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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휴스꾸 Apr 17. 2024

온전한 내 것

인터뷰어 서현, 현수 / 포토그래퍼 민경



* 정욱 과의 인터뷰입니다.






최근에 전역을 한 소감은?


    군대에 다녀온 뒤 생각이 많이 바뀌었어. 가장 절실히 느끼는 거는, 자유에 대한 소중함. 옛날에 나는 ‘삶이 비극이다’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거든. ‘삶은 비극이고 행복한 순간은 사실 찰나의 순간이다.’ 이런 생각을 여태까지 견지하고 있었는데, 전역을 하고 지금은 삶이 아름다운 곳이라고 느껴. 


- 세상이 아름답다는 건 어떤 의미인지?


    사실 사람들을 보면 항상 일상이 행복하지는 않잖아. 항상 행복하기보다는 부정적인 감정이 들 때가 좀 더 많다고 생각해. 그렇지만 결국 이 모든 건 내가 선택한 길이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지 스스로 삶의 태도를 정할 수 있는 것도 나니까. 이 점에서 내가 느끼는 모든 감정, 또 거기서 나타난 결과들. 그게 성공이든 실패이든 다 온전히 내 것이라는 게 느껴져. 그래서 요즘 느끼는 감정들, 내가 하는 행위들이 다 나의 선택이라서 아름답다고 하루하루 생각하고 있어. 






‘나 정말 전역했구나.’ 가장 와닿았던 순간은? 


    전역하고 <듄>을 심야 영화로 봤거든. 영화를 보고 딱 집에 가는 길에 ‘이 시간대에 내가 밖에 있구나.’ 그게 갑자기 감격스러웠어. 이 시간에 내가 여길 걷고 있다는 거. 내가 하고 싶을 때 그거를 할 수 있고 가고 싶은 곳이 있을 때 거기에 갈 수 있다는 거. 사실 우리가 일상에서 항상 가고 싶은 곳 있다고 가고, 하고 싶은 거 있다고 하진 않잖아. 그게 자유가 없어서라기보다는, 내 선택을 내가 책임져야 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거든. 그렇게 내 행동을 책임질 자유가 생겼다는 게 가장 큰 차이이고, 그게 가장 와닿는 것 같아. 






군대에 있는 동안 본인에 대해서 생각을 많이 해본 것 같은데, 공유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지?


    이건 순전한 나의 생각이긴 한데 나는 사람이 웰빙(well-being)하려면 구체적이지 않더라도 목표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 목표가 있다는 거는 내가 뭘 좋아하는지 안다는 거고, 뭐가 되고 싶은 건지 안다는 거잖아. 뭘 좋아하는지 알면 내가 뭘 싫어하는지도 아는 거고… 요즘도 그런지 모르겠지만 내가 20, 21살 때는 내 주변에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르겠다고 하는 또래 애들이 많았어. 뭘 좋아하는지 잘 모르고, 취미가 뭐냐고 물어볼 때 당당히 대답을 못 하는 그런 사람들도 많았거든. 근데 나에 대해 잘 모르고, 목표가 없으면 내 삶의 판단 기준이 모호할 수밖에 없잖아. 결국엔 삶이 혼란스럽고 불분명해지는 것 같아. 목표가 있을 때 가치 기준이 정립되고, 지향점이 있게 되니까 나는 항상 목표를 갖거나 목표에 대해 생각해봐야 한다고 믿어. 






최근에 생긴 목표


    내가 알아야 할 지식이 너무 많은데 지금은 아는 게 너무 없는 것 같아. 요즘 일상적인 목표는 관심 있는 분야의 지식을 쌓는 데 집중하고 있어. 결과적으로 그 지식을 축적해서 박학다식한 사람이 되고, 어떤 분야에서 아주 유능함을 드러내고 싶어. 이 목표는 창업이라는 일로 구체화할 수 있을 것 같아. 창업을 하고 싶어서 생각해 보니까 법적으로도 해박해야 하고, 경제도 잘 알아야 하고, 또 그런 아이디어를 실현하려면 사회 여러 가지 분야에 대해서 총체적으로 알아야 하고. 사업은 아이디어만으로 실행하기 어렵잖아. 공학적 지식, 자연과학 지식도 필요하고, 인문학적인 지식까지도 알아야 하니까. 지금은 워낙 내 지향점과 현실의 괴리감이 커서 이 괴리감을 줄이기 위해 노력 중이야. 그래서 지식을 쌓는 중인데 이건 내가 하고 싶은 걸 하는 거니까 재미도 있고 보람을 느껴. 






