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인 심폐소생술 경연대회 심사
평창의 여운이 채 가시지 않은 2월의 끝자락, 청주동부소방서에 난생처음 들어선다. 개회식 갓 마친 3층 대회의실에 얼굴 들이밀고, 심사위원석에 엉덩이 붙인다. 내 곁에서 머리 맞댄 이는 충북보건과학대 응급구조학과의 장 교수. 채점표 채우는 틈틈이 근황을 나눈다. 전공의 시절에 내가 이름 지어줬던 첫째 아이는 올해 벌써 초등학생이 됐고, 작년의 득녀로 문순이는 어느새 세 아이의 아빠가 됐다.
세 명이 한 팀이 되어 제한시간 8분 안에 CPR 솜씨를 뽐낸다. 이른바, 일반인 심폐소생술 경연대회. 올해로 세 돌을 맞은 행사에선 일곱 팀이 경합을 벌였다. 고등학생과 대학생, 의경과 군인 등이 그간 연습한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각자의 일상이 녹아든 상황극이 몰입도를 높인다.
충북지방경찰청 기동1중대는 육거리에서 교통정리하다가 쓰러진 행인을 목격하였고, 충청대 항공보안과 여대생들은 공항 검색대를 통과하자마자 픽 쓰러진 승객을 소생시켰다.
청원고 여학생들은 '멋있는 선배'의 농구를 응원하다 까무러친 친구를 살렸고, 일신여고 학생들은 준비운동 없이 화양동 계곡물에서 물장구치다 심장 멎은 친구를 건져냈다.
일신여고의 또 다른 팀은 강력한 펀치에 뻗어버린 UFC 선수를 다시 일으켜 세웠다.
가슴 압박과 인공호흡 및 자동심장충격기 사용의 정확도는 팀마다 대동소이. 우열을 가리기 어려웠다. 내가 주목한 것은 공연의 독창성과 몰입도, 주제 전달력과 청중 호응도 등이다.
그런 측면에서 가장 탁월했던 팀은 공군 17전투비행단. 휴가 나와서 자이로드롭 탔다가 심하게 심쿵한 군인 되살리는 과정을 재치 있고도 절도 있게 그려냈다. 이들이 3월 중순에 열리는 도 대회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두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알통 구보 중에 가슴 부여잡고 뻗은 군인을 소생시킨 육군 2161부대 팀은 마무리 인사를 하며 외쳤다. "사람이 사람을 살린다." 이 구호에 심폐소생술의 요체가 오롯이 깃들어있다고 느낀다.
인명人命은 재천在天이라지만, 살릴 生자 깃든 절박한 손길이 명부冥府의 명부名簿에 선한 영향력을 끼치리라 믿는다. 바야흐로 이제는 성사재인成事在人의 시대이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