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업의 민낯과 속살 #3
전략이나 전술적 관점에서 알리바바를 분석하는 내용들이 많지만
'마윈'이라는 인물의 깜냥을 빼놓고 이야기 하긴 어렵다고 봅니다.
어떻게 보면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긴 한데
비즈니스에서 위대한 성공을 거둔 사람 중에
피터 디아만디스는 BOLD라는 책을 통해 말합니다.
억만장자가 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억만 명,
즉 인류의 문제와 지구촌의 대과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인류의 삶의 질을 더 개선하고
인류가 당면한 과제를 연구하는 것이
바로 돈과도 직결된다.
패배하고 싶으면 IQ를 높이고
성공하고 싶으면 EQ를 기르며
존경받고 싶다면 LQ를 키워라
지성IQ보다 감성을 높이는 EQ에서 한발 더 나아가,
세계 여러 곳의 빈곤한 상황,
고통스러운 일,
풀어야 할 인류적 과제에 대한
위대한 성공과 존경을 불러온다는 거죠.
실제 마윈이 만들어 온 사업적 성과를 보면,
보다 풍요롭고 행복하게 만들기 위한
남다른 의지와 노력들이 보입니다.
알리바바는 물론 중국 경제에 있어서
2006년 즈음은 매우 역사적인 의미가 있는데요,
이때부터 한국과 중국의 성장 격차가 무서울 정도로 벌어지는데,
경제적 관점에서 이 무렵의 중국을 상징하는 가장 의미있는 이벤트가 바로
마윈이 지휘하는 '양쯔강의 악어 알리바바'가
글로벌 전자상거래 최강자인 '바다의 상어 이베이'를 물리치면서,
중국은 인터넷을 기반으로 하는 3차 산업혁명의 주도세력으로 부상하게 되지요.
반면 우리나라는,
알리바바보다 먼저 '인터파크'가 생겼고
뒤를 이어 '옥션'과 'G마켓'이라는 걸출한 플레이어가 있었음에도,
인터파크의 존재감은 이제 보이지도 않고
옥션과 G마켓은 모두 서양 자본 이베이에 인수되어 버렸죠...
이 2개의 상반된 스토리를 어찌 단 하나의 단어로 설명할 수 있겠습니까만은,
자기 혼자만의 이기적 성공보다는
보다 많은 사람들로부터의 존경을 추구했던
CEO 마윈의 경영철학과 의지가 큰 작용을 했으리라 생각합니다.
중국 시장에 '돈'을 벌려고 들어왔던 이베이는
알리바바의 시작은 조막만한 인터넷 쇼핑몰이었습니다.
중소 제조회사와 구매업체를 온라인으로 연결해 주는
B2B 오픈마켓 웹사이트였지요.
중간 도매상을 없애 유통비용을 줄여주는 간단한 비즈모델입니다.
컨셉은 좋았지만 문제가 좀 있었습니다.
눈 앞에서 거래가 완성되는 오프라인 상점과 달리
주문하면 한참 후에 물건을 배송받는 온라인 쇼핑몰은
사는 사람은 파는 사람이 제대로 된 물건을 보내줄까 의심이 들고
파는 사람은 사는 사람이 제대로 돈을 치를까 못미더워 하는거죠.
당시의 중국은 신용카드 인프라가 전혀 구축되지 않아
시스템적인 소액 외상 거래는 불가능 했고,
꽌시라 불리는 끼리끼리 문화는
마우스 클릭만으로 이루어지는 비대면 온라인 시스템에
호의적이지 않았습니다.
상거래가 일어나려면 돈거래에 문제가 없어야 하는데
정작 돈거래를 보호해줄 만한 시스템이나 인프라가
그때 당시 중국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겁니다.
마윈은
사람들 손에 신용카드가 모두 쥐어지기를 기다리는 대신,
은행이나 카드사가 빨리빨리 영업해 주기를 기다리는 대신,
에스크로 Escrow는 구매자의 물품 대금을 제3자가 대신 받은 후
물건이 정상적으로 도착하면 판매자에게 입금해 주는
신용 보강 서비스입니다.
지금은 너무 일반화되어 별 거 아닌가 싶지만,
마윈은 '알리페이 Alipay'라 명명한
이 독자적인 에스크로 시스템을 전파하면서
구매자건 판매자건 사기로 인한 피해가 발생할 경우
쉬워 보이죠?
이익을 취하고자 하는 인간들의 본성이
만만한 것이 아닙니다.
