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가교회 분투기 13] 담임목사 취임 및 위임예배
생각해 보면 나의 부덕의 소치에도 불구하고, 내가 가지고 있는 인간적인 매력을 넘어서
많은 이들에게 단지 목회자라는 이유만으로 과분한 사랑을 받아왔다.
작은 상가교회에 개척의 마음으로 왔을 때,
더러는 더 안정되고 좋은 교회로 가지 않겠느냐는 선배 목회자들의 조언도 있었고,
또 어떤 이는 자신의 옛 개척교회 시절을 떠올리며 고생이겠다며 눈물을 훔치는 성도님도 계셨다.
소수기는 하지만 역시 목사님다운 선택이라고 격려해 주는 청년들도 있었고 말이다.
메가처치라고 하는 대형교회에서 9년을 있으면서 역설적으로 깨달은 것은
목회자는 본인의 맨파워(영적 리더십이라는 포장)로 성도에게 지시하고,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 곁에서 함께 먹고, 함께 이야기하고, 함께 세월을 견디며,
말씀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닻을 올려 함께 꿈의 항해를 나아가고,
희로애락으로 점철된 그들의 마음을 주님께 진실되게 아뢰는 것이 아닐까,
영적 가족이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게
그들 옆에서 외롭지 않게 끝까지 자리를 지키는 것이 목회가 아닐까 하는 것이었다.
첫 설교를 왔을 때 14명.
그리고 몇 달 뒤,
성도님들은 기꺼이 나를 위임목사로 세워주며 함께 하기를 바라셨다.
작은 공동체지만 사랑하고, 섬기는 마음만은 너무나 큰 소중한 주님의 몸 된 교회다.
무엇보다 말씀을 사모하며, 오랜 시간 담임목사의 공석에도 기도로써 지켜온 교회다.
나 역시 주님 앞에서의 마음은 여전히 처음과 같고, 앞으로도 같기를 구해야 할 것이다.
이곳에 개척하는 마음으로 왔다는 것을,
담임목사의 지위로 군림할 것이 아니라 성도들과 같은 눈높이에서
함께 하나님나라의 공동체를 기도하며 세워가기 위해 분투해야 한다는 것을.
바꾸는교회 취임 및 위임예배를 감사히 드렸다.
불편할까 작은 공간에 다 초대할 수 없어 지방에 사는 지인들과
동료 목회자들에게는 따로 연락을 하지 않았음에도
많은 분들이 오셔서 축하해 주셨다.
바꾸는교회와 나를 위해 기도해 주시는 만큼,
이제 하나님께서 인도하실 때,
순종하며 따라가는 일만이 남았다.
하나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는 계명에 마음과 뜻과 힘을 다하며
그 믿음의 모험을 평생 담대히 도전하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