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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퐈느님 Jul 18. 2016

[Ecuador] 바다사자와 수영을 할 수 있는 곳

생물 시간에 배웠던 그곳, 갈라파고스에 다녀오다(물속)

어린 시절, 아니 꽤 나이가 들고 나서도 물개, 혹은 돌고래나 고래와 함께 수영하는 것을 상상해본 적이 많다.

만화 영화 때문인지, 어린 시절 극장에서 봤던 프리윌리 같은 영화 때문인지 나는 어릴 적부터 수영도 못하면서 바닷속 생물에 대한 끝없는 애정을 가지고 있다.

회사라는 곳을 다니게 되고, 어느 정도 취미 생활을 즐길 수 있는 여유가 생기자 수영도 제대로 못하면서 스쿠버다이빙 자격증을 땄으니 말이다.

상상 속에서만 있었던 일들을 나는 갈라파고스의 바다 속에서 경험했다.


Under the Sea~ 언더더씨~♬

육지에서 만날 수 있는 동물들에 놀랐다면, 물속으로 들어가면 더 놀라게 될 것이다.

갈라파고스의 물속 생태계는 물 밖 못지않게 풍성했다.

숙소 가까운 곳에 있던 Tortuga bay, 또르뚜가 베이 (우리말로 굳이 바꾸자면 거북만?)의 해변가에서는 도착하자마자 상어를 보았다!

상어라니, 상어라니! 내 허벅지 길이만한 Baby Shark 였는데, 무릎도 오지 않는 깊이에서 헤엄치고 있던 것이었다.

해변에서 상어라니!!!

상어에 흥분해 바로 입수한 해변가 스노클링에서는, 수심 2m도 안 되는 곳에서 정말 많은 물고기 떼를 만날 수 있었다.

작은 물고기들이 한 두마리 씩 보이기 시작했다
정말 해변과 가까운 곳이었는데 이런 물고기 떼를 만날 수 있다. 사진엔 표현되지 않지만 조류가 심해 물고기 떼도 파도에 맞춰 춤을 추고 있는듯한 느낌을 줬다.

또르뚜가 베이에서는 잊지 못할 추억이 있다. 물고기 떼에 홀려 해변가에서 멀리멀리 바다 너머로 떠내려갈 뻔했다. 해변가에 있던 수영 잘하는 친구가 등장해 구해줬기에 망정이지, 하마터면 갈라파고스의 아름다운 생태계 자랑도 못할 뻔했던 것. 조류가 센 곳에서의 스노클링은 항상 주의해야 한다.

물 밖에서 휴대폰으로 찍은 사진. 무릎정도 깊이의 물에 들어가도 내 허벅지보다 큰 물고기 정도는 쉽게 만날 수 있었다.


스노클링 하다 바다사자를 만나도 놀라지 마시라

사람이 사는 섬도 섬이지만, 갈라파고스는 여러 개의 섬들이 모인 곳이다.

갈라파고스의 여러 섬들은 서로 거리가 꽤 있는 편이다. 배를 타고 편도에 2~3시간 정도는 소요된다.

조류가 심하기 때문에 무슨 투어를 하든, 어느 섬으로 이동하든 배에는 꽤 많은 사람들이 멀미를 하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괴로워한다. 평소에도 멀미를 하지 않지만 갈라파고스에서 여러 가지 투어를 하고 배를 타는 내내 단 한번도 멀미를 경험하진 않았다.


사람이 살지 못하는 작은 섬들도 꽤 많아 그 섬들 근처에 가서 서식하는 생물들을 만나는 투어도 꽤 많다.

여러 포인트를 가서 스노클링만 하는 투어를 했었는데, 스쿠버다이빙과는 또 다른 재미가 있었다.

면허도 없던 나에게 잠시 운전을 맡긴 보트 운전사. 나침반을 보는 법을 알려줬는데도 다른 방향으로 운전해 함께 투어하던 다양한 나라 사람들이 굉장히 불안해 했다고.

포인트에 도착하면 언제나 가장 먼저 물속에 입수했다.

스노클링 하는 중에 찍는 셀카

입수하자마자 물속에 고개를 넣어 본 것은 가오리!

등에 징이 박힌 것 같은 무늬를 가진 가오리. 예쁘다.

가오리를 시작으로 바다거북이나 예쁜 물고기들을 떼로 만날 수 있었다.

