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마음을 쓰는 법 - 쓸데없는 곳에 마음을 쓰지 않기

마음의 힘, 관계의 흐름

by 류겸

4-2. 쓸데없는 곳에 마음을 쓰지 않기


사람은 누구나 마음을 씁니다. 문제는 그 마음이 어디에, 어떻게 쓰이느냐입니다. 좋은 곳에 쓰인 마음은 사람을 살리고 관계를 맑게 하지만, 쓸데없는 곳에 쓰인 마음은 나를 지치게 하고 관계를 탁하게 만듭니다.


누군가 내 뒷말을 했다는 사실을 들었을 때, 그 말 하나에 온종일 마음을 쏟는다면 하루가 흐려집니다. 마음속에서는 대화가 끝없이 이어집니다.


“왜 그런 말을 했을까?”

“그 사람은 나를 싫어하나?”

“내가 뭘 잘못했나?”


이런 생각이 꼬리를 물고 이어집니다. 그 사이에 하루의 기운은 이미 다 소모되어 버립니다.


그러나 그 순간, 마음을 잠시 다른 곳으로 옮길 수 있다면 어떨까요? 좋은 책을 펼치거나, 나를 믿고 응원해 준 사람을 떠올리거나, 감사한 일을 되새긴다면 마음은 훨씬 가벼워집니다. 같은 하루를 살아도, 어디에 마음을 두느냐에 따라 그 하루의 빛깔은 완전히 달라집니다.


공자는 『논어』 「학이(學而)」 편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군자는 말에는 조심스럽고, 행실에는 민첩하다.”(君子欲訥於言而敏於行)


군자는 말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행동하는 데 마음을 씁니다. 말이 아니라 행실, 감정이 아니라 실천 — 그것이 군자의 마음이 향하는 방향이었습니다. 즉, 군자의 마음은 헛된 비난이나 소문에 휘둘리지 않고, 자신이 지켜야 할 도리와 목표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노자는 『도덕경(道德經)』 제44장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족함을 알면 욕되지 않고, 멈출 줄 알면 위태롭지 않으니, 오래 갈 수 있다.”(知足不辱,知止不殆,可以長久.)


노자가 말한 ‘멈춤’은 단순한 포기가 아닙니다. 그것은 불필요한 비교와 시기를 멈추는 용기, 쓸데없는 감정 소모를 멈추는 지혜였습니다. 비교의 마음은 끝이 없습니다. 남과 자신을 끊임없이 저울질할수록, 내 마음의 평화는 점점 멀어집니다.


진정한 만족은 남보다 앞서는 데서 오는 것이 아니라, 멈출 줄 아는 순간에 찾아옵니다. 마음을 쓸데없는 경쟁과 욕망에 낭비하지 않으면 삶은 오래도록 맑게 유지됩니다. 노자가 말한 “長久(장구)”란 바로 그 고요한 지속의 상태입니다.


스토아 철학자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는 『명상록(Meditations)』에서 이렇게 기록했습니다.

“너는 네 마음에 대한 권한을 가졌지, 외부 사건에 대한 권한은 없다. 이것을 깨달으면 힘을 얻게 될 것이다.”


이 말은 짧지만 인간 삶의 본질을 꿰뚫습니다. 외부의 일은 내 뜻대로 되지 않습니다. 사람의 말, 세상의 평가, 운명의 흐름은 어차피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영역입니다. 그러나 한 가지는 언제나 내 손 안에 있습니다. 그것은 내가 어디에 마음을 쓰느냐입니다.


외부의 일에 모든 에너지를 빼앗기면 나는 점점 무력해지고 분노합니다. 하지만 마음을 다스리는 데 힘을 쓰면 그 순간부터 다시 삶의 주도권을 되찾습니다. 진정한 힘은 세상을 통제하는 능력이 아니라, 자기 마음의 방향을 바꿀 수 있는 능력에서 옵니다.


역사 속에도 이 진리를 몸소 보여준 인물이 있습니다. 바로 세종대왕입니다. 세종은 선천적으로 병약했습니다. 만성 통풍으로 인해 종종 자리에서 일어나기도 힘들었지만, 그는 그 아픈 몸으로도 학자들과 밤을 지새우며 나라의 근본을 고민했습니다.


