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내용이라도 어떤 언어로 말하는지에 따라 결과가 달라졌다.
관계를 유지하는 데에는 복잡한 말보다는
더 단순한 말이 좋았다.
잘했어. 고마워. 사랑해.
이스탄불은 조금 더 특별한 곳이었다. 교통권을 사려고 했다. 판매기 근처에서 만난 사람들 대부분이 영어를 말하지 못했다. 언어가 큰 장벽이 될 것으로 생각했다. 한국어 다음에 영어, 영어 다음에 독일어, 이제는 터키어까지. 언어라는 것은 나에게 항상 새로운 것이 되었다. 때로는 장벽이 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다양한 사람들을 연결해주기도 하는 것이 언어였다.
현지 언어를 하지 못하면 자주 불편했다. 식당에서 메뉴를 주문할 때도, 길을 물어볼 때도, 물건을 살 때도 사람들은 영어를 충분히 이해하지 못했다. 어떤 길거리에서는 호객행위가 많았다. 관광객들을 상대로 음식점에 들어오라고 권유하는 것이다. 그들은 한국어를 알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 제법 능숙했다. 언어를 통해 친밀감을 형성하려고 했다.
공항에 갔다. 이즈미르로 이동하기 위해서였다. 터키항공 직원에게 물었다. “Where can I check in with this baggage?” 직원은 이해하지 못했다. 항공사 직원까지 영어를 하지 못하는 것은 놀라웠다. 영어가 당연히 통할 것이라고 기대할 수 없었다. 구글번역기가 습관이 됐다. 영어가 통하는 세계는 나의 세계였다.
이스탄불을 여행하던 때였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회담을 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장소는 이스탄불이었다. 터키가 중재자 역할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회담은 다섯 번째였다. 터키에 두 나라는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한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에서 온 사람들도 많다. 한 나라가 언어가 되기도 한다. 터키에서 새로운 평화가 시작되기를 바랐다. 전쟁이 끝나길 바랐다.
대화는 언어로 시작해서 언어로 끝난다. 연애할 때마다 고민하게 되는 지점도 언어와 관련이 깊다. 어떻게 듣고 어떤 방식으로 말할 것인가라는 것은 관계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문제라는 걸 느꼈다. 같은 내용이라도 어떤 언어로 말하는지에 따라 결과가 달라졌다. 관계를 유지하는 데에는 복잡한 말보다는 단순한 말이 좋았다. 잘했어. 고마워. 사랑해. 자주 말했다.
언어의 중요성을 실감하게 되는 때는 다양하다. 관계를 시작하고, 이어가고, 그 관계를 다른 이들에게 밝히는 것도 그때 중 하나다. 어떤 언어를 사용해야 하는지, 비언어적 표현은 어떻게 유지할 것인지, 언제가 적절한 시점인지 생각하게 된다. 언어라는 것은 생각할 것이 많은 분야다. 공기처럼 함께하고 있기에, 여행 중에도 이 사실을 깨닫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