그렇게 흥분해서 포인트를 옮겨가며 스노클링을 하던 중, 고개를 돌려 보니 내 옆으로 바다사자가 헤엄치고 있는 것 아닌가!

너무 놀라 제대로 담지는 못했지만, 그나마 건진 사진

나를 스쳐가는 것 같이 가까이에서 돌아다니는 모습이라니!

물속에서 헤엄쳐 다니는 것과 물 밖에서 쉬고 있는 것은 봤었지만 내가 함께 바다사자랑 수영을 하고 있다니!!

자연과 인간의 공존, 정말 감격스러운 순간이었다.

작은 물고기의 이 정도 무리는 어딜 가든 쉽게 볼 수 있다. 해변에서도 보인다니까! 역시 센 파도에 몸을 맡긴 채 너울거리는 모습이 내 눈길을 빼앗았다.
불가사리

그렇게 한참을 스노클링을 한 덕에 내 몸에는 수트 자국이 선명하게 나버렸다.

반바지 수트 덕에 허벅지 중간부터 발목위까지 까맣게 타버렸다.

2~3년이 지나면 수트 자국은 사라지겠지만, 갈라파고스에서의 스노클링은 평생 잊고 싶지 않은 선명한 기억을 남겨주었다.


물 속에 보물이...!?

멕시코에서 석회암 지형이 만들어준 천연 수영장 세뇨테가 있듯 갈라파고스에도 암벽들이 둘러 쌓여 만들어진 Las Grietas 라는 천연 수영장(?)이 있다.

암벽이 둘러싸고 있어서 바닷물임에도 물이 고요해 수영하기에 좋다. (물론 깊었지만)

다이빙을 해서 물에 첨벙 들어가 보면 물이 꽤 차기 때문에 오래 놀긴 어렵지만 갈라파고스의 조류가 센 바다들에서 하기 힘든 수영을 마음껏 즐기기엔 딱 좋았다.


특히나 위에서 내려오는 햇살이 물과 어우러지면서 수영하는 내내 너무나 신비로운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마치 물 속에 보물이 빛을 발하고 있는 것 같은 그런 느낌.

발 아래서 빛이 뿜어져나오는 듯한 환상적인 분위기


상어를 볼 수 있었던 골든락 다이빙

물속의 이야기를 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은 바로 스쿠버다이빙이 아닐까 싶다. 동식물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도 갈라파고스는 천국과 같은 곳이기도 하지만 다이버들에게도 갈라파고스의 물 속은 꿈 꿔왔던 곳일 테니까.

동남아시아에서 스쿠버다이빙을 하더라도 바다거북이나 물고기 떼를 만나는 즐거운 경험을 할 수 있지만, 갈라파고스에는 더 다양한 어종이 있다고 한다.

하지만 조류가 세기 때문에 어느 정도 이상의 다이빙 경험을 갖춰서 갈라파고스를 방문하는 것을 추천하고, 그랬다면 환상적인 모습을 만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내가 간 곳은 Gordon Lock이라는 다이빙 포인트인데 갈라파고스 제도에서 가장 유명한 다이빙 포인트라고 한다. (적어도 오픈워터 어드밴스드의 자격증이 필요하고, 50회 이상의 로그를 요청하는 다이빙 샵도 많다고 한다.)

2년만에 스쿠버다이빙하는 나와 내 뒤로 유유히 지나가는 바다거북이

로그가 20회 미만인데다, 마지막 다이빙을 한 게 2년도 넘었다는 것. 그 두 가지에다 스노클링 하다 파도에 떠내려 태평양 멀리멀리 떠내려갈 뻔한 경험 덕에 조류에 대한 두려움이 더해져 굉장히 망설였었다.

다시 갈라파고스에 언제 올지 모르는 일이기에 큰 마음먹고 들어간 물속에서 여러 가지 상어 종류를 보았다.

특히 갈라파고스 인근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망치상어! 다이빙하느라 정신이 없어 카메라에 제대로 담지는 못했지만 물속에서 상어를 만나는 일은 정말 굉장히 설레는 일이었다.

상어가 잘 안보여 표시해두었다.
머리가 망치같이 생긴 망치상어

어느 시기에 가더라도 상어 무리는 쉽게 볼 수 있다고 했는데 나는 10마리 이상이 함께 다니는 것은 보지 못했으니 운이 그렇게 좋지는 않았나 보다.

