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작정 아무곳에 찾아갔다.
내 경험의 범위를 넓히는 것은 공감 능력을 키우는 것과 같다.
교환학생 생활이 꼭 아름다운 것은 아니었다. 돈에 대한 걱정을 해야 했다. 코로나 시기에 온라인 과외로 한국 학생에게 영어를 가르쳤다. 2022년 4월, 한국 코로나 규제가 풀렸다. 온라인 과외의 장점이 없어졌다. 해고 통보받았다. 돈을 벌어야 했다. 온라인 과외가 귀국까지 이어지리라 생각한 것이 실수였다. 남은 기간은 3개월 남짓. 일자리를 구해야 했다.
무작정 아무곳에 찾아갔다. 면접을 봤다. 최저임금 이하로 급여를 지급하겠다는 사장을 만났다. 일을 한다는 것은 가치 있는 일이다. 그러나 수준 이하의 대우를 받으면서 일하는 것은 나의 가치를 깎아내리는 일이다. 그렇게 하고 싶지는 않았다. 생각할 시간을 달라고 했다. 그 사장은 급해 보였다. 오늘부터 일하기를 원했다. 며칠 뒤 정중하게 거절 의사를 밝혔다.
독일 오자마자 지냈던 한인 민박 사장님께 도움을 요청했다. 사장님은 독일에 오래 살았다. 유학생들을 도왔다. 다양한 선택지를 말씀해주셨다. 담당자 연락처까지 전해주셨다. 사장님은 독일 식당 또는 독일 카페를 추천해주셨다. 독일 친구와 어울리면서 언어를 배우기 좋은 환경이라는 것. 바에서 일한다면 밤늦게까지 오래 일할 수 있다고도 덧붙이셨다. 희망이 보였다.
일자리를 구했다. 한인 민박에서 만났던 분께 연락이 왔다. 프랑크푸르트에서 케이팝 콘서트가 열린다. 스태프로 일할 사람을 찾고 있다. 표가 비싸서 갈 생각을 못했다. 완벽한 기회였다. 급여도 높은 수준이었다. 찾는 만큼 보인다. 일자리를 찾기 시작하니 기회가 보이기 시작했다. 조금 더 일찍 시작했으면 어땠을까. 아쉬움이 남았다. 후회는 없다. 많이 즐겼다.
한 식당에서 단기 일자리를 구했다. 흔히 사용하는 아르바이트(Arbeit)는 독일어로 ‘일하다’라는 뜻이다. 독일에서는 미니잡이라고 한다. 가까스로 구한 일자리가 감사하게 느껴졌다. 긴 기간은 아니었지만 좋은 사람들과 일했다. 마지막 날에는 친구들이 축하해줬다. 여러모로 찬란한 순간들이었다. 경제적 이유로 시작한 일이지만, 나의 삶에 활력을 불어넣어 줬다.
아무것도 모르는 나는 미생을 시작했다. 뭐든 부딪히며 배우는 수밖에 없었다. 독일어로 주문받고, 그릇을 옮겼다. 친절히 대해주는 손님들이 그렇게 고마운 줄 몰랐다. 이 경험으로 나는 또 한 명의 사람을 위해 눈물을 흘릴 수 있겠구나. 생각했다. 내 경험의 범위를 넓히는 것은 공감 능력을 키우는 것과 같다. 자기 성장의 일부인 이 경험에 가치를 두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