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메뉴를 여러 번 잘 못 먹는 편이다. 그렇지만, 요즘 어쩐지 요리가 귀찮아져서, 요리를 게을리하며 한동안 배달 음식으로 끼니를 때웠다. 그러다 보니, 매번 나오는 일회용기들에 환경에 대한 죄책감이 들었고 무엇보다 가격대비 만족스럽지 못한 음식들 퀄리티에 실망하곤 했다. 이대로 배달을 시킬 순 없어서 다시 요리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다가 냉장고를 열어보니, 김장 김치가 보였다.
김치를 보니 떠오른 메뉴는 바로 카레였다.
카레라고 하면, 내게는 3가지로 나뉜다. 오리지널인 인도 카레, 이제는 익숙한 일본식 카레, 그리고 한국의 강황이 듬뿍 들어간 노란 카레다. 그중 좋아하는 순서라면, 인도> 일본> 한국이라 하겠다. 인도 쪽의 카레가 종류도 맛도 더 다양해서 덜 질리는 느낌이랄까. 하지만 인도 카레는 어쩐지 집에서 요리하긴 향신료가 충분치 않아- 주로 외식으로 맛보고, 대부분 내게 카레는 바로 일본식 카레이다.
이번에도 역시 일본식 카레를 한솥 만들자 생각하고는 바로 장을 봤다. 는 한국식 카레에는 감자, 당근을 넣지만- 일본식 카레를 만들 때는 감자는 너무 무겁게 느껴져, 감자는 넣지 않는다. 언제나 넣는 고정 재료라면 양파 정도이다. 그 외에는 매번 자유롭다. 매번 내키는 재료로 선택하는데, 이번에는 양파, 닭고기(안심), 브로콜리로 정했다. 남들은 어떨지 몰라도- 나는 카레 속 브로콜리를 제법 좋아하는 편이다.
그렇게 장을 본 후에는 간단히 고기와 양파를 볶다가, 고형카레를 물에 살짝 게어두 고는 넣어 함께 조금 볶아주었다. (물 없이는 게 어지지 않으니까) 그런 후, 물을 넉넉히 넣고 카레를 끓인다. 거의 막바지에 준비해 둔 브로콜리를 넣고, 브로콜리가 익을 정도로만 마저 끓여낸다.
아주 간단하게 며칠은 두고 먹을 카레가 완성되었다.
흰쌀밥에 먹는 것이 베스트지만, 냉동해 둔 잡곡밥들이 많았기에- 마지못해 잡곡밥을 꺼내든다.
김장김치를 꺼내 먹기 좋게 잘라한편에 함께 둔다.
국자로 카레를 듬뿍 담아 먹을 준비를 마친다.
밥과 카레를 먹는다. 조금 물린다 싶을 때,
시원한 김치를 먹어주면 어느새 입이 시원해진다.
다시 카레를 먹는다.
이렇게 카레와 김치를 반복하다 보면 어느새 한 그릇이 비워진다.
김치가 남으면 카레 한 스폼 더 가져와 맛보고
카레가 남으면 김치 조금 더 꺼내고-
이를 반복하다 보면 나도 모르게 한 스푼, 두 스푼 계속해서 먹게 된다.
분명 카레는 한식이 아닌데,
어쩜 이렇게 김치와 잘 어울리나 싶다.
이 두 조합이 내게는 최고의 퓨전요리이다.
요리가 귀찮다면,
잘 익은 김치가 있다면,
오늘 저녁 카레 한 솥 끓이는 건 어떤가요?
*도시락으로도 좋은 카레-밥-김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