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우와 보수
"아닌 밤중의 홍두깨" 같은 갑작스러운 계엄령 선포는 많은 사람들에게 충격과 혼란을 주었다.
계엄령 선포는 일반적으로 국가의 비상사태(예: 전쟁, 반란, 폭동 등)에서 군대가 국가 통치와 치안 유지를 목적으로 내려진다.
당일 나는 계엄령 선포가 내려진 줄도 몰랐고, 다음날 새벽에야 알게 되어 현실감이 없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정말 큰일을 당했다는 생각에 뉴스를 계속 시청하면서, 시민이라면 모두가 공포에 떠는 순간을 맞이했을 것 같다.
비상계엄령은 선포된 지 몇 시간 만에 해제되었다.
그 혼란의 시간이 지나고 국회의사당 회의장 안은 고요 속에 잠겼다.
그곳에 홀로 남아 있던 국민의 힘, 김상원 의원의 모습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그는 책상에 엎드려 깊은 생각에 잠긴 듯 보였다.
그와 같은 소속의 당원 중 누군가는 그의 행동을 비판하며 돌팔매질하듯 날 선 말로 그를 비난했을 것이다.
계엄령이라는 중대한 상황 속에서 보여준 그의 태도를 비겁하다고 여겼을 것이고, 또 다른 누군가는 그를 의롭다고 칭송했을 것이다.
그러나 혼란과 긴장 속에서도 자신만의 방식으로 책임을 다하려는 모습은 사뭇 감동적이었다.
찬사와 비난이 엇갈리는 가운데, 김 의원의 모습은 단순히 한 정치인의 행동 그 이상으로 느껴졌다.
그것은 이 혼란스러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일지도 모른다.
정의와 책임!
두려움과 용기!
이러한 것들이 뒤섞인 그 순간이 계속 잔상으로 남아 마음을 울렸다.
며칠 후, 국민의힘 김상욱 의원은 당내 상황과 자신의 정치적 입장에 대한 인터뷰 내용을 보았다.
그는 자신이 극우가 아닌 보수주의자임을 강조하며, 당의 극우적 성향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였다.
김상욱 의원의 입장에서 극우와 보수를 명확히 구분하였다.
그는 현 정부의 리더를 '극우주의자'로 지칭하며, 정통 보수와는 거리가 멀다고 비판하며 리더의 비상계엄 선포를 군부 독재를 연상시키는 극우적 행위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당 내부에 극우적 성향을 지적하며 우려하며, 보수의 가치를 수호해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보수주의의 핵심 가치를 헌정질서와 자유민주주의의 수호로 정의하며, 이러한 가치가 훼손되면 안 된다고 하였다.
요즘 보기 드문 건강한 대한민국의 젊은 정치인 같다.
그는 '보수는 헌정질서와 자유민주주의 수호를 목숨보다 귀한 가치로 여긴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비상계엄에 대한 반대하는 입장을 분명히 하였다.
당내에서 보수의 가치를 재정립하고, 극우적 성향을 경계해야 한다는 메시지였다.
그의 의견이 '맞고', '틀리고'는 없다고 생각한다.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정치적인 견해는 누구에게나 자유니까.
김상원 의원이 말하는 '극우와 보수'는 정치적 스펙트럼에서 모두 우파에 속하지만, 이들의 주요 차이는 이념의 강도와 목표, 행동 방식에 있다.
나는 김상원의원 덕분에 교육학 박사과정을 공부하던 시절을 떠올리게 되었다.
존경했던 은사님 중에 독일에서 공부했던 김은선 교수님이 계셨다.
김은선교수님 덕분에 나는 '한나 아렌트'(Hannah Arendt)라는 작가를 알게 되었다.
'한나 아렌트'의 '『전체주의의 기원』'(The Origins of Totalitarianism)을 공부하면서 당시에는 어렵게만 느꼈던 지금 내 방 책꽂이에서 잉크냄새는 다 날아가고, 누렇게 변해 흰머리처럼 뽀얀 먼지가 쌓인 '전체주의의 기원 ' 책을 다시 뽑아 들었다.
