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올라 독주회

하우스콘서트, 비올리스트 임혜진

by 하일우

신음과 비명, 한숨과 고함에 길들여진 고막을 비올라로 씻는다. 임혜진 비올리스트께서 들려준 선율은 Carl Maria von Weber의 Andante e Rondo Ungarese와 Ernest Bloch의 Suite Hebraique for Viola and Piano.

베버의 곡은 인트로부터 인상적. 중후한 비올라 음색에 어울리는 단조 가락이 애잔하게 이어진다. 그러다 장조로 살포시 환승. 좌측 깜빡이 켜두곤 휙 우회전하는 느낌이랄까. bipolar disorder 같은 플롯이다.

블로흐의 곡에선 끓어오르는 슬픔, 고조된 긴장감 등이 전해진다. 핍박받은 민족 정서 등 유태계 작곡가 특유의 정체성이 드러난다. 잘 가다가 비틀고, 끊어질 듯 나아간다. 恨의 정서가 두루 깔려있다. '우리의 소리를 찾아서' 비올라 버전.

비올라 사운드. 바이올린보다 낮고 첼로보단 높다지. 사랑보다 먼, 우정보다는 가까운. 뭐 그런 애매한 뉘앙스다. 다소 묵직하고 때로 음울한 게 인간 실존과 흡사하다. 사람의 목소리와 비슷한 음역대라더니, 튀는 거 없이 편안하게 고막에 스민다.

비올라 선율에 연주자의 숨결이 실린다. 현의 몸짓이 그림자로 출렁인다. 귀는 소리를 탐색하고, 눈은 그림자를 탐문한다. 비올라 독주회에 그림자 연극까지 1+1 행사가 따로 없다. 플라톤이 말한 바, 동굴의 죄수 같은 일상에 과분한 호사다.

입장료 10,000원. 그야말로 만 원의 행복이다. 행복의 꿀팁 일러주신 감 작가님께 감사. 비밀결사 같은 소수정예 공연에서 익히 아는 얼굴들과 반갑게 마주쳤다. 생리학 가르쳐주신 구 교수님. 그리고 함께 트레이닝 받았던 손승명 선생.

공연 마치고 다과 나눌 때 손 선생에게 다가가 인사 건넸다. 펠로우 마치고 모교로 돌아와 해부병리학 임상교수로 일 시작했다고. 다들 그렇게 고유의 음역대를 찾아 자신의 주특기를 연주하고 있다.

여자라면 힐러리처럼, ER이라면 비올라처럼. 높지도 낮지도 않게.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게. 그렇게 독주하리라.



P.S.
몹쓸 연상이 몰입을 방해했다. DDP의 '알렉산드로 멘디니展'을 봐둔 탓이다. 디자인 거장이 고안한 '바이올린과 바이올리니스트를 위한 갑옷'이 중간광고인 양 왜 자꾸 튀어나오나. 발랄한 마인드의 아티스트가 계시다면 그거 뒤집어쓰고 '아베 마리아' 한 번 켜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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