물 속에서 만난 가오리 무리. 새들이 날아다니는 것 처럼 우아하게 수영한다.
바닥에 붙어있던 가오리. 이때만 해도 나에게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고 좋아했었다.
바다 거북이한테 눈길 줄 틈이 없었다.

하지만 두 번의 다이빙 중, 두 번째 다이빙에서 물속에 들어가서 5분도 안되어 나의 공기가 0이 된 것을 발견하는 충격적인 경험을 했다. 스쿠버다이빙을 해본 사람이면 누구도 만나고 싶지 않은 경험일 것이다. 문득 확인해본 공기 잔압계의 바늘이 0을 가리키고 있을 때의 공포감이란!

가이드에게 내 상황을 알리기까지의 시간 동안 내 호흡기에서 공기가 잘 안빨리는 경험을 했지만 물속에선 당황하면 안된다는 교육 덕이었는지, 하나라도 눈에 더 담고 싶어서였는지 가이드와 공기를 나누면서도 상어 무리와 같은 물속 풍경에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정말 공기가 0이 되던 순간을 포함해 가이드와 공기를 나눠 쓰는 민폐 다이빙은 잊지 못할 것이다. (스쿠버다이빙에서는 누구 한 명이라도 공기가 빨리 떨어지면 함께 내려간 그룹 전체가 올라와야 하기 때문에 공기가 갑자기 없어져버린 나는 우리 그룹에게 민폐를 끼친 것이다ㅠ)

어떻게 그렇게 빠른 시간 안에 공기가 0이 되었는지는 아직도 궁금하다.

가이드와 산소를 공유하느라 상어와 함께 찍혀버린 나
무슨 일이 벌어질지도 모르고 사진을 찍어달라는 나. 휴 다시 보니 한숨이 나온다.


내가 본 갈라파고스는 동물들도 사람을 두려워하지 않고, 사람도 동물들을 해치지 않는 곳이었다.

갈라파고스, 아니 야생의 동물들을 만난다면 주의해야 할 것들이 있다. 바닷가에 무심코 버리는 쓰레기들은 바다 생물들에겐 치명적인 죽음에 이르게 하는 도구가 될 수도 있고, 귀엽다고 함부로 만진다면 동족들에게, 심지어 부모에게도 버림받아 죽을 수도 있다.

갈라파고스에서 동물들과 함께 사진을 찍는 예. 원근감을 이용해서 이구아나, 펠리컨과 함께 찍은 나의 셀카들.

갈라파고스에서 보낸 시간은 정말 쏜살 같이 지나갔다. 가기 전에도, 머무르는 동안에도 내가 다시 여기에 올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갔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으니까.

자연과 인간이 조화롭게 산다는 것에 대해 느끼게 해주었고, 이 곳에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행복하게 해주었다.

수트 자국을 없애보고자 배에서 태닝 중

정말... 언제 다시 갈라파고스에 갈 수 있을까.

갈라파고스에서 바다사자와 수영하던 그 순간이 그립다.


<갈라파고스 여행을 계획하는 분에게 드리는, 가기 전엔 나는 몰랐던 간략한 팁>

갈라파고스에 들어가려면 비행기를 타고 섬으로 들어가는데 외국에서 바로 들어오는 비행기는 없다. 무조건 에콰도르의 도시를 거쳐야 한다.
또한 갈라파고스에는 많은 화산섬이 있지만 사람이 살고 머물 수 있는 섬은 크게 산타크루즈, 산크리스토발, 이사벨라 3개다. 이 섬들 중 공항을 가진 섬은 산 크리스토발과 산타크루즈 섬이다.
섬들끼리는 배로 이동이 가능하기 때문에 보통 갈라파고스 여행을 계획 중이라면 In-Out의 섬을 다르게 해서 각기 다른 섬을 관광하는 사람들이 많다. 섬 간의 이동이 편도 2~3시간 정도 걸리기 때문에(심지어 조류가 너무 심해 대부분의 사람들이 멀미를 한다) 들어가는 섬과 나오는 섬을 다르게 하는 계획이 갈라파고스를 좀 더 효율적으로 관광하는 방법이다.

크루즈 투어도 꽤 많은데, 하고자 한다면 갈라파고스에서의 체류 기간만 10일 이상이 필요할 수도 있으니 미리 확인하고 가는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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