공부하는 내내 어려웠었던 한나 아렌트를 다시 나의 삶에 소환시켰다.
한나 아렌트는 그녀의 대표 저서 『전체주의의 기원』에서 전체주의의 본질과 기원을 심층적으로 분석했다.
그녀는 나치 독일과 스탈린 소련을 사례로 들어, 전체주의가 단순히 독재 정치의 한 형태가 아니라, 완전히 새로운 정치 체제라고 주장했다.
전체주의의 핵심 특징은 단일한 이데올로기를 절대화하며, 이를 통해 사회의 모든 영역을 통제하려 하며, 이데올로기는 역사의 방향과 인간 존재를 결정짓는 '유일한 진리'로 간주하였다.
전체주의는 고립되고 소외된 대중을 동원하여 정치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만들었고, 이러한 대중은 기존의 사회적 연결망이 붕괴되었기에 쉽게 조작할 수 있었다.
폭력과 공포는 전체주의 체제의 핵심 도구였다.
법률적 제한 없이 개인의 자유를 억압하고, 체제를 비판하는 모든 세력은 제거되었다.
전체주의는 대중 선전을 통해 현실을 왜곡하였고, 허위 정보를 지속적으로 퍼뜨리며, 사실과 허구의 경계를 무너뜨렸고 시민들이 체제에 의문을 갖지 못하게 만들었다.
정치, 경제, 사회 모든 영역에서 단일한 권위가 통제권을 행사하고, 권위로 개인의 자율성과 다양성을 파괴하였다.
한나 아렌트는 전체주의가 두 가지 주요 역사적 흐름에서 기원했다고 보았다.
바로 제국주의였다.
19세기 유럽 제국주의의 확장과 식민지 통치 방식은 전체주의의 기반을 마련했다.
비유럽인들에 대한 폭력적 통제는 유럽 내부로 수입되어 전체주의의 모델로 작용했던 것이다.
다음으로는 반유대주의였다.
19세기말부터 유럽에서 확산된 반유대주의는 나치 독일의 전체주의 체제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특정 집단을 희생양으로 삼아 대중을 통합하고, 이데올로기를 강화하는 도구로 사용하였다.
전체주의와 현대 사회를 비교해 보면,
하나 아렌트가 말한 전체주의는 단지 역사적 사건에 국한하지 않았고, 현대 사회에서도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한다.
다음과 같은 요인들은 전체주의적 경향을 강화할 수 있다고 보았다.
현대 사회에서 개인이 공동체로부터 고립될수록 전체주의적 이데올로기에 쉽게 영향을 받을 수 있으므로 진실과 허구의 경계가 모호해진다.
그러므로 허위 정보가 확산되는 환경은 전체주의의 토양이 된다고 했다.
정치와 사회의 모든 영역에서 과도한 중앙집권화는 전체주의의 부활을 가능하게 한다는 것이다.
한나 아렌트는 전체주의를 단순히 정치적 억압의 한 형태로만 보지는 않았다.
그것은 인간의 자유와 존엄성을 전면적으로 파괴하는 새로운 형태의 정치 체제로서 이를 막으려면 대중의 정치적 참여와 공동체 회복, 진실에 대한 집단적 인식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요즘 겪고 있는 한국의 정치 및 사회적 상황을 나는 한나 아렌트의 사상과 비교하면서 거기에 교훈을 찾아보려고 한다.
한나 아렌트가 말했던 전체주의와 민주주의의 위험에 대한 경고가 요즘의 대한민국 상황에서도 여전히 유효한 것 같다는 생각이다.
이러한 요소들은 현재 대한민국에서 나타나는 몇 가지 현상과 비슷한 것 같다.
한나 아렌트는 전체주의 체제가 대중을 고립시키고, 무력화하고, 이들로 하여금 정치적 참여를 하지 않도록 만든다고 경고했었다.
