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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스키 Dec 13. 2023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를 때는,

《공원의 위로》(배정한)

훌쩍 떠나고 싶은 마음에 아침 기차를 타고 당일치기 여행을 다녀왔다. 기차는 심하게 흔들리지 않아 책을 읽기에 안성맞춤. 기차 안에서 전날 김영사에서 받은 《공원의 위로》를 읽었다.

  

도시인에게는 숨 돌릴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 여행도 좋지만 현실적으로 매번 다니기는 어렵다. 나는 서울에서 태어나서 쭉 아파트에 살았으니 책에 나온 표현대로라면 ‘아파트 키드’인 셈인데, 어릴 적 나의 숨통을 틔어 준 공간은 놀이터였다. 어른이 된 지금은 여행, 그리고 가까운 공원이 그 역할을 하고 있는 듯하다.  


‘공원은 도시의 괄호다’


이 문장을 보고 얼마 전 도쿄에 갔던 일을 떠올렸다. 도착한 첫날, 본격적으로 여행을 시작하기 전에 도시 전체를 한번 훑고 싶어서 호텔에서 그리 멀지 않은 도쿄 도청으로 향했다. 도쿄 도청은 우리나라로 치면 서울 시청 같은 장소인데 45층 전망실을 일반인들에게 무료로 개방하고 있다. 전망실에서 도쿄 시내를 내려다보니 수많은 종류의 건물 한가운데 거대한 숲이 보였다. 안내판에 따르면 요요기 공원쯤 되는 것 같았다. 빽빽한 건물들 사이 푸른 공간은 그야말로 도시의 괄호였다. 가보지 않아도 그곳이 도쿄의 오아시스라는 것을 한눈에 알 수 있었다. 도시인에게 휴식과 안정, 여유를 가져다주는 오아시스.     


선유도 공원을 소개하는 부분을 읽어보면 저자는 텅 빈 한낮의 공원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기’를 하며 발걸음이 이끄는 대로 걸으며 사색을 즐겼다고 한다. 바쁜 도시에서 비어있는 괄호 속으로 들어간 것이다. 퇴근 후, 사람이 적은 곳에서 멍하니 앉아있기를 좋아하는 나에게 저자의 공원 즐기기는 제법 공감된다.     


《공원의 위로》는 에세이지만 공원의 구조, 공원과 도시의 관계, 공원에 얽힌 역사와 정치 등 한국뿐 아니라 세계 유명 공원에 대한 다양한 지식이 담겨 있다. 그렇다고 딱딱한 느낌은 아니고 예전에 티비엔에서 방영했던 ‘알쓸신잡’과 같은 느낌의 책이라고 보면 될 것 같다. 지식을 받아들이는 데 피로함이 느껴지지 않는 저자의 글솜씨도 한몫한다. 내 삶에 도움이 될지 안 될지 모르겠다만 그래도 알아두면 유익한 지식을 재미있고 맛있게 얻을 수 있다.     


또한 저자가 실제로 방문했던 공원과 공간에 관해 쓴 책이어서 그런지 여행책 같은 면모도 돋보인다. 마치 나와 함께 공원을 산책하며 그곳의 매력을 소개해 주는 것 같았다. 특히 미국대사관 직원 숙소였던 송현동 공터가 귀환하며 서울 도심에 숨통을 틔웠다고 극찬한 부분은 책을 다 읽은 후에도 머릿속을 맴돌아서 임시개방이 끝나기 전에 꼭 가겠노라 다짐했다.     


도시 생활에 지쳐 휴식이 필요하지만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를 때는 책 끝에 수록된 공원 리스트를 참고해 봐야겠다. 나에게 맞는 공원을 찾아 위로와 환대를 만끽해야지.  


*이 글은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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