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깊은 물 같은 마음 - 얕은 물은 금세 흐려진다

마음의 힘, 관계의 흐름

by 류겸

3부. 깊은 물 같은 마음


3-1. 얕은 물은 금세 흐려진다


땅 위에 고여 있는 얕은 물을 떠올려 보십시오. 겉은 잠시 맑아 보일지 몰라도, 금세 흙과 먼지가 섞여 더러워집니다. 사람들은 그런 물을 결코 마시지 않습니다. 우리의 마음도 그렇습니다. 얕게만 머물러 있으면 쉽게 흐려집니다. 남이 던진 말 한마디, 작은 오해 하나에도 금세 혼탁해집니다.


마음이 얕을수록 상처도 빨리 나고, 흔적도 오래 남습니다. 작은 파동에도 물결이 일렁이듯, 얕은 마음은 매 순간 흔들립니다. 얕은 물이 갈증을 채워주지 못하듯, 얕은 마음도 나 자신조차 편안히 지탱하지 못합니다. 타인에게는 더더욱 쉴 자리가 되지 못합니다.

『중용(中庸)』에는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군자의 도는 마치 먼 길을 가려면 가까운 곳에서 시작하고, 높은 곳에 오르려면 낮은 데서부터 시작하는 것과 같다.”(君子之道, 譬如行遠必自邇, 譬如登高必自卑.)


얕은 마음은 결과만을 바라보다가 쉽게 흔들립니다. 눈앞의 이익에만 매달리면, 조금만 상황이 달라져도 마음의 균형이 깨집니다. 그러나 깊은 마음은 근본에서부터 단단히 세워져 있기에 쉽게 흐려지지 않습니다. 군자의 도가 작은 실천에서 출발하듯, 마음의 깊이도 화려한 말이 아니라 작은 성찰, 한 번의 인내, 짧은 침묵 속에서 자라납니다.


마음이 깊다는 것은 감정이 없는 냉정함이 아니라, 감정의 깊이를 다스릴 줄 아는 성숙함입니다. 흔들리지 않는다는 것은 무감각해지는 것이 아니라, 흔들리되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는 힘을 가진다는 뜻입니다.

프리드리히 니체는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서 이렇게 썼습니다.


“진리의 산을 오르는 데에는 헛됨이 없다. 오늘은 더 높은 곳에 오를 수도 있고, 그렇지 않더라도 내일을 위해 힘을 기를 수 있다.”


니체의 삶은 바로 그 산을 오르는 과정이었습니다. 그는 젊은 시절부터 병약했고, 친구의 배신과 사회적 고립 속에서 외로이 살았습니다. 그의 철학은 화려한 성공의 절정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깊은 내면의 절벽 아래에서 피어난 사유의 꽃이었습니다.


그가 “신은 죽었다”고 외쳤을 때, 그것은 반항의 외침이 아니라 인간 내면의 깊이를 깨우는 선언이었습니다. 신이 사라진 세상에서 인간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자기 안의 중심, 즉 ‘깊은 우물’을 파야 한다는 뜻이었습니다.

니체에게 ‘깊이’란 고통을 피하지 않는 용기였습니다. 그는 말했습니다.


“나는 나의 고통을 사랑한다. 그것이 나를 깊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고통은 얕은 마음에게는 상처가 되지만, 깊은 마음에게는 성찰이 됩니다. 니체의 철학은 바로 그 깊이에서 태어났습니다.


중국의 사상가 장자(莊子)는 얕음과 깊음을 비유로 자주 들었습니다. 『장자』 「소요유(逍遙遊)」에는 작은 새와 큰 붕새(鵬鳥)가 등장합니다. 작은 새는 몇 발짝 날았다가 금세 지쳐 땅으로 내려앉지만, 붕새는 한 번 날면 천 리를 건너갑니다.


장자가 전하려 한 메시지는 분명했습니다. 얕은 마음은 눈앞의 이익과 감정에 휘둘리지만, 깊은 마음은 멀리 보고 큰 길을 갑니다. 작은 새는 당장의 바람결에 기뻐하지만, 붕새는 태풍이 불 때까지 인내하며 기다립니다. 깊은 마음이란 당장의 움직임보다, 멀리 나는 힘을 기르는 기다림의 지혜입니다.


또 장자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큰 물고기는 깊은 물을 좋아한다. 그 깊은 물이야말로 그를 자유롭게 한다.”


깊은 마음은 세상의 소음에서 자유롭습니다. 그 안에서 고요히 머물며, 스스로를 단단히 다져나갑니다.

