원에 다녀와서는 선생님, 친구들과 같이 놀았던 이야기, 점심밥을 남기지 않고 다 먹었다는 이야기 등 많은 이야기를 해준다. 내일은 오늘보다 조금 더 유치원과 친해지겠지. 항상 그랬듯이 홍시는 이번에도 잘 해낼 거라 믿는다.
홍시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