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귀와 마음 사이에서 - 들은 것을 걸러내는 법

마음의 힘, 관계의 흐름

by 류겸

2-3. 들은 것을 걸러내는 법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들은 것을 제대로 걸러낼 수 있을까요?

그 답은 의외로 단순합니다. 내 마음의 기준을 세우는 것. 무엇을 받아들이고, 무엇을 흘려보낼지를 결정하는 기준이 있을 때, 비로소 귀는 열려 있으면서도 마음은 평온할 수 있습니다.


먼저 첫째, 그 말이 나에게 유익한가, 아니면 단순히 흔드는 소리인가를 살펴야 합니다. 귀에 들리는 말 중에는 나를 성장시키는 말도 있지만, 그저 감정을 흔드는 소리만 남는 말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넌 왜 그렇게밖에 못 하니?”라는 말이 있습니다. 그 말이 진심으로 나를 돕기 위한 조언이라면 귀담아들을 가치가 있지만, 그저 상처를 주기 위한 비난이라면 흘려보내야 합니다.

『대학(大學)』에는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마음이 거기에 있지 않으면, 보아도 보이지 않고, 들어도 들리지 않는다.”(心不在焉, 視而不見, 聽而不聞.)

눈과 귀는 언제나 열려 있지만, 마음이 중심을 세우고 있지 않으면 모든 것은 그저 스쳐 지나가는 소음일 뿐입니다. 결국 무엇을 들을지, 무엇을 거를지를 결정하는 것은 귀가 아니라 마음의 주관입니다.


둘째, 감정적으로 즉시 반응하지 말고, 한 박자 쉬어 받아들이는 것. 이 ‘한 박자’의 시간은 작지만, 마음의 방향을 바꾸는 결정적인 순간입니다.

스토아 철학자 세네카는 『분노에 대하여(De Ira)』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분노에 대한 가장 큰 치료제는 지연(遲延)이다.”

세네카는 로마의 권력자들이 분노로 사람을 죽이는 장면을 수없이 목격했습니다. 그는 그들에게 경고했습니다.

“분노는 첫 반응에서 폭발한다. 그러나 한 박자만 멈춘다면, 그 불은 스스로 꺼질 것이다.”

세네카 자신도 젊은 시절에는 성정이 급했습니다. 그러나 정치의 소용돌이 속에서 그는 배웠습니다. 말에 즉시 반응하는 사람은 타인의 말에 지배당하지만, 한 박자 멈추는 사람은 자기 감정의 주인이 된다는 것을.

그의 ‘지연의 철학’은 단순한 인내가 아니라, 마음을 지키는 기술이었습니다. 한 박자 멈추는 동안, 귀로 들어온 말은 마음의 걸름망을 통과합니다. 그 과정이 감정의 독성을 중화시키고, 판단의 중심을 회복시킵니다.


셋째, 끝내 내 삶의 기준에 맞지 않는다면 과감히 흘려보내야 합니다. 모든 말을 귀에 담아 두는 것은 몸에 나쁜 음식을 끝없이 쌓아두는 것과 같습니다. 결국 독이 되어 마음을 병들게 합니다. 반대로 필요한 것만 취하면 영양이 되고, 나를 살찌웁니다.

장자(莊子)는 『외물(外物)』 편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입은 입의 문(門)이고, 귀는 귀의 문이다. 문이 많으면 잡객이 많다.”

세상의 소리라는 손님들이 마음 안으로 끊임없이 들어오면, 내면은 금세 시끄러워집니다. 그래서 장자는 “소리를 막으라”가 아니라 “손님을 가려 들이라”고 했습니다. 즉, 모든 소리를 거절하라는 것이 아니라, 마음의 집주인이 되어라는 뜻이었습니다.

장자는 또 “대인(大人)은 귀로 듣지 않고 마음으로 듣는다”고 했습니다. 귀는 물리적 기관이지만, 마음은 선택의 기관입니다. 마음이 중심을 잡으면 세상의 말이 요란해도 그 안에서 고요를 잃지 않습니다. 그는 세상 소리에 이리저리 흔들리는 사람을 ‘소인(小人)’이라 했습니다. 소인은 귀로 듣고 곧장 반응하지만, 대인은 마음으로 듣고 곰곰이 걸러냅니다.


현대 심리학에서도 이 ‘걸러냄의 기술’을 중요하게 다룹니다. 이를 '인지적 재평가(cognitive reappraisal)'라고 부릅니다. 처음 들은 말을 곧장 감정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이 말이 정말 내게 필요한가?”, “그저 흔드는 말은 아닌가?”라고 다시 해석하는 능력입니다.

예를 들어, 누군가 “그건 네가 실패했기 때문이야.”라고 말했다고 합시다. 즉각 반응하면 상처가 됩니다. 하지만 재평가하면 이렇게 바뀝니다. “그 사람은 자신의 시각으로 말했을 뿐이야. 실패라는 말은 평가가 아니라 과정일 수도 있지.” 이 한 번의 재해석이 감정의 폭풍을 잠재웁니다.

심리학자 제임스 그로스(James Gross)의 연구에 따르면, 이 재평가 능력이 높은 사람은 스트레스에 강하고, 대인관계에서도 안정적입니다. 왜냐하면 그들은 외부 자극을 바로 감정으로 번역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즉, 귀로 듣는 순간과 마음이 반응하는 순간 사이에 여백이 존재하는 사람들입니다. 그 여백이 바로 단단한 사람의 숨결입니다.


이렇듯 귀와 마음 사이에는 언제나 거름망이 필요합니다. 귀로 들어온 소리를 곧장 마음으로 내리지 않고, 내 중심이라는 거름망을 통과시킬 때 비로소 마음은 온전해집니다. 귀는 열려 있어야 하지만, 마음까지 열려 있으면 안 됩니다. 마음까지 열어두면 세상의 말들이 마구 드나들며 나를 흔들기 때문입니다.

마음이 없는 귀는 문지기 없는 대문과 같습니다. 누구든 들어와서 떠들 수 있지만, 그 안에는 더 이상 평화가 없습니다. 귀는 세상의 문이고, 마음은 그 문을 지키는 주인입니다. 주인이 없다면, 손님들이 제멋대로 난장판을 만들 것입니다. 그래서 귀와 마음 사이에는 언제나 내 주관이라는 다리가 필요합니다.

그 다리가 있을 때, 나는 세상의 소리를 다 들으면서도 휘둘리지 않고, 내 중심을 지켜낼 수 있습니다. 세상의 말이 강물처럼 흘러도, 내 마음의 다리는 무너지지 않습니다. 그 다리는 나를 세상과 연결하면서도 동시에 나를 보호합니다.


♣ 마음 연습

오늘 하루, 들려오는 말 중 세 가지 질문을 던져보십시오.

첫째, 이 말은 진실한가?

둘째, 이 말은 선한가?

셋째, 이 말은 나에게 필요한가?

이 세 가지에 ‘아니오’가 있다면, 미소로 흘려보내십시오.

귀로는 세상을 듣되, 마음의 문턱은 지키십시오.

그 문턱이 바로 당신의 중심이며,

그 중심이 곧 흔들리지 않는 삶의 시작입니다.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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