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리뷰 #먼저온미래 #장강명 #동아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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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 알파고 이후 바둑계에 먼저 온 인공지능 시대에 대한 탐구
*감상: 이미 와 있었다... 흥미진진... 끄덕끄덕... 불안불안...
*추천대상: 바둑 좋아하는 분
*이미지: 바둑
*내면화: 내가 맞이할 미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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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승부>를 재밌게 봤었습니다.
실제 바둑의 왕이었던 조훈현과 그의 제자 이창호의 이야기입니다.
바둑에 관심이 많지 않았지만, 이 영화를 찾아서 보게 된 것은
<유 퀴즈>에 나온 조훈현 프로님 덕분이에요.
청출어람의 과정과 재도전, 포기하지 않고 성장한 이야기가
굉장히 흥미롭게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그 영화와 방송 덕분에 바둑에 관심을 갖고
이 책을 더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바둑 세계에 먼저 온 미래를 다루고 있기 때문이에요.
바둑이라는 고급 예술이자 마인드스포츠가
인공지능 때문에 판이 바뀐 이야기가 놀랍습니다.
가장 인간적인 인사이트, 직관의 힘이 발휘되는 것처럼
느껴지는 바둑의 세계도 아주 손쉽게 함락시키는 AI의 힘.
정말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작가는 이 바둑계의 변화를 문학계에 대입하며 걱정해요.
사실 모든 영역의 사람들이 다 걱정할 문제입니다.
도구라고 하다가, 동업자라고 하다가, 잡아먹히는 것이죠.
결과를 넘어 기존의 가치관 자체가 잡아먹힙니다.
나의 생각과 신념보다 인공지능이 제시해주는 것을 더 의지해요.
인공지능이 제시해주는 새로운 '정석'이라니, 슬픕니다.
다큐멘터리 시리즈로 다루면 좋겠다는 생각도 해봅니다.
『1984』가 그리는 미래는 정말이지 끔찍하고 무섭다. 그래서 사람들은 행동을 바꿨고 우리는 그런 미래를 맞지 않았다. 『멋진 신세계』가 그리는 미래는 그 정도로 끔찍하고 무섭지는 않다. 그래서 사람들은 행동을 바꾸지 않았고 우리는 『멋진 신세계』가 그린 것과 비슷한 미래를 맞았다.
마지막 비유가 정말 흥미로웠어요.
우리는 조지 오웰의 <1984>를 미리 읽고
전체주의에서 벗어나 이런 미래를 예방하고 피했어요.
하지만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는 미리 읽었지만
막지 못하고 그러한 미래를 향해 가고 있습니다.
무슨 차이일까요?
둘 다 걱정은 했는데, 왜 행동은 다를까요?
아직 늦지 않았습니다.
주체적인 삶을 지키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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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말 이세돌 9단이 프로바둑계에서 은퇴했다. 그는 뉴스 프로그램에서 은퇴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저는 바둑을 예술로 배웠는데 인공지능이 나오면서 사실 이게 예술이라고 말을 할 수 있을까 의문이 든다. 일종의 게임이 된 거 같다. 그런 점이 굉장히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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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9단은 언론 인터뷰에서 “만약 AI나 인터넷을 보지 않는 프로기사가 있다면 바둑을 포기한 사람”이라고 말했다.7 기사들은 바둑 AI 프로그램으로 수를 검토해 봤느냐는 의미로 서로에게 ‘돌려봤어?’라고 물었다.
“명확하게 말씀드리면 알파고 이전의 책들은 모두 폐기해야 해요.” 조혜연 9단
제가 생각하는 모든 수를 다 교정해야 하는 처지에 몰린 거예요. 이게 어떤 느낌이냐 하면 ‘아, 이런 수는 인공지능이 나쁘다고 하니까 바꾸자’ 그런 수준이 아니라, 제가 믿어왔던 모든 이론과 가치체계가 부정당하는 느낌이에요. 포석을 포함해서 바둑에서 일어나는 모든 변화에 대한 판단이 바뀌었어요.
저는 30년 동안 두던 제 바둑을 바꾸는 길을 택했어요. 학생들한테도 AI 수법을 가르쳐요. 하지만 매일매일 이게 정말 내가 생각하는 바둑이 맞는가 하는 생각을 해요. 저와 비슷한 세대의 많은 프로기사가 바둑을 그만뒀습니다.”
