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시작된 통증 -1편 by 수습기자
브런치에 수습기자라는 닉네임으로 허리 통증에 관한 글을 하나 썼더랬다. 그 날로 허리 통증을 겪었던 사람으로서의 의무를 다 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먹고살기에 바빠 허덕이는 사이에도 주기적으로 "띠링 띠링"하는 스마트폰 알람과 함께 조회 수가 100을 넘어갔다. 내 경험이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니 뭔가 뿌듯한 기분도 들었다.
그리고 싸이월드 이후 sns에 관심이 없던 내가 통증에 대해서 글을 다시 써야겠다고 생각한 시점은 조회수가 3,000회를 넘길 즈음이었다. 그리고 지금은 5,000명 이상의 사람들이 통증에 관한 첫 글에 다녀갔다.
사람들이 이토록 많이 아프구나.
아래 사진은 우리 집 고양이가 하품을 하는 사진이다. 통증 관련 글을 써 보겠다고 노트북을 열고서 폴더를 뒤지다가 이 사진을 골랐다. 난 이 사진이 언뜻 '아파서 소리를 지르는 모습'으로 보인다. 글을 써야겠노라고 마음을 먹고 시간은 더디게 흘러갔지만 그 정도로 나는 아프고 힘겨웠다.
이 이야기는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써 내려가려고 한다. 이유를 묻는다면, 아픈 사람은 통증에 대한 해결책을 찾을 때 매우, 대단히, 상당히 진지해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고통스럽게 검색한 내용들을 읽어내려갈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말이다, 취향의 차이가 있겠지만 우리는 통증이란 개념에 대해서 다소 다르게 바라 볼 필요가 있다. 통증은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말이다. 그래서 나는 이 글을, 아픈 사람도 한숨 돌리고 볼 수 있도록, 깃털베개처럼 가볍고 편하게 써보려 한다.
- 내가 다닌 병원, 거쳤던 의원도 모두 표기하지 않고 '000'으로 병기하기로 했다. 법적 논란이 생길 수 있음을 고려했다. - 되도록이면 의학적 지식은 줄이려고 마음먹었다. 나는 의료인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주관적 경험은 기억이 나는 대로 쓰려고 한다. 약간의 공감을 위해서이고 또한 누군가에게는 힌트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통증이 오면 표정으로 몸으로 말 할 수 있다.
통증부위: 허리 / 통증점수 : 7.5/10
먼저 써 놓았던 글을 읽어 보았다. 지난 4월, 그러니까 2016년 4월 이전에 갑작스레 급성 요통을 겪었다. 그 고통은 지금도 생생하기만 하다. 아침에 일어나고서 화장실을 가려고 허리를 숙이는데 굽혀지지가 않았다. "악!" 소리와 함께 나는 주저앉고 말았다. 고양이들도 잠에 빠져 있었고 가족은 저 놈은 왜 또 저러나 하는 식으로 흘려 들었다. 하긴 나름 취미로 하는 복싱이 10년이 넘었고, 한번 운동을 하면 몰입하는 경향이 있어서 심하게도 하니까 "또 무리했네"라고 생각을 했던 모양이다.
굽혀지지 않는 허리를 부여잡고 안간힘을 써가며 숙여 보았다. 정말이지 누가 잠자는 내 몸 속에 쇠말뚝이나 쇠기둥을 박은 듯한 착각이 들 정도였다. 이미 이전 글을 읽은 이들은 알겠지만 지인의 도움으로 국가대표 트레이너에게 도수치료를 받으러 갔다. 5차례를 연달아 매일매일 받았다. 어떻게 몸이 이렇게 하룻밤 사이에 굳어 버릴 수 있었을까. 지금 생각해도 미스터리다.
통증부위: 허리, 다리 / 통증점수 : 9.5/10
2016년의 비극은 빨리 회복 되고 싶은 마음에 도수 치료를 너무 강하게 받았고 결국 통증은 더 악화되었다. 추측컨대 이 때에 디스크가 발병한 것 같다. 왜냐하면 이전에는 발 끝까지 저린 증상이 없었기 때문이다. 친구가 의사라서 무작정 전화를 걸었다. 통증 관련 전공도 아니고 정형외과 전문의도 아니지만 의대를 들어가면 모든 과목을 다 이수하고 전공을 택한다는 기억이 스쳤기 때문이다. "00야~ 정말 죽을 것 같은데 어떻게 하면 되니? 진통 주사를 맞지 않으면 서 있기도 힘들어!" 이 말만 반복했다. 난 분명히 조금 전 자격증을 지닌 전문가에게 나름 치료를 받지 않았던가. 그러면 뭘 하나. 참말로 죽을 것 같은데... 친구는 의사답게 "당장 큰 병원으로 가서 응급실로 가! 조금 비싸더라도 진통제 주사를 맞도록 해!" 국가 공인 의사 면허의 힘인지 살려는 본능 때문인지 나는 그저 시키는 대로 어금니를 꽉 물고 걸어갔다. 십 분이면 닿을 곳인데 요추 4번과 5번이 나가버린 급성 요통 환자에게는 사막과도 같은 거리였다. 평상시에 그렇게 좁아 보였던 거리는 광활한 대지로, 1분 정도라고 느껴지던 신호등은 마치 한 시간처럼 느껴졌다. 이제 운동하고 뛰어다니던 내 인생은 마침표를 찍는구나 하는 직감이 나를 덮쳤다. 무서웠다...사람은 물에 빠지면 눈에 보이는 대상이 무엇이든 잡으려고 한다고 한다. 내가 그랬다. 절박했고 급박했다. 응급실의 간호사는 피로에 물들어 말투는 냉랭했고 다른 환자를 보기 바빴다. 화가 나고 있었고 분노가 치밀었다. "아니 이것 보세요? 저 환자입니다. 통증이 있고... 다리도 마비된 것 같아요..." 말은 이렇게 했지만 실제로는 내 눈의 동공은 풀리기 일보직전이었고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저기로 가세요!"
