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란 무엇인가 (김영민) 어크로스
.
.
*내용: 김영민 교수님의 '공부란 무엇인가' 칼럼 모음(공부법 아님)
*감상: 유쾌한 드립의 향연
*추천대상: 대학생
*이미지: 자판기(가 아니다)
*내면화: 나에게 공부란?
.
.
글을 재미있고 맛깔나게 잘 쓰시는 교수님의 글.
연재 형식의 글들이라 단편적인 점이 아쉽긴 하지만, 읽기는 수월했습니다.
대학 교수님 답게, 입시 중심이 아니라 거시적이고 본질적인 입장에서 '공부'에 대해 열변을 토하십니다. 넓고 얕게 많은 생각을 자극해준 책이었습니다.
.
.
"학교(강의)는 돈을 내고 사 먹는 자판기 같은 것이 아니다."
이 말이 계속 맴돌았습니다. '교육서비스'라는 말과 함께 교육은 점점 화려해지고 친절해지고 있습니다. 학생, 수강생은 배우는 입장보다 소비자의 위치에서 선택하는 입장이 되고, 입맛에 따라 취향에 따라 고르게 됩니다. 수많은 학교(강의)는 자판기의 커피들처럼 선택받기 위해 애쓰게 되고, 공부의 본질은 점점 멀어집니다.
.
.
어려운 문제죠. 입시와 취업, 자기계발과 재테크 공부도 공부긴 하니까요. 책에서 말하는 '간지'나는 '무용'한 공부, 인문학이 밀려서 아쉬울 뿐이지... 이 인문학마저 '효용성'을 증명해야 하는 시대가 되었다는 것도 인정해야겠네요. 이 강의를 들으면 이런 점이 좋습니다! 당신의 인생이 달라집니다! 눈에 띄는 변화가 있을 것입니다! 실용 꿀팁! ㅠㅠㅠ 저또한 자유로울 수 없...ㅠㅠㅠ
.
.
'마라톤'을 한 사람은 '걷는 것'이 휴식인 것처럼, 일상의 공부가 휴식처럼 편안해지길 기대해봅니다. 그러다 장벽을 만나고 '자기 갱신'의 경험을 즐겁게 맞이할 수 있기를, 계속 적극적인 자세로 공부해야겠습니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
.
- 이곳의 삶은 급행열차와도 같다. 다들 전전긍긍하는 마음으로 어느 역에든 서지 않아도 좋으니, 창밖을 내다보지 않아도 좋으니, 목적지에 빠르게 도착하기만을 원한다. 목적지에 도달하기 위한 게임의 규칙이 불공정하다고 생각하기에, 누군가 먼저 목적지에 도착하더라도 상대의 성취를 인정하지 않고 시기하며, 먼저 도착한 이의 휴식을 방해하고, 뒷담화에 열을 올린다. 그러나 이 불공정 경쟁을 포기할 수는 없다. 경쟁에서 패하면 자칫 이 사회의 노비로 전락할 수 있으므로 물론 경쟁의 종착지에 무엇이 기다리는지는 모른다. P.9
.
- 이탈리아의 예술가 피에르 파울로 파졸리니는 태양은 뜨겁고 세상에는 쓰레기뿐이라고 말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살아간다. P.10
.
- 모순이나 긴장 없는 삶이 가능할까? 그럴 리가. 삶 속에는 서로 잘 화해되지 않는 에너지가 공존하곤 한다. (…) 완벽한 직선이란 실제 세상에 존재하지 않듯이 완벽하게 일관되고 통합된 삶이란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다. P.36
.
- 누군가를 진보나 보수로 단정해버렸을 때는 보이지 않던 시대의 문제가, 사실은 그가 진보적인 동시에 보수적인 인물임을 발견했을 때 비로소 드러나는 경우도 있는 것이다. 공부하는 이가 할 일은, 이 모순된 현실을 모순이 없는 것처럼 단순화하는 것이 아니라 복잡한 모순을 직시하면서 모순 없는 문장을 구사하는 것이다. P.42
.
