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 만약에 사막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바쁜 하루가 매일 같이 반복되는데도 책 읽기를 멈추지 않는 이유는 내가 가보지 못한 곳에 대한 열망을 해소시켜 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책 속의 세계이기 때문이리라. 분명 유튜브엔 갖가지 여행 채널들이 있고 인스타그램만 봐도 여행작가들의 사진들과 영상, 그리고 글을 통해 세계 여행을 거뜬히 할 수 있는 시대가 왔지만, 나는 아직 아날로그 감성이 그득한 사람이어서 그런지 텍스트가 주는 힘에 견줄만한 것은 아직 발견하지 못한 듯하다.
김정완의 <만약에 사막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역시 그런 책 중 하나다. 시각적인 것들이 가져다주는 기쁨보다 한 자 한자 꾹꾹 눌러쓴듯한 흔적이 고스란히 보이는 텍스트가 압도적으로 파워풀하고 생동감 있다. 그의 책을 읽고 있자면, 사막이라고는 라스베이거스 밖에 가보지 못한 내가 광활한 모래의 세계에 오랜 시간 동안 거주한 느낌이 든다. 사우디라는 곳에 갈 생각도 해보지 못했고, 책으로라도 가까이하지 못했던 그곳에 대해 이토록 빠져들 것이라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또한, 이 책은 작가의 솔직함과 거침없음이 유달리 잘 드러나는 책이다. 자칫하면 꺼려질 수 있는 본인의 개인적인 부분까지 서슴없이 써 내려간 그의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 이 책 속엔 분명 우리가 읽었을 때 입을 막게 되는 불편한 진실도 살아 숨 쉰다. 그래서일까. 읽다 보면 이 사실을 알려준 작가에게 고마운 마음을 넘어선 경외감이 들기도 하다.
이런 게 진정한 책의 구실 아닐까. 독자들로 하여금 그들의 삶 속에서 절대 상상하지 못했던 것들을 상상하게 하고 경험하게 한다는 것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