당시 신하들은 한글 창제를 반대했습니다. “성현의 법을 어긴다.”, “백성에게 문자를 가르치면 혼란이 온다.” 비난과 모함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세종은 그 모든 말에 마음을 빼앗기지 않았습니다. 그의 마음은 오로지 한 가지에 향해 있었습니다. “백성이 편히 읽고 쓸 수 있는 나라.”


그는 비난보다는 목적에, 모욕보다는 사명에 마음을 두었습니다. 그 결과, 한글(訓民正音)은 수백 년이 지난 오늘까지 우리의 삶을 밝히는 빛이 되었습니다.


세종의 마음이 정치적 뒷말에 머물렀다면, 그 위대한 업적은 결코 태어나지 못했을 것입니다. 그의 삶은 마음을 쓸만한 곳에 쓴다는 것의 위대함을 보여줍니다.


현대 심리학에서는 인간의 마음을 하나의 한정된 에너지 자원으로 봅니다. 이를 ‘주의 자원(attentional resources)’이라고 부릅니다. 사람은 하루 동안 쓸 수 있는 주의력과 감정 에너지의 양이 정해져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자원을 어디에 배분하느냐가 삶의 질을 결정합니다.


하버드대 심리학자 대니얼 길버트(Daniel Gilbert)는 『행복에 걸려 비틀거리다(Stumbling on Happiness)』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사람은 잘못된 것에 마음을 과도하게 쓰고, 정작 중요한 것을 놓친다.”


우리는 종종 사소한 비난, 비교, 불안에 너무 많은 주의와 감정을 소비합니다. 그것은 마치 핸드폰의 배터리를 불필요한 앱이 백그라운드에서 계속 소모하는 것과 같습니다. 보이지 않지만, 내 마음의 에너지는 이미 소모되고 있는 것입니다.


심리학자들은 이 현상을 ‘주의의 낭비(attentional leakage)’라고 부릅니다. 주위를 흩어놓는 생각, 쓸데없는 걱정, 끝없는 감정의 반추가 정신 에너지를 고갈시키는 주범입니다. 반대로 주의력을 본질적인 곳 ― 학습, 감사, 사랑, 창조 ― 에 집중하면 삶의 만족감이 현저히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쓸데없는 곳에 마음을 쓰는 것은 삶의 에너지를 흘려보내는 일입니다. 마음의 에너지는 무한하지 않습니다. 그러니 더욱 쓸모 있는 곳에 투자해야 합니다.


누군가의 뒷말, 잠깐의 분노, 헛된 비교와 시기에 쏟는 마음은 나를 무겁게 만들 뿐입니다. 반대로 배움, 사랑, 감사, 성찰에 쓰는 마음은 나를 가볍게 하고 관계를 맑게 합니다.


『도덕경』에서 노자는 말했습니다.

“허심(虛心)한 자는 그릇이 가득 차도 넘치지 않는다.”


비워진 마음은 오래가지만, 가득 찬 마음은 곧 넘쳐버립니다. 비워두어야 채워지는 것이 마음의 이치입니다.


마음을 어디에 쓸 것인가. 이 질문은 결국 내가 어떤 삶을 살고 싶은가의 질문과 같습니다. 내가 쓸데없는 곳에 마음을 쓰면, 내 인생도 그만큼 흐려집니다. 하지만 가치 있는 곳에 마음을 쓰면, 그 마음은 내 삶을 맑게 비추는 거울이 됩니다.


마음은 늘 흐르는 강물과 같습니다. 흐름을 막을 수는 없지만, 그 물이 어디로 흘러가게 할지는 내가 선택할 수 있습니다. 그 방향이 바로 ‘삶의 질’을 결정합니다.


♣ 마음 연습

오늘 하루, 내 마음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살펴보십시오.

누군가의 말에, 비교에, 불안에 묶여 있지는 않은가요?

그 마음의 방향을 살짝 돌려 보세요.

감사할 일, 배우고 싶은 일,

좋아하는 사람의 얼굴을 떠올려 보세요.

그 순간 마음은 가벼워집니다.

“내 마음을 쓸만한 곳에 쓴다.”

이것이 지혜로운 하루의 시작입니다.

마음을 낭비하지 않는 법을 배울 때,

삶은 훨씬 단순하고, 깊고, 평화로워집니다.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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