- 제목을 붙이는 과정에서 학생은 자신이 쓴 글의 내용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해볼 수 있다. 그리고 제목 붙이기는 전체와 부분의 관계, 그리고 ‘대표’ 혹은 재현이라는 개념에 대해 생각해볼 좋은 기회를 제공한다. P.61
.
- (수업 시간은) 자기 입맛대로 먹는 시간이 아닙니다. 선생은 선생대로 학생은 학생대로 수업을 풍요롭게 만들기 위해 할 일이 있습니다. 학생 역시 선생만큼이나 적극적으로 수업에 임해야 합니다.
.
- 예술가 패티 스미스가 한 말의 변주였던 것 같다. “나는 왜 공부를 하는가? 그저 살기만 할 수가 없어서.” P.81
.
- 호기심에서 출발한 지식 탐구를 통해 어제의 나보다 나아진 나를 체험할 것을 기대한다. 공부를 통해 무지했던 과거의 나로부터 도망치는 재미를 기대한다. (…) 자기 갱신의 체험은 자기 스스로 자신의 삶을 돌보고 있다는 감각을 주고, 그 감각을 익힌 사람은 예속된 삶을 거부한다. P.82
.
- 지식 탐구를 통해 자신의 어떤 부분이 달라지는가? 지식이 깊어지면, 좀 더 섬세한 인식을 하게 된다. P.82
.
- 누군가 어떤 대상을 통해 너무 과도한 일반화를 일삼는다면, 혹은 너무 흐릿한 언어를 동원하고 있다면, 혹은 지식을 떠먹여준다는 명분하에 너무 쉬운 말만 늘어놓고 있다면, 듣자마자 쉽게 이해가 가는 이야기만 늘어놓고 있다면, 잠깐의 공부를 통해 많은 것을 이룰 수 있다고 약을 팔고 있다면, 이는 거의 반 사회적 행동에 가깝다. P.85
.
- 현실적으로 무슨 이득을 가져다주는지 언뜻 불분명한 일들에 성심껏 종사하는 이들에게는 자기 통제력을 놓지 않은 파계승 같은 ‘간지’가 감돈다. P.87
.
- 자신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개진하는 일을 몸에 익히지 않은 사람이 어느 날 갑자기 자기 의견을 잘 표현하게 되는 경우는 드물다. 먹어도 살이 잘 안 찌는 체질 같은 건 없을지 몰라도, 공부해도 지식이 잘 안 찌는 체질은 있다. 자발성이 장착되어 있지 않은 사람이 바로 그렇다. 아무리 지식을 퍼먹어도 머리에 많은 것이 남지 않고 다시 밖으로 빠져나간다. P.125
.
- 일단 공부가 궤도에 오르면 그럭저럭 진행하게 되는 법. 그렇다면 공부하는 과정보다 어려운 것이 고된 공부를 하려고 마음먹는 일이다. 쉽지 않은 공부는 늘 결기를 요구한다. 스스로 동기를 부여하기 어려우면, 동기가 생기지 않을 수 없는 메커니즘을 만들어야 한다. P.126
.
- 창의적이 되기 위해서는 용기뿐만 아니라 유연성도 필요하다. 용기만 있을 뿐 유연성이 부족하면 큰 각도로 꺾어서 새로운 길을 가기 어렵다. 육체와 마찬가지로 정신도 스트레칭이 필요하다. (...) 평소의 습관을 넘어서려면 평소 이상으로 소비할 여유분의 에너지가 있어야 한다. P.135
.
- 정독은 적어도 세 가지 종류의 훈련을 필요로 한다. 첫째, 그 책의 저자가 침묵하는 내용을 읽어낼 수 있어야 한다. (…) 둘째, 책 내용을 근저에서 뒷받침하고 있는 가정과 전제들을 재구성할 줄 알아야 한다. (…) 셋째, 비판적 독해를 할 수 있어야 한다. P.144
.
- 서평이란 무엇인가
먼저 책 내용에 대한 적절한 요약이 필요하다. (…) 책을 소개하는 글이라면, 하나의 전체로서 그 책이 말하는 것이 무엇인지 요약할 수 있어야 한다. P.147
.
