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수환 Feb 26. 2024

모두를 위한 창의 컴퓨팅 교육을 꿈꾸며③

컴퓨팅 유창성(Computational Fluency)을 향해

  *이번 글은 시리즈 마지막으로 우리나라 코딩교육, 컴퓨팅 교육에 주는 시사점입니다.


#Many Paths, Many Styles!


필자는 2016년 스크래치 컨퍼런스에서 “Many Paths, Many Styles” 의 방식을 접했는데, 깊은 인상을 받았고, 이후 우리나라에 와서 각종 강연에서 이 철학을 설파했던 기억이 난다. 당시 나탈리 박사님이 이 내용을 알려주셨는데 박사님의 글에도 잘 나타나있다.  

[2016 스크래치 컨퍼런스 리플릿]


이런 방식의 창작 활동은 교실환경에서도 적용할 만하다. 

필자는 대학에서 '멀티미디어와 컴퓨팅 사고력' 강좌를 진행하는데, 이때 대학생들에게도 스크래치로 개인 프로젝트를 만드는 과제를 낸다. 총신대 학생들은 모두 문과이기 때문에 컴퓨터를 배운 학생들이 드물다. 조금씩 나아지긴 하지만 30명 클래스에 2/3는 코딩교육을 배우지 못한 학생들이다. 일부 학생들은 스크래치로 코딩하는 것도 어려워하는 경우가 있어서 멘토멘티제를 운영한다.

스크래치를 처음 접하는 학생들에게 따라 하기식이 아닌 스스로 생각하고 작품을 만들게 하는 방식을 도입하려면 쉽지 않다. 우리나라 학생들은 탑다운 방식에 익숙하기 때문에 먼저 개념을 학습하고 적용하는 방식을 선호한다. 

Many Paths, Many Styles 방식은 버텀업 방식인데, 우리나라 교실에 적용하려면 준비가 필요하다.  필자의 경험에 의하면 창의 컴퓨팅 교육은 탑다운과 버텀업을 적절하게 조화하는 것이 좋다. 특히, 초기 단계에서 학생들의 재미와 흥미를 불러일으키려면 자신이 관심 있는 분야부터 시작하게 하는 것이 좋다. 학생들이 스스로 어떤 예제를 만들지 선택하게 하는 것이다. 

이때 학생들이 스스로 작업할 때 꼭 필요하거나 어려워할 만한 기능의 경우 카드 형식으로 미리 제작하여 제공할 수 있다. 스크래치는 기본 기능이 포함된 스크래치 카드가 있다. 이번에 워크숍에서도 옥토스튜디오 카드가 제공되었다. 이런 방식은 탐색하고 시도하고 배우는 과정을 지원한다.

교실에서 창의컴퓨팅 교육을 실천하려면 교사들도 자신의 교실에 적용해 보고 노하우를 축척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옥토스튜디오 카드 예]


이번 워크숍에서 학생의 입장에서 활동을 하면서 ‘창의성을 길러주는 방안을 실질적으로 구현하고 있구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창의 컴퓨팅 교육의 최종 목표는 컴퓨팅 사고력(CT)인데, 옥토스튜디오는 컴퓨팅 사고력 길러줄 수 있는 강력한 도구가 될 수 있을 것이라 예상한다. 


최근 MIT 평생유치원 연구소에서는 CT에 대한 개념을
 ‘computational fluency’로 설명한다고 한다. 

미첼 교수님은 단순히 컴퓨팅의 로직이나 개념을 배우기 위해서가 아니라 컴퓨팅을 통해 자신을 표현하려는 방법을 배우도록 돕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서 '컴퓨팅 유창성'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고 한다. 학생들이 창의적인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을 최우선에 두기 때문에 그렇다고 설명한다. 

필자의 박사논문 제목에 Computationl Thinking 이 아니라 Computational Literacy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당시 연구를 진행하면서 CT는 결국 누구에게나 필요한 리터러시가 될 것이므로 CL이라는 용어를 사용했던 것이다.

컴퓨팅 리터러시에서 컴퓨팅 사고력으로


당시 도식을 그리면서 컴퓨팅 리터러시가 일반화되고 모든 아이들이 자신의 생각을 컴퓨팅을 통해 표현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스스로 주변의 문제해결에 컴퓨팅을 적용하게 될 것이라는 가설이었다. 이런 가설은 스크래치의 여러 작품을 통해서 검증되었는데, 대표적인 사례가 메이키메이키((Makey Makey)마이크로 비트(Microbit)를 이용한 작품들이다. 메이키메이키나 마빗 사이트를 가보면 단순한 작품부터 여러 가지 실생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컴퓨팅 작품이 즐비하다. 컴퓨팅 리티러시의 표현에서 컴퓨팅 사고의 문제해결로 이어지는 결과를 볼 수 있다. 미첼 교수님의 말을 빌리면 컴퓨팅 리터러시나 컴퓨팅 사고력이 풍부하게 발현되는 것을 '컴퓨팅 유창성'이라고 할 수 있겠다.

