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일수록 더욱 강해져야 한다
작년에 우연히 알게 된 K씨는 이혼 소송 중이었다. 결혼 전에 한 번도 사회생활을 한 적이 없었던 그녀는 자신을 오랫동안 쫓아다니던 남자와 결혼을 했다. 결혼 후 남편의 폭력적인 모습과 시부모님의 무시를 견디다 못해 이혼 소송을 하게 되었다. 재산이 꽤 많은 집안의 남자라 결혼을 하면 고생안하고 편하게 살 거라 기대했는데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것을 깨닫는데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고 한다. 듣는데서 험담을 일삼는 시댁 식구들 그리고 제멋대로 자신의 인생에만 집중하는 남편에게서 도망쳐 친정에서 아이들을 돌보고 있었다.
남편과 시부모님이 위자료와 양육비를 단 한 푼도 줄 수 없다고 했기에 어쩔 수 없이 소송을 한 것이다. 친정 부모님의 도움으로 아이들을 양육하고 있었다. 그녀는 이제 용기를 내어 사회에 나가려고 한다. 아무것도 할 줄 아는 것이 없지만 아이들을 위해서 어떤 일이라도 해서 경제력을 키워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진즉에 사회생활을 해봤다면 이렇게 처참하지는 않았을 텐데 하며 후회하는 모습을 보니 너무 안타까웠다.
지금은 남자들도 어쩔 수 없는 상황에 가장 노릇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원하지 않는 구조조정으로 직장을 잃은 사람, 사업이 어려워 파산을 한 사람 등 다들 어렵다고 난리다. 이런 상황에서 내 남편은 아직 직장이 있으니까, 아직 사업이 되고 있으니까 하는 생각에 의존하고 있다면 생각을 바꾸어야 한다. 예측하고 당하는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다. 우리는 늘 위기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준비를 해야 한다. 남자도 자신을 책임지지 못하는데 배우자의 인생을 끝까지 책임진다는 게 말이 되는 소린가. 과거에는 당연하다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알겠다. 말이 안 되는 소리라는 것을 말이다. 또한 내 인생을 다른 사람에게 저당 잡히는 순간 인생의 주도권을 가질 수 없다.
대학을 졸업하고 단돈 50만원을 들고 나는 서울에서 독립했다. 회사에서 인턴생활을 하면서 월급을 받을 때까지 한 달 동안의 하숙비와 생활비가 전부였다. 배수의 진을 치는 마음이랄까. 돌아갈 곳이 없다는 마음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외롭고 힘들어도 악착같이 견디며 내 인생에 대한 책임감 하나로 똘똘 뭉친 나였다. 첫 달 월급을 받은 날의 기쁨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얼마 되지 않은 인턴 월급이었지만 그 돈으로 부모님께 용돈을 드렸다. 매달 용돈을 드리는 기쁨은 그동안 키워주신데 대한 감사함과 책임감이 보태어진 마음이었다. 내 인생에 대한 책임감 그리고 부모님에 대한 책임감은 나로 하여금 더 열심히 일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다.
내가 만약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하지 못한 채 부모님께 신세를 지면서 살았다면 마음이 얼마나 힘들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요즘은 서른 살이 넘어도 자립하지 않고 부모님의 그늘에서 도움을 얻으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다. 부모가 언제까지 내 인생을 책임져줄 거라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책임져줄 수 있을 때까지 도움을 얻고자한다면 남은 인생은 더 힘들어질 거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나이가 들수록 자신감은 더 줄어들고 두려움을 커질 것이다.
실패를 하고 시행착오를 겪는 것은 청년들의 특권이다. 그런 과정에서 더 많이 배우고 나에게 맞는 일을 찾아갈 수 있다. 부모가 가진 것이 많아 스스로 무능력한 사람이 되기를 자처한 사람들을 많이 봤다. 하나도 부럽지 않았다. 어려운 여건에서 무언가를 해낸 사람들은 하나같이 말한다. 자신을 게을리 할 수 없는 환경에서 자란 것을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말이다.
가끔 어머니와 대화를 하다보면 이런 말씀을 많이 하신다. 부모님이 돈이 많아서 여유가 있게 우리를 키웠다면 유학도 보내주고 더 많이 배우게 했을 텐데 하고 말이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부모님은 돈보다 더 가치 있는 열정을 심어주셨고 스스로 일어설 수 있는 힘을 만들어주셨기 때문이다. 나 역시 내 아이에게 그런 엄마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늘 한다.
