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귀_빠진 날

혼자만의 생일을 보내는 모든 이들에게

by 황삼팔


귀 빠진 날. 생일을 일컫는 순우리말 표현이다. 출생하다를 속되게 이르는 말로, 분만 중 머리가 나오고 이어 귀가 보이면 큰 고비를 넘겼다고 여겨 귀가 빠졌다고 한 데서 유래된 말이라고 한다.


우리는 모두 큰 고비를 넘기고 태어났다. 생일은 두 사람의 생사가 오간 그날을 추억하고 기억하는 날이란 점에서 모두에게 특별한 날이 틀림없다.


아주 어린 시절에는 친구들을 불러 모아 생일 파티를 했던 게 생각나고, 조금 커서는 친구들이 챙겨준 선물들을 집에서 풀며 행복했던 기억이 선명하다. 성인이 되어서는 주로 생일을 혼자 또는 당시 만나던 친구와 함께 보내고는 했다.


누군가에게는 생일이 달갑고 모두에게 축복받는 날일 수 있지만, 나에게는 생일이 그렇게 좋지도 나쁘지도 않았던 날이었다.


최악의 생일은 전 직장을 다니던 날이었다. 새로 발령 난 얼마 되지 않았던 때였다. 당시 그 부서에서는 생일자를 위해 소액의 돈을 모아 전달하는 관습(?)이 있었다. 축하해 주자는 취지는 이해한다마는, 누군가에게는 부담이 될 수도 있는 그런 축하의 형태였다.


새로 그 부서에 온 지 어언 한 달도 채 되지 않았을 때, 내 생일이 다가왔다. 솔직히 마음속 한편으론 부담스러웠다. 그들 사이는 이미 꽤 끈끈해 보였는데, 새로운 인원이 충원되면서 더욱 끈끈해진 것으로 느껴졌다. 물론 발령 이후부터 내 생일날 사이에 부서원의 경조사도 있었고, 생일자도 있었다. 나도 경조사비용이나 해당 인원에 대한 생일 축하금을 내기도 했다. 하지만 그들이 진심으로 내 생일을 축하해 주기에는, 한창 눈치를 보며 적응하기에도 바쁜 그런 시기였다.


굳이 축하받고 싶은 생각도 없었고, 그런 기대도 없었다. 생일 당일날. 의도적으로 그날따라 내 눈을 피하고 부서 내에서는 냉기가 도는 듯한 느낌이었다. 부서 내 다른 생일자가 있었을 때는 단톡방에서 축하 메시지를 앞다퉈 전하기 바빴다. 그날따라 유독 얼어붙은 단톡방을 보며 그들도 나와 같은 마음이구나라는 것을 느꼈다.


굳이 축하받고 싶지 않은 사람들에게, 기분 좋은 생일날 이런 기분까지 느껴야 하나라는 생각에 헛웃음이 났다. 당시 차장이었던 분이 전화가 왔다. 그는 내게 짧게 축하 인사를 건넸다. 어찌 됐든 부서 대표로 전화를 한 듯한데 고맙기도 했지만, 전화를 끊고 난 뒤 씁쓸함이 더 몰려왔다. 내 최측근이나 당시 만나던 친구, 가족들에게 축하 메시지를 받는 것만 해도 충분했다. 내가 챙겨달라고 한 것도 아닌데, 저들은 왜 냉랭하게 나오는 걸까라는 생각에 웃기기도 했다. 오히려 그들의 티 나는 순수함이 관전 모드로 재밌게 생각되기도 했다. 나 같았으면 새로운 부서원의 생일에 그러지 않았겠지만, 한편으론 그들은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고 넘겼다.


그날은 그래서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생일을 보내왔던 내게 굳이 뽑는 최악의 생일로 기억된다. 지금은 웃으며 말할 수 있지만 당시에는 기분이 썩 좋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누구든 축하받지 않는 생일을 보내고 싶은 사람은 없다. 혼자만의 귀 빠진 날을 보내고 있을 누군가에게 전한다. 생일 축하합니다! 당신은 큰 고비를 넘기고 태어난 세상에서 가장 소중하고, 아름다운 존재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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