역사 속에서 ‘깊은 마음’의 상징으로 꼽히는 인물이 있습니다.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입니다. 그는 남북전쟁이라는 전대미문의 혼란 속에서 나라를 이끌었습니다. 정치적 비난은 끊이지 않았고, 신문마다 그를 공격했습니다. “우유부단하다”, “지도력이 없다”, “전쟁을 망치고 있다.” 하지만 그는 그 어떤 말에도 즉각 반응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침묵 속에서 숙고했고, 결정을 내릴 때는 반드시 자신의 양심과 신념을 근거로 삼았습니다.


링컨은 자신을 비난한 정적들을 내각에 포용했습니다. ‘팀 오브 라이벌즈(Team of Rivals)’ ― 적대적 인물들을 함께 일하게 만든 전례 없는 정치 전략이었습니다.

그는 말했습니다.

“내가 나를 비난하는 자들과 함께 일할 수 없다면, 나는 내 신념을 믿을 자격이 없다.”


그의 깊은 마음은 단지 관용이 아니라, 자신의 감정보다 국가의 대의를 우선시하는 단단한 중심이었습니다. 얕은 마음이었다면 분노로 나라를 둘로 쪼갰을 것이지만, 깊은 마음이 있었기에 그는 분열의 시대에 통합의 리더가 될 수 있었습니다.


그는 암살 직전까지도 “원한을 품지 말라”고 말했습니다. 그의 마음은 이미 개인의 경계를 넘어, 인류 전체를 향해 열려 있었습니다. 그런 마음을 우리는 ‘깊다’고 부릅니다.


현대 심리학은 이러한 마음의 깊이를 회복탄력성(Resilience) 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합니다. 얕은 마음은 작은 충격에도 쉽게 깨집니다. 하지만 깊은 마음은 상처를 입더라도 곧 회복하고, 오히려 그 경험을 통해 더 단단해집니다.


심리학자 마틴 셀리그먼은 『학습된 낙관주의(Learned Optimism)』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리가 사건을 스스로 어떻게 설명하느냐에 따라 무력해질 수도 있고, 회복탄력적이 될 수도 있다.”


그는 인생의 고난을 ‘피할 수 없는 현실’이 아니라, ‘해석 가능한 사건’으로 본다면 인간은 다시 일어설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즉, 마음의 깊이는 해석의 깊이입니다. 같은 상처도, 얕은 마음은 그것에 매여 무너지지만 깊은 마음은 그것을 성찰과 성장의 계기로 삼습니다.


셀리그먼은 또 한 가지를 덧붙였습니다. “깊은 마음은 절망 속에서도 의미를 찾는다.” 바로 그 의미 찾기의 능력이 인간을 고통에서 구해내는 정신적 우물입니다.


얕은 물은 갈증을 채워주지 못합니다. 그러나 깊은 우물은 맑고 시원한 물을 길어 올릴 수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얕은 마음은 스스로도 지탱하지 못하지만, 깊은 마음은 나를 지키고, 타인까지 품을 수 있습니다.


삶을 단단히 살고 싶다면, 마음을 깊게 파야 합니다. 그 깊이는 하루아침에 생기지 않습니다. 매일 조금씩 성찰하고, 고통을 받아들이고, 흔들림 속에서도 다시 중심으로 돌아오는 훈련을 거듭해야 합니다.


마음을 깊게 한다는 것은 곧 내 안에 흔들리지 않는 우물을 파는 일입니다. 그 우물이 있을 때, 우리는 세상의 바람에도 쉽게 흐려지지 않습니다. 그 우물이 깊을수록, 마음은 맑고 고요해집니다. 그때 비로소 우리는 세상의 모든 소리를 담되, 그 어떤 소리에도 휩쓸리지 않는 깊은 물 같은 사람이 됩니다.



♣ 마음 연습

오늘 하루, 내 마음의 물 깊이를 살펴보십시오.

누군가의 말 한마디에 금세 흔들렸다면, 아직 물이 얕다는 뜻입니다.

조용히 숨을 고르며 이렇게 다짐하십시오.

“나는 마음의 우물을 깊게 판다.

흐려져도 다시 맑아질 힘이 내 안에 있다.”

깊은 마음은 세상의 소음을 잠재우고, 다른 이의 고통까지 품을 수 있는 넉넉함을 줍니다.

그 깊이는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매일 조금씩 길러지는 것입니다.

오늘, 마음의 우물에 한 삽의 흙을 더 파보십시오.

그 작은 깊이가 내일의 평온을 만들어 줍니다.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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