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잘러의 어휘력
누구나 미끄러질 수 있다
SNS에서 화제가 된 사건이 있습니다. 한 공무원이 주말에 초과 근무를 하던 중이었어요. 일을 하면서 갈증이 났는지 맥주를 한 캔 따서 홀짝홀짝 마셨습니다. 그리고도 마음이 허했는지, 맥주캔이 놓인 책상을 사진으로 찍어 SNS에 올렸어요. ‘맥주! 너 내 동료가 돼라!’라는 멘트와 함께 말이죠. 사진 찍은 책상에는 업무 중이던 서류들도 조금씩 보였습니다. 직장인의 사소한 일탈인가 보다 생각했던 이 사진이 한 익명 커뮤니티에 올라오면서 화제가 되었고, 국민신문고에 민원을 넣은 사람도 있었어요. 결국 이 공무원은 ‘품위유지 의무 위반’으로 징계를 받았습니다.
사람들의 반응이 더 흥미로웠습니다. ‘주말인데 뭐가 큰 문제냐’, ‘더운 날에 맥주 한 잔 먹으면 일이 더 잘 된다’, ‘SNS에만 안 올렸으면 되는데 아쉽다’며 옹호하는 목소리도 있었고 ‘정신 상태가 문제다’, ‘사진에 서류 내용이 보였기 때문에 위험하다’, ‘저건 단면이고 직장 생활은 더 개판일 거다’라며 더 강한 징계가 필요하다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요?
이건 비밀이야!
대외비(對外秘)는 대할 ‘대(對)’, 밖 ‘외(外)’, 숨기다 ‘비(秘)’가 합쳐진 말로 외부에 대해서 지키도록 한 비밀을 의미합니다. 영화에서 보면 중요한 1급 대외비 문서를 지키려는 자와 빼돌리려는 자들이 갈등을 일으키는 모습을 많이 볼 수 있어요. 중요도에 따라 다양한 급이 있습니다.
국가나 회사 등 다양한 조직에서 비공개 자료를 가지고 있고, 자격을 소지한 사람만 자료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심지어는 중요한 회의 일정, 회의에서 나눈 내용 등을 모두 대외비로 부치기도 해요. 가장 많은 이슈는 고객의 개인정보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을 때입니다.
기술이 외부로 빠져 나가면 지적 재산권이 침해당할 수도 있고, 경영 전략이 밖으로 새나가면 주가에 큰 영향을 미칠 수도 있습니다. 내부에선 익숙해진 상황이라 둔감하게 느낄지 모르지만 외부로 나갈 때는 큰 파장을 일으키기도 해요. 특히 디지털 업무 환경이 늘어나면서 더 쉽고 빠르게 퍼져나갈 수 있는 네트워크환경이 큰 위험 요소입니다. 그래서 점점 더 보안 기능이 중요해지고 있어요.
*회의 내용은 대외비로 외부에는 비공개됩니다.
*고객 신상 정보는 대외비로 부쳐 두었습니다.
비밀을 지켜라
지금은 많은 업무들이 디지털로 전환되면서 디지털 보안이 강화되고 있어요. 회사 컴퓨터에는 외부 USB 접속을 금지한다거나, 외부 메신저와 메일 사용을 막기도 합니다. 회사에서 제공한 노트북만 사용하게 하고, 직원들에게만 회사 네트워크 아이디를 발급하기도 해요. 모두 내부 자료가 외부로 빠져나가지 않도록 막는 겁니다. 극성이라고 할 수 있지만 그만큼 보안이 중요한 시대입니다. 잠깐 방심했다가 어떤 일이 생길지 모릅니다. 파일 하나 잘못 다운 받아도 사내 네트워크로 바이러스가 퍼질 수 있으니까요. 또 내부 기술이 유출되거나 고객의 개인정보가 빠져나가는 상황들이 계속 생기고 있기 때문에 보안불감증은 위험해요.