요새는 프로기사의 바둑도 AI 추천수와의 일치율이 얼마나 높은지에 따라 잘 뒀냐, 못 뒀냐를 평가해요. 그리고 AI는 모양이고 뭐고 없어요. 옛날에 바둑을 배운 저로서는 ‘저걸 저렇게 둔다고?’ 하고 놀라다가 막상 그 수가 좋다고 하면 납득이 안 될 때도 있죠. 내가 지금까지 정답으로 알고 있던 것들이 정답이 아니게 됐으니까요.
‘바둑의 패러다임이 완전히 바뀌었다, 우리가 생각하고 있었던 정답이 정답이 아니게 됐다, 이제 마음대로 둬도 된다’ 하는 생각이었죠. 그런데 다시 ‘알파고 정석’이 생겼어요.
지금은 비틀 수가 없어요. AI가 정해주니까. AI를 사용하면 이길 확률이 바로 뜨니까 ‘이 수는 아웃’ 이렇게 돼요. 전보다 더 견고한 성에 답답하게 갇혀버린 느낌이에요. 바둑이 싫어진 건 아니고, 바둑을 좀 잃어버린 기분이에요. 내 마음대로 생각하고 내가 그릴 수 있는 그림을 뺏겨버린 느낌.”
지금 AI 공부를 아예 안 하면 시합에서 한 판도 못 이겨요. 어쨌든 먹고살기 위해서 승부를 하는 사람은 이 AI 시대를 무한긍정하면서 가야 하기는 하거든요. 그런데 AI 수법을 거부하고, 이걸 공부하느니 나는 그냥 바둑을 안 한다고 하는 분이 꽤 많아요.
사람은 의미 있는 일을 자신이 잘해내고 있다고 믿을 때 긍지를 얻는다. 나는 다른 직업에서도 인공지능으로 인해 긍지를 잃을 사람이 많아지리라 생각한다. 인공지능은 우리 예상보다 훨씬 넓은 영역에서 어떤 일의 의미와 인간의 유능함을 납작하게 짓눌러 버릴 것이다.
“프로기사들이 복기를 어려움 없이 하고 예전에 둔 바둑들을 잘 기억하는 이유는 그게 다 스토리로 연결되기 때문이에요. ‘여기에 내가 돌을 둘 때 무슨 생각을 했다, 상대는 그에 대해 어떻게 반응했다, 그때는 내가 이 길로 갔고 상대는 이렇게 뒀다’ 그런 식으로 다 연결이 되어 있어요.
신진서 9단에게는 조훈현, 이창호, 이세돌 같은 선배 기사들과의 큰 차이점이 있다. 인간이 아닌 인공지능을 스승으로 삼았다는 사실이다. 사실 젊은 기사들은 모두 인공지능의 바둑을 연구했으므로, 신 9단을 ‘인공지능의 바둑을 배우는 데 가장 성공한 사람’이라고 부를 수도 있으리라.
신진서 9단은 ‘처음에는 AI를 따라 하는 것이 내키지 않았다, 또 AI의 수들이 과연 정답인지 의심스럽기도 했다’라고 고백했다. 하지만 ‘AI와 바둑을 두며 자신이 틀렸고 AI가 옳다는 걸 몸으로 느꼈다’라고 했다. 그는 “그 뒤로는 AI를 따라갈 수 없는 실력이지만 그래도 닮게 두기 위해서 굉장히 노력했어요”라고 말했다.
만약 내가 소설 쓰는 법을 그런 식으로 인공지능에게 배운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 상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인공지능이 쓸 문장을 예상해서 쓰고, 인공지능이 실제로 쓴 문장과 내 문장을 비교하고, 내 문장을 지우고, 인공지능이 쓴 문장을 외우려 애쓴다. 그 일을 하루에 몇 시간씩, 다음 날 어떤 중요한 행사가 있건 매일 한다….
‘얼마나 인공지능처럼 두는가.’ 이것이 프로기사들의 실력을 평가하는 척도가 되었다. 2010년대 후반 바둑계에서는 ‘AI 일치율’이라는 개념이 생겼다. 어떤 인간 기사가 인공지능이 추천한 수대로 돌을 둘 확률을 가리키는 말이다. ‘AI 일치율이 높다’라는 말은 곧 그 기사가 강하다는 뜻이었다.