요즘의 대한민국의 사회적 분열과 정치적 양극화의 심화는 많은 사람들이 정치적 무관심에 빠지거나, 특정 정치 세력에 의해 조작되는 경향을 보인다.
예를 들어, 특정 집단이 대중의 감정을 자극해 정치적 논쟁을 확산시킨다.
똑같은 현안을 보고도 어떤 단체는 여의도에 집결하여 시위를 하고 있고, 또 다른 단체는 광화문에서 시위를 한다.
이를 통해 상대방을 비난하거나 배제하려는 경향이 강해진다.
어디 가서 함부로 이야기할 수도 없다.
이와 같은 상황은 한나 아렌트가 경고한 대로라면, 대중이 정치적 소외감을 느끼고, 그 결과 전체주의적 성향이 강해질 수 있는 위험을 내포한다는 것이다.
한나 아렌트는 전체주의가 사실과 허위의 경계를 흐리게 하고, 이를 통해 대중을 조작한다고 보았다.
현재 대한민국 사회에서는 수많은 가짜 뉴스와 허위 정보가 확산되며, 사실을 구분하기 어려운 상황이 일어나고 있다.
수많은 정보가 시민들의 눈과 귀를 흐리게 선동한다.
나 또한 밤잠을 설치면서 이러한 가짜 뉴스들에 현혹되면서 재미있게 눈이 충혈되도록 시청한다.
한나 아렌트는 경고하였다.
'진리'가 중요시되지 않고, 정치적 목적에 맞게 정보가 왜곡될 때, 민주주의가 위협받을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하였다.
대한민국에서 이런 현상이 심화되면, 대중이 진실을 파악하는 데 어려움을 겪게 되고, 결국 비판적 사고가 약화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을 것이다.
한나 아렌트는 권위주의적 정치 체제가 민주주의의 근본적인 가치인 자유와 평등을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최근 일부 정치인들은 권위주의적인 태도를 보이며, 비판을 받아들이기보다는 비난과 억압을 강조하고 있다.
정부의 비판적인 의견에 대한 탄압이나, 언론의 자유를 제한하려는 움직임 등이 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이런 부분이 한나 아렌트가 경고한 전체주의적 요소의 일부다.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서는 권위주의적 성향을 경계하고, 권력의 남용을 막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한나 아렌트는 정치적 자유와 시민의 참여가 민주주의의 핵심이라고 강조하였다.
요즘의 대한민국 사회는 시민들의 정치적 참여가 증가하고 있지만, 일부 시민들은 여전히 정치적 참여를 피하고 있다.
이로 인해 민주주의의 근본적인 가치가 약화될 위험이 있다고 한다.
한나 아렌트는 자유를 위한 정치적 활동과 공적 영역에서의 활발한 참여를 중요시했다.
오늘날 한국의 정치적 갈등상황을 보면서 시민의 정치적 참여를 통해, 체제에 대한 책임감을 가지는 것이 민주주의를 유지하는 데 필수적이라는 점을 일깨워줄 것이다.
대한민국의 최대 난제인 정치적 갈등과 어수선한 경제상황은 한나 아렌트의 전체주의에 대한 경고와 많은 유사성을 보인다.
한나 아렌트는 대중의 소외, 정치적 무관심, 그리고 권위주의적 경향이 전체주의로 나아가는 길을 열 수 있다고 경고했으며, 이는 오늘날 대한민국에서도 교훈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빠지지 않는 위대한 대한민국!
한국 사회가 민주주의의 가치를 잘 지키고, 유지하기 위해서는 의식 있는 시민의 참여가 필요하다.
광화문과 여의도 참여뿐 만 아니라 무분별하게 사실을 왜곡하는 경향을 경계하자는 것이다.
권위주의적 경향에 저항하는 노력도 하자는 것이다.
긴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참고 문헌
Hannah Arendt, The Origins of Totalitarianism, 19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