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들

군산 - 점방산 전망대

by 유환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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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방산 전망대에 서면 군산은 한 번에 보인다. 도시를 구성하는 것들이 크기와 중요도를 잠시 내려놓은 채, 같은 높이에서 펼쳐진다. 군산 시내는 복잡하지 않다. 위에서 보면 길은 길답게 이어지고, 건물은 묵묵히 자리를 지킨다. 생활의 소음과 사정들은 이 거리까지 올라오지 않는다. 내려다본다는 것은, 많은 것을 아는 일이 아니라 많은 것을 모르게 되는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곳에서 보는 군산은 설명을 요구하지 않는다. 가까이 있을 때는 사연이 앞서고, 이유가 먼저 따라오지만, 거리가 생기면 풍경은 스스로를 변명하지 않는다. 도시가 어떤 역사와 상처를 가졌는지, 누가 어디서 무엇을 하며 살아가는지는 보이지 않는다. 대신 그 모든 것이 동시에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만 남는다. 내려다본다는 행위는 이해의 확장이 아니라, 이해를 잠시 유예하는 태도에 가깝다.


서해바다는 도시의 한쪽을 조용히 맡고 있다. 위에서 보면 바다는 넓어서가 아니라 단순해서 오래 보게 된다. 파도의 감정은 사라지고, 물은 하나의 면이 된다. 그 면 위에 해가 천천히 기울 때, 바다는 반응하지 않는다. 빛을 반사할 뿐이다. 받아들이고 흘려보내는 일이 이 바다의 역할이라는 듯, 아무것도 주장하지 않는다.


일몰은 이 전망대에서 가장 솔직한 장면이다. 해가 진다는 사실은 극적이지 않다. 다만 색이 빠지고, 대비가 줄어들고, 낮이 제 자리를 물러난다. 도시와 바다는 같은 방식으로 어두워진다. 이곳에서는 중심과 주변이 없다. 군산 시내도, 서해도, 모두 같은 속도로 낮을 끝낸다. 내려다본다는 시선이 주는 평등함이 있다면, 아마도 이런 장면일 것이다.


나는 이곳에서 풍경을 판단하지 않으려 한다. 좋다거나 아름답다는 말은 너무 빠르다. 다만 내려다보는 동안, 이 도시가 하루를 살아냈다는 사실만은 분명해진다. 각자의 위치에서 각자의 시간을 보냈고, 그 결과가 이 저녁의 풍경으로 남아 있다. 그 이상을 말하려 들면, 시선은 다시 욕심을 갖게 된다.


점방산 전망대에서의 시선은 오래 머물지 않는다. 그러나 이 짧은 높이는 분명한 감각 하나를 남긴다. 가까이 있을 때는 반드시 무언가를 붙잡으려 하지만, 멀어지면 그럴 필요가 없어진다는 것. 내려다본다는 것은 결국, 세계를 정리하는 일이 아니라 스스로를 잠시 물러서게 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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