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눈과 活來亭

<윤광준의 新생활명품>과 메를로-퐁티

by 하일우


서재의 책장에서 묵혀둔 책 한 권 발굴합니다. <윤광준의 新생활명품>을 뒤적이다 흥미로운 대목 발견했네요. 에스프레소 머신을 최초로 발명한 이태리 사나이 이름이 배째라(Bezzera)랍니다.


바지 사러 들어간 구마모토의 백화점에서 발굴한 문장.

이어서 오래 머문 문장 한 토막. “발상의 전환이 필요함을 누구나 공감한다. 다른 생각만으론 모자란다. 실제와 실물로 만들어내야 비로소 업적이 된다. 눈여겨보지 않았던 과거의 것은 기발한 접근으로 쓸모를 만들어간다. 오래되어서 낡은 것이 아니다. 새롭게 보지 못하는 눈이 낡은 것이다.


<그림 여행을 권함>에서 발굴한 퐁티의 문장. 불가 팔정도(八正道)의 첫 머리도 그래서 정견(正見)!

프랑스의 철학자 모리스 메를로-퐁티도 같은 맥락에서 한 마디 보탭니다. ‘우리가 보는 것은 우리가 주의 깊게 보는 것뿐이다. 본다는 것은, 거리를 두고 소유하는 것.’ 주의 깊게 보는 것만이 우리가 ‘본다’고 말할 수 있다네요.



주의 깊게, 새롭게 보는 습관이 심신에 깃들도록 부단히 정진합니다. 같은 맥락에서 많이 어슬렁거리고, 듬뿍 두리번거리며 일상을 탐문합니다. 진흙 속 진주를 추적하는 마음으로.


코엑스 현대백화점 <도원>에서 포착한 주자의 ‘관서유감’.
半畝方塘一鑒開 반무방당일감개
天光雲影共徘徊 천광운영공배회
問渠那得淸如許 문거나득청여허
爲有源頭活水來 위유원두활수래
_朱熹의 觀書有感

네모난 작은 연못 거울처럼 열려서
하늘과 구름이 함께 수면 위에서 일렁이네.
어찌 이리 맑으냐고 연못의 물에게 물었더니
마르지 않는 샘에서 새 물이 흘러와 그렇다네.


줄기차게 새 물이 솟는 샘 덕분에 연못이 늘 맑듯, 사람도 줄기차게 배워야 늘 새로울 수 있다는 뜻으로 읽히네요. 주자의 이 시구(詩句)에서 이름을 딴 곳이 강릉 선교장의 활래정(活來亭)이라죠.



길일을 골라 강릉에 다녀오렵니다. 어슬렁 거닐며, 거리를 두고 선교장(船橋莊) 소유할까 합니다. 관동 제일의 사대부가(士大夫家) 풍모를 눈에 담고, 낡은 눈은 뽑아서 활래정 연못에 던져버릴랍니다. 휘리릭 풍덩.


sticker sticker


이제 만물의 생명이 다 새로워지고
만복(萬福)이 다시 시작되느니라.
道典 2:4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