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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후투티 Feb 06. 2024

체코에서 인턴하기 [1]





지난 편 나만의 작은 프로젝트 [2]는 블로그나 소설 쓰기를 프로젝트로 상정하고 자율적으로 했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었다. 프로젝트를 완료한 성취감은 나를 계속 살아가게 함을 깨달았다.



첫 소설 쓰기 프로젝트가 끝나고 두 번째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아직 첫 번째 소설은 세상에 내어 놓을 엄두가 나지 않았다. 무거운 주제를 담고 있었고, 무엇보다도 양이 많았기 때문에 퇴고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릴 예정이었다. 그래서 더 대중적이고, 더 가볍고, 먼저 세상에 내어 놓을 두 번째 소설을 썼다. 한 번 소설을 처음부터 끝까지 쓰고 나니까 두 번째를 쓸 때는 속도가 더 빨라졌다. 소재가 생각날 때마다 핸드폰 노트 앱이든, 공책이든 적었다. 꿈을 꾸고 영감을 받아서 적어 놓을 때도 있었다.



그 해 여름방학 때 미국 엘에이에 두 달 지내게 되었다. 언니가 미국에 있는 회사에서 인턴으로 일하고 있었기 때문에 언니 집에서 묵었다. 엘에이를 베이스캠프 삼아 미국 이곳 저곳을 다녔다. 엄청난 경험이어서 지금도 말이 안 된다고 느껴진다. 애초에 내 생에 미국에 올 수 있을 거라 생각하지 못했다. 유럽을 경험한 뒤 미국에 가니 나만의 통찰이 생겼다. 미국은 1차로 유럽 이민자가 세운 나라이기 때문이어서 그런지 유럽 형식의 건물, 의복, 사고방식, 종교가 뿌리내리고 있었다. 눈으로 직접 확인하니 머리에 정보가 엄청나게 들어왔다. 지평이 넓어진다는 것은 이런 걸 말하는 것이겠지.



미국 여행을 다녀오니 나는 대학교 4학년이 되어 있었다. 취업을 걱정할 시기였다. 판타지 소설 쓰는 것이 즐거우니 언젠가 작가로서 책을 내고 싶지만, 창작도 경제적 환경이 뒷받침되어야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내 전공을 살려 체코에서 일하면 어떨지 생각해 보았다. 그래서 부랴부랴 준비해 체코에 있는 한국 회사의 인턴이 되었다. 영어와 체코어를 쓰는 국제적인 환경에서 일해 보고 싶었고, 체코에서 장기적으로 근무를 할 만한지 알아보고 싶었다. 또한 이전에 체코에서 체류할 때는 코로나 때문에 다니지 못했던 유럽 여행도 다니고, 두 번째 소설도 마무리 짓고, 블로그도 계속 운영하기로 계획했다.



내가 들어간 회사는 자동차 차체 제조 회사여서 공장이 옆에 붙어 있었다. 주말 이틀은 여행을 가거나 밀린 집안일을 하거나 밥을 해 먹기에 바빴다. 체코어를 살려서 일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었다. 체코에서 오랫동안 산다는 것도 힘든 일이었다. 쉬운 일이란 없는 것이니 정정하겠다. 나의 적성에 맞지 않는 일이었다.



두 번째 소설은 결국 마무리짓지 못했다. 물론 인턴 기간 6개월 동안 마무리짓지 못한다고 큰일이 나는 것은 아니었다. 희망사항일 뿐이었으므로, 인턴이 끝나고도 계속 쓰면 되는 일이었다. 블로그는 목표한 대로 꾸준히 했고, 이 시기에 브런치 작가로도 등록이 되었다. 인턴 기간이 종료되고 인사 담당자가 내게 물었다. 여기서 계속 일하시겠습니까?



나는 기로에 서 있었다. 체코에 계속 남을 건지, 아니면 한국으로 돌아갈 것인지.



이후 내가 어떤 결정을 내렸는지 이야기하기 전에, 다음 편에서는 체코인과 일하면서 느낀 것들에 대해 말해볼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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