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딩처럼

유치원 오픈 클래스 참관

by 하일우


색종이 오려서 로봇을 만든다. 로봇에 탑재된 동그라미, 세모, 네모의 개수를 세어서 빈 칸에 적는다. 각자의 작품을 친구들 앞에서 뽐낸다.



잠시 숨 고르고, 오레오와 시리얼을 으깬다. 포도와 바나나를 썬다. 바닐라 아이스크림 위에 모조리 올린다. 스푼으로 골고루 섞어서 꿀꺽.



오픈 클래스 참관하며 색종이 표지 뒷면의 설명서 훑어 네 잎 클로버 접는 법을 습득한다. 그 와중에 김 원장은 메르베 모친의 부푼 배를 살핀다. 아이 아빠 회사에서 비행기 삯은 대줘도 병원비는 내주지 않아 터키 건너가서 출산해야 한다나.



수업 마친 조안이 내 귀에 속삭인다. "아빠가 괴물 해줘!" 민원 접수하여 곧장 실행. 양손 치켜들고, 크아아~ 아이들은 뿔뿔이 흩어지며 우와아~ 지구 평화 위해 똘똘 뭉친 6세 유딩들의 반격 협공에 괴물은 결국 으아아!



다채로운 이력의 로버트 풀검 목사는 <내가 정말 알아야 할 모든 것은 유치원에서 배웠다>고 회고했다. '무엇이든 나누어 가져라. 물건은 항상 제자리에 놓아라. 균형 잡힌 생활을 하라. 배우고 생각하고 날마다 그림 그리고, 노래 부르고, 춤도 추어라. 오후에는 낮잠을 자라. 경이로운 일에 눈 떠라. 컵에 든 작은 씨앗을 기억하라.'



돌이켜 보니, 내 인생의 지향점이 유치원 일상에 집약돼있다. 유딩처럼 살고 싶다. 키덜트 위한 킨더가든. 누군가 세운다면, 당장 등원할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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