창의성의 요소 중에서도 핵심적인 부분이 바로 '유창성'이다. 유창성은 아이디어가 얼마나 많게, 풍부하게 표현되었냐는 관점인데, 컴퓨팅을 통해 유창성을 추구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창의성, 문제해결로 연결되는 것이다. 즉, 컴퓨팅 유창성은 다양한 경험과 시도를 통해서 가능하다. 아이들에게 컴퓨팅 유창성을 길러주려면 그런 풍부하게 표현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면 된다.


#2022 개정교육과정과의 관계


다행스럽게도 2022개정교육과정에서는 이런 교육기회 제공이 보편화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2022개정교육과정에서 제시한 3대 기초소양에 '디지털 소양'이 포함된 것이다.

2022개정교육과정의 3대 기초소양(교육부, 2020)

또한, 디지털 리터러시를 각 교과에서 어떻게 가르칠 수 있는지에 대한 빅픽쳐가 제시되었다. 디지털 리터러시는 각 교과에서 모두 가르치고, 정보 교과에서는 '컴퓨팅 사고력'을 가르치게 되면 중학교, 고등학교에서 디지털 심화과정이 가능해지는 로드맵이다. 디지털 심화과정까지 가게 되면 진정한 컴퓨팅 유창성이 발현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디지털 리터러시와 컴퓨팅 사고력의 연계 방안(교육부, 2020)


디지털 리터러시를 통한 디지털 문제해결력을 길러주는 교육이 필요하다는 주장은 최근 교육계에서 주요하게 인용하고 있는 'OECD 2030 미래교육 나침반'과 '유네스코 2050 보고서'에서도 나타난다. 두 보고서에서 모두 디지털 리터러시는 아이들에게 필수로 가르쳐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미래 아이들에게 교육의 기회를 제대로 제공하지 않으면 '교육격차'가 가속화될 것으로 예측한다. 

OECD 2030 미래교육 나침반(OECD 미래교육 보고서)


컴퓨팅 교육은 모든 아이들에게 공평하게 제공되어야 한다. 
창의 컴퓨팅 교육은 컴퓨팅 유창성을 길러줄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당부의 말


이번 워크숍을 함께 진행한 샌프란시스코 과학관의 Mike나 Karen도 자신들이 과학관에서 교육하는 내용이 이런 것이고 우리나라 학생들도 이런 경험을 많이 하면 좋겠다는 말을 남겼다.


“재미있는 학습과 창의 학습, 팅커링에 관심 있는 모든 사람들이 지속가능했으면 좋겠고, 즐거움의 정신을 이어가면 좋겠다. 그리고, 무언가 잘못된 것이 많더라도 궁극적으로는 그것이 원하는 것을 얻는 방법이라는 것을 기억하면 좋겠다.” / Mike, 샌프란시스코 과학관 프로그램 디렉터


“당신의 영감과 상상력을 발휘하고, 창의적으로 생각하거나 가르치는 방식에 자유롭게 변화를 주기 바란다.” / Karen, 샌프란시스코 과학관 교육자


워크숍을 진행했던 루팔 연구원은 다음과 같은 메시지를 전했다. 

“선생님이라면 학생들을 위한 도구로 옥토를 사용하는 것이 학습을 향상시킬 수 있는 혁신적인 방법이 될 수 있다. 전통적으로 노트에 무언가 쓰는 대신에 사진을 찍고 옥토로 녹음하여 관찰한 것이나 기록해야 할 것을 프로젝트로 만들 수 있다. 스토리텔링할 때 종이와 연필만이 아니라 새로운 도구로 과정기록, 스토리텔링, 아이디어 제시, 공유하는 데 사용할 수 있습니다. 한국 선생님들은 한국사회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아이들이 자신이 인정받고 있다고 느끼게 하고 창의적으로 성장하며 배우는 것에 흥미를 느끼고 건전한 사회에 기여하도록 지원하는 것이 중요하다. 함께 협력할 방안을 찾아갈 계획이다.” /Rupal, MIT 미디어랩 시니어 매니저


“우리는 한국 교육자들과 아이들의 워크숍이 정말 즐거웠다. 그리고 한국의 많은 교육자들이 창의 학습을 위해 코딩으로 다양한 주제의 아이디어를 표현하는 활동에 참여해 주어서 감사했다. 특히, 설날을 주제로 다양한 작품을 만들고 아이들과 신기한 동물 작품을 만들었던 것이 정말 좋았다.” /Nataile, MIT 미디어랩 연구과학자


이번 워크숍에는 우리나라 교육자들 40여 명이 참여했는데 한결같이 컴퓨팅을 통한 창의적 활동을 다양하게 시도해 보고 재미있게 참여할 수 있어서 좋았다는 의견이었다. 스마일 게이트 퓨처랩에서 만들어 준 좋은 기회가 우리나라 컴퓨팅 교육자들에게 깊은 울림을 주었다. 


향후 우리나라 교육자를 위한 창의컴퓨팅 교육 운동이 궁금하다면 퓨처랩을 방문하여 교육자 그룹에 참여하기를 바란다.


#퓨처랩 Future learning collective : https://flc.futurelab.center/

#CT교사연구회 : 페이지 개편 중입니다! 김수환 교수 페북(https://www.facebook.com/soohwan.kim.790)에 공지합니다.


작가의 이전글 모두를 위한 창의 컴퓨팅 교육을 꿈꾸며②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