이런 절박함을 느끼는 순간이 우리 인생에서 과연 몇 번이나 찾아올까?
아주 오래전, 병원 관계자들을 인터뷰했던 적이 있었다. 당시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 갑자기 기억이 났다. "선생님! 제발 안 아프게 해주세요!"라는 환자의 호소와 "저기요! 이거 빨리 나아요? 완치가 되긴 하나요?"라는 절규에 찬 질문이었음을. 그들과 똑같은 상황이 된 나의 대사도, 기억 저 편에 있던 그들의 대사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통증이 심해서요. 센 걸로 놔주세요!" 눈에는 절박함이 목소리는 두려움으로 가득 찬 채 다큰 어른이 어지간히 보채니 인턴 선생도 어이가 없었나 보더라. 응급 상황이 끊임 없이 펼쳐지는 응급실이라는 곳에서 나는 환자도 아닌 것처럼 보였다. 그럴 만도 한 것이 축구장에서 경기 도중에 넘어져 팔이 비틀어져 실려오는 중학생 정도 되어 보이는 아이를 보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떼를 썼다. "센 걸로 놔주세요!" 간호사는 세게 찔렀다. 하지만 난 고마웠고 간호사는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 같았다. 나이팅게일의 후손 쯤 되려나. 얼마 후 사랑할 수는 없지만 감격할 수는 있을 것 같은 흥분이 밀려왔다. 오른쪽 엉덩이를 타고 흐르던 통증이 서서히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비로소 나는 이렇게 말할 수 있었다. "죽이네!" 감쪽 같이 통증이라는 적은 내 몸 어딘가로 사라져 버린 것일까. 아니면 그 기운이 사하여 내일이면 조금 전처럼 걸을 수 있는 것일까. 사람이란 동물은 영악한 것, 이 짧은 순간에도 희망을 잡으려는 모습은 살겠다고 발버둥 치는 나약한 모습으로 느껴졌다. 시간이 흘렀으니까 이렇게라도 써 볼 수 있는 거다. 그때를 회상하자니 약간의 희열에 젖어 처음 써보는 형식으로 이렇게 내 통증 이야기를 써 내려가고 있다.
통증부위: 허리, 엉덩이/ 통증점수: 6/10
문제는 응급실에 다녀왔다고 통증이 쉽사리 낫지는 않았다. 통증이 사라지지 않자 나는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의사 친구가 있으니 의과대학 전공자가 보는 '인체 해부도'를 빌려서 찾아보기도 했다. 대체 내 엉덩이의 어디가 무엇이 이상해서 이런 통증이 생기는지 이해가 가질 않았기 때문이다. 통증은 수면의 질을 떨어뜨렸다. 욱신 거리는 통증 탓에 나는 잠을 거의 잘 수가 없었다. 그러니까 브런치에 글을 보란 듯이 쓰고 난 후에 다시 4월의 통증은 다시 찾아왔다.
+ 시간의 순서대로 써 보려고 마음먹었지만 굉장히 지루할 것 같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며칠을 고민하다가 내린 결론은 '즉흥적'으로 써 보기로 합니다. 일주일에 시간이 허락하는 대로 적어도 2편 정도는 적어 보려고 하고 가급적이면 '매주 금요일'까지는 올릴 예정. 얼마나 많은 분들이 읽어 주실지는 모르지만요.
<통증 상식>
통증이 발병하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먼저 허리를 과하게 움직이지 않는 것이다. 누웠다가 일어날 때도 옆으로 굴러서 상체를 일으키는 것이 안전하고 일어서기 전에 반드시 한쪽 발을 앞으로 밀고 그 무릎을 두 손으로 감싸 쥐고 밀어주면서 일어나면 허리에 무리가 가지 않는다. 갑작스러운 요통, 통증에는 뜨거운 찜질보다는 차가운 얼음이 효과적이다. 10분~ 15분 간격으로 통증 부위에 갖다 대면 염증이 줄어들고 통증은 경감된다. 어디까지나 응급치료라는 점을 상기시키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