사기라고 하는 범주에는 상상할 수 있는 오만가지 종류가 포함됩니다.
불량품 보내고 배 째는 사람,
쓰고 난 뒤 반품하는 사람,
배송 중에 사라지는 물건...
알리바바는 단순히 온라인 장터만을 제공한 것이 아니라
사는 사람과 파는 사람 모두가
스스로 모든 리스크를 안으며 결제 시스템을 지탱한 것입니다.
한국의 온오프라인 마켓은 신용카드 시스템에 100% 의존합니다.
신용카드는
구매자 개개인의 신용을 카드사가 '심사'해서 발급한 후
문제가 생기면 카드사가 '대신' 메꾸고
문제가 생긴 사람을 '국가'의 힘을 빌어 신용불량의 낙인으로 응징하지요.
알리바바는 정부나 금융기관의 도움 하나 없이,
오로지 스스로의 힘으로,
수억 명의 중국 사람들에게,
알리바바가 구축한 신뢰의 결제 시스템을 통해
중국의 온라인 상거래는 폭발적으로 성장하기 시작하고
내수뿐만 아니라 수출에도 날개를 달게 되었으며
중국 사람들의 지갑도 '보편적으로' 두툼해집니다.
마침내 알리바바는 사람들의 사랑과 존경을 얻게 되고
당연히 알리바바의 지갑에도 돈이 쌓이기 시작했죠.
그것도 어마 어마 어마하게...
이른바,
이렇게 증명되는 겁니다.
마윈은 알리바바 산하의 인터넷 은행 '마이뱅크'를 설립하면서
다음과 같은 말을 합니다.
앞으로 5년 동안 단 1위안도 벌 생각이 없다!
공짜도 전략이라지만
막상 그 전략의 실행은 어지간한 깡다구와 깜냥이 없으면
제대로 되질 않습니다.
경쟁자들이 이러저러한 명목으로 온갖 수수료를 만들어
'빠른 이익'에 급급하고 있을 때,
'온라인 안심 결제 시스템'이라는 엄청난 부가가치를 창조했음에도 불구하고
마윈은 이마저도 무료로 사람들에게 내어 놓은 거죠.
금융의 힘으로 사람들의 혜택을 넓힌다는 마윈의 경영 철학입니다.
4천조 원이나 되는 중국의 전자상거래 시장을 알리바바가 장악할 수 있었던 비결은
보다 많은 사람들과 풍요로운 혜택을 나누고자 하는
오직 그것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알리바바의 온라인 쇼핑몰은 알리페이를 통해 결제가 이루어지고
그 결제는 에스크로 시스템으로 백업됩니다.
그런데 에스크로 시스템에는 필연적으로
구매자가 '먼저' 돈을 보내면
알리페이가 '보관'해 뒀다가
물건이 '배송'되고 나면
판매자에게 '입금'해 주는 방식이므로
아무리 짧아도 배송기간 3~5일 정도는
알리페이의 지갑에서 판매 대금이 놀게 됩니다.
이 작은 푼돈들이 머지않아 자신들의 목을 조르게 될 것임을...
4천조 원 시장에서 알리바바가 50%를 차지했다 가정해서
매일 5천억 원의 거래가 일어나 3~5일 정도 묵혀있게 되면
알리바바의 통장에는 평균적으로 1.5조 원에서 2조 원 되는 돈이
매일매일 완전 공짜로 쌓여 있게 됩니다.
보통의 깜냥을 가진 사업자에게 이런 꽁돈이 생기면
애먼한 데에 쓰거나 굴려 먹을 궁리를 하기 십상입니다.
중국 은행의 예금 금리가 5% 정도 한다고 보면
가만히 앉아서 1년에 1천억 원의 순수익을 올릴 수 있지요.
우리나라의 MMF와 같은 단기 펀드 상품인 '위어바오'를 만들어
고객들의 놀고 있는 돈에 '이자'를 주기 시작한 겁니다.
그것도 아주 많은 이자를요...
그랬더니 사람들은 딱히 물건 살 일이 없어도
알리바바에 '돈'을 맡기기 시작합니다.
이 위어바오 통장에 쌓여 있는 돈이 얼마인가 봤더니...
작년 상반기에 무려 240조 원.
우리나라 어지간한 은행보다 규모가 더 커버린 거죠.
알리바바와 같은 온라인 오픈마켓에서 물건을 파는 셀러 seller들은
돈과 관련하여 2가지 아쉬움을 느끼게 됩니다.