업무 자료도 중요하지만 흘러가는 말들도 조심할 필요가 있어요. ‘나만 아는 비밀’처럼 회사 기밀들을 술자리나 카페에서 손쉽게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많이 봅니다. 나쁜 의도가 없을 수 있어요. 흥미로운 이야기에 사람들은 귀를 기울이고, 말하는 사람은 관심을 받겠지만 그것도 보안불감증일 수 있어요. 요즘은 SNS익명 게시판이 그 역할을 대신하기도 하는데, 주의해야 합니다. 다른 친구의 소중한 비밀을 가십거리처럼 전하는 사람에게 정이 떨어진 적 있지 않나요? 여러모로 비밀을 지킬 줄 아는 진중한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징계는 무서워
비밀을 지키지 않으면 회사에 큰 피해가 갈 수 있어요. 그래서 벌을 받게 됩니다. 어떤 잘못을 했을 때, 그 잘못을 저지른 사람이 사건에 대해 자세히 적은 문서를 ‘경위서(經緯書)’, ‘시말서(始末書)’라고 합니다. 경위서에는 사건이 발생한 경과를 시간 순서대로 정리합니다. 사실에 기반하여 적어야 기관에서 판단의 근거로 삼을 수 있겠죠. 그리고 그 사건에 대한 생각과 향우 대처 방안 등을 담아요. 어른의 반성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경위서로 그치기도 하지만 사건의 중대함에 따라 징계를 받기도 해요. 공공 기관에서는 징계의 6단계를 ‘견책→감봉→정직→강등→해임→파면’으로 정해두고 있습니다. 잘못에 대하여 꾸짖거나, 월급을 줄이거나, 무급으로 일을 멈추도록 하거나, 직급을 내리거나, 해고를 합니다. 최대 징계인 파면은 해고를 하면서 퇴직금이나 연금을 줄일 수 있어요. 회사마다 조금씩 다르게 적용되어 여러 가지 불이익을 얻습니다.
*근무 중 음주는 견책 처분 대상입니다.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감봉 처분이 필요합니니다.
원칙을 지켜라
남의 일이라 손가락질하기 쉽지만, 저또한 크게 혼난 적이 있습니다. 평소 비용절감과 환경보호를 위해 이면지를 열심히 활용하는 편이에요. 이면지함에 있는 종이를 활용해 인쇄를 하기도 하고, 끄적끄적 생각을 정리하기도 했어요. 그리고 별 생각 없이 쓰레기통에 버렸는데, 그 종이 뒷면에 누군가의 이력서가 있었어요. 얼굴과 개인정보가 고스란히 담겨 있는 종이가 제 자리 쓰레기통에 있는 것을 본 상사에게 엄청 혼났습니다. 그런 자료를 이면지함에 둔 사람이 잘못이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저의 잘못도 있어 빠져나갈 구멍이 없었어요. 이면지에 회사의 기밀이라도 있었다면, 징계를 받았을 수도 있죠. 그때부터 이면지는 꼭 뒷면을 확인하고, 중요한 자료를 버릴 때는 바로 파쇄기로 처리해요.
누군가는 종이 하나가 뭐가 중요하냐고 할 수도 있어요. 모두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준은 다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조직 생활을 하면서 원칙을 생각해야 합니다. 지원자의 개인 정보 유출로 인해 회사의 이미지가 안 좋아진다면, 인재 채용에 큰 문제가 생깁니다.
결국 어떤 문제가 생겼을 때, 참고하는 것은 규정이에요. 과거에는 관습상 이어져 오던 악폐습도 많았어요. 이익을 위해서, 편리함을 위해서, 잘 몰라서 등등 다양한 이유로 어두운 길에 빠져듭니다. 또 알면서도 서로 잘못된 것을 알면서도 대수롭지 않게 넘어가는 경우도 많았어요. 하지만 이러한 요소들이 언젠가는 발목을 잡습니다.
요즘은 많은 곳에서 디지털로 업무를 진행해 데이터로 흔적이 남습니다. 또 여러 곳에 CCTV가 있어서 아무도 모르게 무언가를 하기는 힘듭니다. 스스로 조절하기 힘들 때는 항상 누군가 나를 지켜본다고 생각하며 원칙을 지키도록 노력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