창업 학회는 어떻게 들어가게 되었는지?


    처음에는 학교 생활하면서 학회를 꼭 들어가겠다고 생각했어. 왜냐하면 다방면의 경험을 쌓고 싶었거든. 근데 지금 학회를 들어가기에는 경영이나 마케팅 쪽 지식이 별로 없어서 내가 도움이 안 될 것 같은 거야. 그래서 좀 스펙을 쌓고 들어가려고 했는데, 창업 동아리 홍보 게시물의 문구가 마음에 들었어. 이 동아리는 실행을 가장 중시한대. 슬로건이 정주영 회장의 연설을 인용한 문구였는데, ‘이봐, 해봤어?’였어. 나는 항상 실행에 큰 가치를 두고, 그런 마인드로 살려고 노력해 왔단 말이야. 그 슬로건을 보고 나한테 딱 맞는 것 같아서 지원했지. 사람들을 만나보니까 나 같은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는 집단이라는 느낌을 받았어. 나는 나 같은 사람들을 찾고 싶었거든. 나는 일단 그냥 뭔가 저지를 때가 많았잖아. 실행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두 번째는 야망이거든. ‘나는 진짜 내가 좋아하는 일에 진심을 다할 거고, 워커 홀릭이 되어 보겠다.’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 동아리에 정말 내가 생각했던, 훨씬 대단한 사람들이 많더라고. 대충 해서 적당한 성취를 내는 게 아니라, 내 진심을 다해서, 나의 모든 걸 여기다 넣어서 최고의 성과를 일궈내겠다. 남들보다 더 높은 성취를 하겠다. 그렇게 마음이 맞는 사람들이 많았어. 






나와 비슷한 사람들


    목표에 관해 대화할 때 많이 느꼈어. 내가 군대에서 여태까지 만난 사람이 한 150명 정도 되는데, 나랑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은 두 명 정도 있었어. 차이점은 그런 것 같아. 예를 들자면 어떤 사람이 ‘너는 꿈이 뭐냐’고 물었을 때, 내가 ‘몇 살까지 내 계좌에 100억의 잔고를 만들 거다.’ 이렇게 말을 해. 대부분 ‘야 되겠냐’, ‘미쳤냐’ 이런 반응이지만, 거기서 진짜 몇 명 중 한 명은 ‘어떻게 할 건데?’라고 물어봐 주는 사람이 있단 말이야. 그런 느낌인 것 같아. 되게 허황된 것처럼 보이는 목표를 말했을 때 선입견 때문에 분석적인 비판을 해보지도 않고 포기하는 사람도 있고, 내가 열심히 한다면 충분히 이룰 수 있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어. 후자는 좀 소수인 것 같지만. 그런 사람들은 본인의 꿈에 대한 이야기를 서로 나눌 때 관심 있게 참여하고, 그런 이야기하는 걸 좋아하는 것 같아. 자기 꿈이나 관심사 얘기할 때 비슷한 사람들끼리는 서로 불타게 되고. 어떻게 하면 더욱 나은 존재가 될 수 있을까 고민하는 사람들과 대화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대화 주제가 그쪽으로 넘어가게 되는 것 같아. 






인터뷰어 서현, 현수 / 포토그래퍼 민경

2024.04.02 정욱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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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umans of skku]
휴스꾸(Humans of skku)는 2013년부터 성균관대학교의 교수, 직원, 학생과 근처 상권까지 인터뷰 대상을 늘려가고 있습니다. 장문의 인터뷰 본문, 깊이 있는 사진과 휴스꾸를 꾸려나가는 운영진의 이야기까지 다채로운 휴스꾸의 모습을 담아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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