즉 그 시점에 해당 분야의 일류라고 볼 수는 없는 사람들, 현장의 최전선에서 밀려난 사람들이 인문학 포럼 같은 데서 할 것 같다. 그 포럼에서는 이런저런 논의가 오가겠고 어쩌면 깊은 통찰이 나올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 말들은 기본적으로 무력한 언어들이다. 그 업계에서 영향력 있는 플레이어들은 ‘인공지능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라는 고민에 빠져 있어서, 그런 인문학 포럼에서 나오는 이야기에 별 관심이 없을 것이다.
“모두 인공지능을 따라 배우고 두다 보니 계속 봤던 포석들이 나오고 또 나온다”라며 “시각적으로 매우 피곤하고 고통스럽다”라고도 말했다.
인간 기사들이 속한 바둑계는 갑자기 평평해진 듯했다. 바둑계 인사들은 대체로 알파고의 등장 이후 인간 기사들의 실력이 상향평준화됐다는 데 동의한다.
제 목표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바둑을 두는 것이라고 대답했어요. 지금도 그 생각에는 변함이 없어요. AI한테는 실력이 발끝에도 미치지 못하고 이제 저보다 강한 기사들도 많죠. 그래도 제 바둑을 보는 분들이 ‘이 사람은 뭔가 자기만의 생각을 갖고 바둑을 두는구나, 자기만의 작품을 만들어 나가는구나’ 하고 생각해 주시길 바랍니다. 보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바둑을 두고 싶다는 생각은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거 같아요.”
어떤 일을 인공지능이 인간보다 더 잘할 수 있다면 그 일을 둘러싼 사회적 맥락이 바뀌며, 그 일이 우리에게 주는 재미도 바뀔 것 같다. 재미가 완전히 사라지지 않더라도 말이다.
인공지능이 우리를 귀찮은 잡무에서 해방시켜 주고 덕분에 우리가 여가시간을 고상하게 즐길 수 있을 거라는 전망은 설득력이 없다. 지난 95년 동안 등장한 수많은 신기술은 우리 사회에 그런 식으로 적용되지 않았다. 애초에 그 방향을 의도하고 만들어지지도 않았다
애써 아닌 척해봐도 콘텐츠와 책은 다른 거고, 크리에이터와 작가도 다른 거다. 책은 글자로 돼 있고, 작가는 글자로 작업한다. 책의 본질이 굿즈나 토크에 담길 리도 없다. 우린 다 책이 좋아서 이 일을 시작했는데, 지금 뭘 하고 있는 거지?1
애니메이션 회사가 앞으로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가를 왜 AI 회사가 좌지우지하는가?
프로기사가 추구해야 하는 삶의 방식을 AI 회사가 함부로 규정해도 되나?
문학작품을 읽고 쓰는 방식을 인공지능이 멋대로 바꿔도 되나?
자신이 공부를 더 하면 알파고처럼 둘 수 있다고, 50년 전으로 돌아간다면 더 열심히 공부해서 알파고를 이길 거라고 했다.2
이런 마음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침략자 백인의 총을 향해 칼이나 도끼를 들고 돌진하는 제3세계 원주민들의 처절한 투지처럼 봐야 할까
『1984』가 그리는 미래는 정말이지 끔찍하고 무섭다. 그래서 사람들은 행동을 바꿨고 우리는 그런 미래를 맞지 않았다. 『멋진 신세계』가 그리는 미래는 그 정도로 끔찍하고 무섭지는 않다. 그래서 사람들은 행동을 바꾸지 않았고 우리는 『멋진 신세계』가 그린 것과 비슷한 미래를 맞았다.
가치의 근원을 설명하고 우리가 그걸 다룰 수 있게 해주는 인문학이 필요하다. 인간성이 무엇인지, 가치가 무엇인지 설명하지 않으면서 가치를 훼손하지 않는 기술을 만들어 달라고 기술자에게 주문할 수는 없다. 인간적인 과학기술을 만드는 것이 과학기술인의 임무라고 말하는 순간, 인간적인 과학기술을 규정할 권리를 과학기술인에게 넘기게 된다. 지금 많은 사람이 바로 그런 실수를 저지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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