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선택하고 있는 걸까, 따라가고 있는 걸까
우리는 오랫동안 기술을 사람을 돕는 도구로 여겨왔다.
불편한 점을 줄이고, 선택을 쉽게 만들기 위해서였다.
디자인 역시 사람을 이해하는 일에서 출발했다.
하지만 요즘의 기술은 조금 다르게 움직인다.
사람을 돕기보다는,
사람을 미리 정해진 방식으로 행동하게 만드는 쪽에 가깝다.
그 변화는 아주 조용하게 진행되고 있다.
이제 기술은 사용자에게 묻기보다 사용자를 가정한다.
이 사람은 무엇을 좋아할지, 어디에서 멈출지,
어떤 선택을 할지를 먼저 정해둔다.
우리는 선택하고 있다고 느끼지만,
실제로는 선택지 안에서 움직이고 있다.
사람은 점점 질문의 대상이 아니라
예측 가능한 패턴이 된다.
UX는 점점 더 매끄러워졌다.
생각하지 않아도 되는 흐름, 망설임이 없는 화면,
빠르게 끝나는 결정들.
편리해진 만큼, 우리가 멈춰 생각할 시간은 줄어들었다.
무엇이 좋은 선택인지보다 얼마나 빠른 선택인지가 더 중요해진다.
디자인은 늘 선택의 결과다.
무엇을 기본으로 둘지,
무엇을 예외로 밀어낼지에 대한 결정이다.
그래서 디자이너는 단순히
화면을 만드는 사람이 아니다.
어떤 사람을 기준으로 삼을지
조용히 정하는 사람이다.
기술이 인간을 설계하기 시작한 지금,
디자인은 다시 질문 앞에 서 있다.
우리는 사람을 더 편하게 돕고 있는 걸까,
아니면 사람을 다루기 쉬운 존재로 만들고 있는 걸까.
기술은 계속 앞으로 나아갈 것이다.
그렇다면 디자인은 어디에 서야 할까.
기술이 인간을 설계하는 시대에,
디자인은 과연 누구의 편이어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