- 한 개인이 공부할 때도 자신이 필요로 하는 자료를 잘 정리해두고, 자기 나름의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는 일이 중요하다. P.159
.
- 좁아터진 정신의 방광을 떠나려는 오줌처럼, 거세게 시작되어 용두사미로 끝나는 연설이 예리한 질문으로 연결되는 경우는 드물다. (...) 정신적 노상 방뇨의 특징은 상대의 관점과는 동떨어진 자신의 관점을 선포하는 데 열중한 나머지 발표자와 접점을 찾는 데는 소홀히 한다는 점이다. P.167
.
- 상식은 생각보다 힘이 세다. 어떤 사람들은 어떤 것이 그저 익숙하기에 그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당신이 경험적 지식과 논리적 훈련과 날렵한 상상력으로 단단히 무장하지 않은 한, 당신이 상식을 쓰러뜨리기 전에, 상식이 당신을 패대기칠 것이다. P.175
.
- 그리하여 강연자는 단지 자신의 머릿속에 든 것을 내뱉는 데 그치지 말고, 자신의 강연이 끝났을 때, 강연장을 떠나는 이들 머리에 무엇이 들어 있기를 바라는지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 저자 역시 독자가 책을 덮었을 때, 독자 머리에 무엇이 들어 있기를 바라는지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 P.185
.
- 비판이 필요하다고 해서 막말을 비판으로 혼동해서는 안 된다. (…) 그러나 공격적인 논평과 예리한 논평은 다르다. 예리한 비판을 제기해야 할 순간에 불필요한 공격성을 드러내면, 그것은 미성숙의 표지일 뿐이다. P.209
.
- 비판을 하는 사람은 어떤 덕성이 필요한가
첫째, 상대 주장의 약점보다는 강점과 마주하여 비판적인 논의를 해야 한다. (…) 둘째, 비판을 불필요하게 길게 할 필요는 없다. P.211
.
- 지성에 기반한 토론
먼저 자기 견해를 가진 사람이 되어야 한다. 토론이란 다른 견해를 가진 사람들이 만나서 하는 것. 견해가 없으면 토론이 아예 시작될 수도 없다. P.215
.
- 토론의 장은 다양성을 확보하기 위해 온갖 다른 의견을 긁어모아 취향의 박물관을 만드는 곳이 아니다. 토론의 목적은 다양성을 무한정 확보하는 것이라기보다는 다양한 의견을 취합하여 좀 더 나은 지점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좋아하는 것과 타당한 것을 구별할 수 있어야 한다. P.216
.
- 사회자가 토론의 규약을 선제적으로 정해두는 것이다. 특히 상식이 통할 거라고 믿기 어려운 사람이 많을수록 규약을 철저히 해둘 필요가 있다. P.227
.
- 발제가 ‘논제를 정리하여 제기’한다는 뜻이라면, 그 해석은 결국 문제의 제기로 이어져야 한다. (…) 참석자들이 공유하고 있는 지식에 기초하여 분석적 논의를 해야 한다. (…) 주어진 텍스트와 제한 시간을 고려하여, 충분히 다룰 수 있는 규모의 질문을 제기해야 한다. P.235
.
- 학교는 아쉬울 때 갑자기 나타나서 자신이 원하는 서비스만 받아 챙겨 떠나는 곳이 아니다. P.242
.
- 좋은 수업이란 정보량도 상당해야 하지만 정보를 꿰뚫는 안목 시야 관점을 부여해야 한다. P.249
.
- 평소에 걷기만 하는 사람은 걷는 일조차 고역이겠죠. 그러나 마라톤을 하는 사람에게 걷는 일 정도는 휴식입니다. 평소에 책을 별로 안 읽는 사람은 책 읽는 일이 휴식이 될 수 없겠죠. 평소에 아무것도 읽지 않는 이에게는 읽는 것 자체가 고역이겠죠. 그러나 평소에 어려운 책을 읽는 이에게 어지간한 독서는 다 휴식이 됩니다. P.26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