결혼 후 사직을 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후회를 했다. 남편과 다툴 때마다 경제력이 없는 나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졌다. 남편이 벌어다주는 돈으로 먹고 사니 나를 무시하나 하는 생각이 늘 들었기 때문이다. 시아버지 회사에서 일하던 남편은 욕심이 없는 사람이었고 대학시절 남들처럼 취직을 위해 악착같은 노력도 할 필요가 없는 사람이었다. 남편이 어떤 사람인지 결혼을 하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 고작 6개월 동안의 장거리 연애동안 몇 번 만나지 않고 결혼을 했으니 당연한 결과였다.
나는 5년 가까이 경력단절을 겪으며 경제력을 가져야겠다고 느꼈다. 직장에 다닐 때부터 관심이 있었던 쇼핑몰 사업을 시작하기로 마음먹었다. 돈이 많이 들지 않는 블로그로 창업을 시작하고 홀로 외로운 시간을 견뎌내며 열정을 쏟았다. 노력한 만큼 돈을 벌 수 있어서 행복하고 다시 나를 찾아가는 시간이었다. 자신감이 쌓이자 나의 경험과 시행착오를 책에 담아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었고 책을 쓰고 쇼핑몰 코치가 되었다. 나의 첫 책인《나는 블로그 쇼핑몰로 월1000만원 번다》는 나에게 새로운 꿈을 꾸게 해주었다.
기회는 준비된 자에게 주어진다고 했던가. 불행은 어떤가? 불행은 늘 준비되어있지 않은 상태에서 온다고 말을 한다. 하지만 준비가 된 사람에게 불행은 더 큰 동기부여가 된다. 주위를 둘러보면 40이 넘어서 가장이 된 여자들이 많이 보인다. 남편이 갑작스런 사직, 사업실패로 경제력을 잃었기 때문이다. 자식은 키워야하고 이제는 의지할 데가 없으니 스스로 경제력을 가져야겠다고 뒤늦게 깨달은 것이다. 만약 자신의 일을 이미 가지고 있었다면 크게 절망할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불행은 예고 없이 찾아온다. 불행도 기회와 마찬가지로 받아들일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한다. 인생은 고난과 역경이 행복이라는 친구를 따라 늘 나를 찾아오기 때문이다.
여자들은 모이면 남편의 경제력을 서로 비교하며 자신보다 더 팔자가 좋아 보이는 여자들을 부러워한다. 여자들은 경쟁의식이 강해서 불리한 이야기는 잘 털어놓지 않는다. 특히 여러 명이 모여 있는 자리에서는 더 그렇다. 시댁에 돈이 많고 남편의 능력이 많으면 가장 팔자가 좋은 여자다. 그런데 그런 조건에 있는 여자들이 가장 심리적으로 불안정한 경우가 많다. 상대적으로 자신의 자존감은 낮아지기 때문이다. 늘 혜택을 받고 사니 그만큼의 대가를 치워야 한다는 것을 스스로가 잘 알고 있다. 시댁에서 도움을 얻는 만큼 시댁에 가서 봉사를 해야 하며 남편에게 큰 소리 한번 치지 못하는 여자들이 많다.
가장 불행한 사람은 자신의 인생을 자신이 선택하지 못하는 사람이다. 타인의 눈치를 보고 이끌려가는 삶을 살아가는 사람은 죽어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내 삶의 주인이 되는 것을 포기하는 대가로 돈을 선택하기엔 인생은 너무 소중하다. 행복한 여자는 자신의 인생을 스스로 결정하는 여자다. 누구의 말에도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길을 걸어갈 수 있을 만큼 자존감이 높은 여자다. 스스로 행복을 선택할 줄 안다.
나는 죽을 때까지 경제력을 잃지 않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일하며 사랑하며 살아가고 싶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죽는 순간 하지 못한 일에 후회하지 않는 인생을 살고 싶다. 나이가 들수록 힘든 여건에 있는 사람들이 더 눈에 들어온다. 내가 원하는 인생을 살아가면서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서는 더더욱 경제력을 가져야 한다.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많이 베풀고 세상에 선한 영향력을 주는 사람으로 살아가기 위해서 능력을 충분히 갖출 것이다. 내가 하고 싶은 일에 대한 욕망이 내가 더 열심히 살아야 하는 이유가 된다. 여자일수록 더욱 강해져야 한다. 어떤 상황에서든 경제력 자립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
<여자의 인생을 바꾸는 자존감의 힘>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