셀러 A
아 한 달 후엔 추석이네, 그럼 스팸세트 많이 팔릴 것이고, 미리 대량으로 사두면 쌀 텐데...
돈이 없네?
셀러 B
야 신상품 대박났다, 빨리 재고 확보해야 되는데, 결제 대금 들어오려면 며칠 더 있어야...
돈이 없네?
마윈은 자신이 만든 플랫폼에서 물건을 팔아 생업을 잇는
오픈마켓 셀러들의 아쉬움과 페인포인트에 대해
또다시 인류애적 관심을 갖게 됩니다.
거래하는 은행과 제휴하여 셀러 전용 대출 상품을 만들어 보려고 한 거죠.
상점이 없으니 부동산 담보도 없고
매출도 들쭉 날쭉해서 불안하기만 하고
잘 안되면 금방 접고 딴 거 차릴지 모르고...
오히려 대출해서는 절대 안 되는 위험 고객군으로 인식하겠죠.
아예 마이뱅크 MYBANK라는 은행을 하나 만들더니
즈마신용芝麻信用 이라는 신용평가 전문회사를 차리고
신런푸信任付 라는 오픈마켓 셀러 전용 대출상품을 출시합니다.
그리고 중국을 대표하는 '전자'상거래 회사답게
대출 프로세스 전체를 '온라인'상에서 5분 만에 할 수 있도록 만들어 줍니다.
은행들로부터는 신용불량자 취급을 받았으나
엄연히 우리의 일상 소비생활을 책임지는 파트너였던
이번엔 대출 분야에서 대박을 내고 맙니다.
신런푸는 출시한 지 1개월 만에 5만 명의 고객을 확보하고
현재까지 약 7백만 명의 소규모 영세 사업자들에게
75조 원의 대출을 지원했다고 합니다.
진정한 '서민금융' 상품을 스스로 공급한 것이지요.
저렇게 위험한 고객들에게 대출하면
버는 돈 보다 떼어 먹히는 돈이 많을 거라 생각한 거죠.
대한민국 대형은행들이 보통
이런저런 담보 다 끼워 넣은 대출 금리의 평균이 4%가 안되고
이런저런 담보 다 끼워 넣은 대출의 손실률은 1% 가까이 나옵니다.
반면 알리바바의 신런푸는
담보 하나도 안 잡은 대출금리가 7~8% 되는데
담보 하나도 안 잡은 대출의 손실률이 1% 미만으로 유지되고 있습니다.
고위험 신용대출로 은행보다 비싸게 이자를 받고 있는데
손실률은 담보 꽉 채운 은행보다 높지 않다...
은행원의 IQ로는 도저히 풀 수 없는 방정식이죠.
알리바바 신런푸의 비밀은 다음에 이야기드리기로 하고,
무담보 영세 온라인 사업자 대출이라는
가장 난이도가 높은 영역에서의 신용 창출에 성공하며
마윈은 드디어 유통과 금융을 아우르는
융복합 포트폴리오를 완성하게 됩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어느 누구도 토를 달기 어려운 상식입니다.
거꾸로 누군가 신용을 창출하기만 하면
'이자'라는 부가가치를 획득할 수 있게 되지요.
신용의 창출은 자본주의 금융 경제의 궁극적 부가가치입니다.
그런데 마윈은 수백 년이나 된 전통 은행들의 신용 창출 역량을
단번에 뛰어 넘어 버린 겁니다.
알리바바가 대출 분야까지 사업을 확장한 이후
중국 금융업의 주도권은 완전히 ICT 기업으로 넘어왔습니다.
초창기 알리바바가 그렇게도 구애를 하고 제휴를 원했던
중국 넘버 1,2,3,4 이자
세계 넘버 1,2,3,4 인
공상은행, 건설은행, 농업은행, 중국은행 은
이제 거꾸로 알리바바, 바이두, 텐센트, 징둥에 매달려
짝짓기를 애걸하는 지경이 되어 버렸지요.
이 4가지의 키워드를 결합하면
대부분 풀리게 됩니다.
그리고 그 방정식을 풀 수 있다면,
중국 4대 은행처럼
한국 4대 은행들의 철옹성도
조금씩 무너지기 시작하겠죠.
미래를 위해서,
보다 큰 그림을 위해서는,
작은 손해와 기회비용을 얼마든지 감수하는
비즈니스 거인 마윈의 깜냥을
미래의 은행업에 기대해 봅니다.
@포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