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30대 금쪽이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 효도의 조건 시리즈 안내
- '효도의 조건'은 30대 직장인으로 살고 있는 청년의 부모 관계에 대한 갈등 과정과 이를 해결해
나가기 위한 자전적 이야기를 담은 연재물입니다.
채널A의 <요즘 육아 금쪽같은 내 새끼>는 유아·청소년기의 자녀를 기르고 있는 부모들 뿐만 아니라 10대는 물론 2030 세대에게까지 인기인 프로그램입니다. 육아 비법을 배울 수 있는 프로그램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부모님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어 전 세대가 함께 보는 교양 프로그램으로 자리매김한 지 오래입니다. 워낙 다양한 연령대가 보는 프로그램임을 감안해 채널A는 아예 성인들을 대상으로 한 <오은영의 금쪽 상담소>까지 론칭했습니다.
SBS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를 방영하던 시절부터 오랜 팬이었고 그녀의 서적 <화해>까지 읽고 나서 들었던 생각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기대 이상으로 부모로 받은 상처 내지는 가족 간의 갈등 관계는 성인이 된다고 다 같이 나이를 먹어가는 것은 아니다'라는 것입니다. 갈등의 형태와 색깔이 어떠하던지 간에 이것이 적절하게 해결되지 못한 상태로 큰 성인은 자신이 영위하고 있는 생활 어느 곳에서 발작처럼 다가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나마 그런 발작 같은 순간들을 객관화하고 마주할 수 있었던 힘과 지혜를 준 <화해>의 주요 내용을 요약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1. 부모는 아이에게 온 우주 같은 사람입니다. 부모의 첫 번째 조건은 '조건 없이 주는 사랑'이어야 합니다. 이것을 받지 못한 사람이라면 부모가 곁에 있건 없건 불안합니다. 아니, 불행합니다.
2. 부모에게 사과를 기대하면 안 됩니다. 화해를 받으려고 한다면 더 큰 상처를 받게 될 것입니다. 본질은 지난 세월 동안 가족 구성원으로서 받은 상처를 서로 공유하는, 그 시도가 필요한 것입니다.
3. 그러니 용서를 강요하면 안 됩니다. 인정하지 않는 것? 그것은 부모님의 선택이자 가족 구성원의 선택입니다. 부모를 지나치게 이해할 필요도, 이해했으니 알아달라고 할 필요는 더더욱 없습니다. 그냥 그대로 있어도 됩니다.
4. 그 화해는 나와하는 것입니다. 속절없이 당했던 나, 스스로를 하찮게 여긴 나라고 생각한 내가 나와 화해하는 것입니다.
5. 지나온 것에 힘쓰지 마세요. 지나간 것에 매이지 마세요.
네, <화해>의 본질은 내려놓음입니다. 과거에 얽매이지 말고, 용서받으려 강요하지 말고, 오직 앞에 벌어진 상황과 현실에 대해 통제할 수 있는 것은 '나'의 마음뿐이니 나의 마음을 다스리는 일에만 집중하라고 말이죠. 이것이 다 커버린 금쪽 이를 위한 최선의 처방이자 유일한 대안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런데요. 문제는 가족은 현재 진행형이라는 것입니다. 끊임없이 내 마음을 다스리고 못났다고 자학했던 나 자신을 학대했던 나를 괜찮다고 위안을 해주어도 이 생각이 무너지는 이유는 가족의 상태는 여전히 변하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서만 봐도 종종 부모님과의 갈등 내지는 가족 구성원으로 인한 고민 글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습니다. 그 고민의 형태는 상당히 복잡합니다. 효도관에 대한 갈등, 결혼에 대한 생각 차이, 금전문제로 인한 갈등 등 끝나지 않은 문제로 인해 여전히 고통받고 있는 성인 금쪽이 들이 세상에는 많습니다.
이 사람들은 도대체 어디서 이 고민을 해결하고 위안을 받아야 할까요?
가족 안에서 일어나는 모든 문제의 원인을 파악하기란 쉽지 않지만 커뮤니티에 올라온 대부분의 고민은 모두 '기대'의 차이로부터 발생합니다. 자식이기 때문에, 자식이라면 내지는 부모이기 때문에, 어머니·아버지라면 무릇 이 정도는 해야 하지 않을까 하고 말이죠.
그래서 저는 이 고민과 갈등의 원인을 '효도의 조건' 차이라고 명명해볼까 합니다. 한낱 직장인에 불과한 제가 감히 상처받고 연약해진 모든 이들의 마음을 헤아린다는 것 자체가 얼마나 결례인지는 알지만, 때로는 특정 개인의 일상과 생각을 읽어보는 것만으로도 위안을 얻을 때가 있습니다. 제 사례가 일반화될 수 없다는 것을 알지만 이 글을 읽게 될 단 1명 만이라도 위안을 받을 수 있다면 이 시리즈를 연재하는 목표는 이미 달성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저의 얄팍한 지식과 작심삼일 병으로 인해 언제까지 연재가 될지 모르겠지만, 비슷한 고민과 생각을 가지고 계신 분이 있다면 언제든 댓글로 기록해주시기 바랍니다.
지금쯤 힘들어하고 있을 30대 금쪽이, 성인 금쪽이.
부디 끝까지 힘내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