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 곧, 어른의 시간이 시작된다
<빨강머리 앤이 하는 말>을 쓴 백영옥 작가의 <곧, 어른의 시간이 시작된다>는 35만 독자의 뜨거운 요청으로 인해 10년 만에 재출간된 책이다. <빨강머리 앤이 하는 말>은 에세이를 잘 읽지 않는 내가 인상 깊게 읽은 책 중에 하나이기에, 그만큼의 큰 기대를 갖고 읽게 되었다.
역시는 역시였다. 보통은 일상생활 속에서 쓱 지나갈 수 있는 것들을 글감으로 만들어 글을 써내는 백영옥 작가의 탁월한 능력이 빛을 발하는 책이었다. 개인적으로 음악이나 영화를 통해서 영감을 받고 그에 대한 글을 쓰는 것도, 읽는 것도 좋아하는데, 백영옥 작가의 시선에서 바라본 다양한 매체와 그의 손끝에서 재탄생한 작품들을 보는 것이 참으로 즐거운 시간이었다.
책은 총 4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제1장: 봄날은 간다
제2장: 버스를 타고
제3장: 기억의 습작
제4장: 어른의 시간
"보인다고 다 볼 수 있는 건 아니다. 세상엔 눈을 부릅뜨고 온 마음을 기울이고 나서야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있다." P.56
-살면서 놓치는 게 많다고 생각한다. 그것을 깨닫기 시작한 후부터 기록에 집착 아닌 집착을 해왔던 것 같다. 하나라도 놓치기 싫은 것은 보인다고 다 볼 수 있는 것이 아님을 일찍이 깨달았기 때문이다. 애석하게도 나의 온 마음을 기울일 수 있는 시간적 여유와 에너지가 없기 때문에 정말로 내가 나의 마음과 집중을 두어야 할 곳을 분별할 줄 아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런 의미에서 요즘 내가 관심 있어하는 키워드는 <분별력>이다. 요즘같이 정보와 텍스트가 난무하는 시대에, 나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것과 필요하지 않은 것을 정확하게 분별해내는 <분별력>을 기르고 싶다. 그렇게 된다면, 나의 온 마음을 기울일 수 있는 대상들이 좀 더 정확해지지 않을까. 내가 봐야 할 것들만 뚫어지게 바라볼 수 있는 때가 오지 않을까.
"내 방은 어디에 있을까. 언젠가 더 이상 떠돌지 않고 나만의 방을 찾아 정착할 수 있을까." P.192
-버지니아 울프의 <자기만의 방>에 대해 이야기를 하면서 백영옥 작가는 자신에게 묻는다. 내 방은 어디에 있을까. 그리고 걱정하기 시작한다. 과연 내가 나만의 방을 찾아 정착할 수 있을지에 대해 말이다. 많은 사람들이 갖고 살아가는 걱정 아닐까. 요즘 들어 부쩍 <공간>에 대해 생각하고 <나만의 공간>에 대해 고민한다. 나는 어릴 적부터 제주도에 별장을 짓고 그곳은 No Wifi-Zone으로 만들고 책과 영화가 있는 곳이라 칭할 것이라 공공연하게 말해왔었다. 처음 그 생각을 했을 때는 그저 하나의 꿈이라고 생각하며 내 미래 먼 곳에 존재하는 나만의 방이라 생각해왔는데 생각이 바뀌었다. 구현해 나아갈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이 나만의 방에 대한 구체적인 구상을 꾸준히 하게 한다. 나에겐 그곳이 나만의 방이 아닐까 싶다. 공간적으로나 물리적으로나 나에겐 굉장히 큰 의미가 있는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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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따뜻한 작가 백영옥이 전하는 위로의 문장들로 이루어진 에세이다. 삶 속에서 힐링이 필요하신 분, 사유가 필요하신 분, 그리고 삶을 되돌아보게 하는 글귀들이 필요하신 분들께 적극 추천드린다. 이 책을 침대 머리맡에 두고 자기 전에 읽었더란다. 작가로부터 전달되는 따스한 단어들의 향연이 내 마음을 따습게 했고, 덕분에 포근하고 달콤한 꿈나라의 시간 속 행복이 곱절이 된 건 안 비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