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떤 사람인가. 어디서 시작해서 무엇이 영향을 미쳤나. 종종 답이 없는 질문에 대해 생각한다. 그러다보면 점점 과거로 여행하게 된다. 1년전, 4년전, 수십 년 전의 부모님과의 기억들 친구들을 떠올리며 울고 웃고 난리를 친다. 이러한 것들을 쓰고 정리하는게 하나의 취미이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만 이렇게 살아왔나?
인생의 타이밍이란게 참 재밌다. 최근 읽은 몇 권의 책들이 이런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스토너> <아우구스투스>, 존 윌리엄스. <평범한 인생>, 카렐 차페크. 공통점이라하면 한 인물의 일대기를 죽 바이오그래피의 형태의 소설 혹은 문학이다. 디테일하게는 각각의 울림은 다르지만, 머릿속에서는 그 길들이 한 곳으로 이어졌다. 그들의 삶은 나 혹은 우리들의 삶이다. 큰 기교없이 삶을 쓰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 특히 본인에게 가장 큰 도움이 된다. '책을 썼을 때 가장 도움되는 사람은 작가 자신이다.' 이동진 평론가의 컨텐츠 중 기억남는 문구 중 하나이다. 삶을 되돌아보고 정리를 하는 것이 나 자신을 탐구하고 알아가는 것의 기초이다. 그 일환으로 나는 나를 글로, 그림으로 표현한다.
어느 날 그림 모임 사람들을 만나 일기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특히 그림모임에서 이어진 주제가 '왜 그리는가'였다. 모임원 중 몇몇은 전공을 하고 일을 하면서 취미로 나오기도 한다. 또 나처럼 아무런 백그라운드없이 그냥 취미로 하는 이들도 있다. 그 질문에 대한 나의 답은 '나를 표현하는 한 방식'이다. 우리의 하루는 재밌기도, 슬프기도, 화나기도, 또 아쉽기도 하다. 그걸 다른 사람과 대화로 말하는 사람들이 있는가하면 일기로 풀기도 한다. 그림도 그 중 한 방식 중 하나이다.
이왕 할 거 공개해도 괜찮잖아. 요즘 사람들은 인스타에 일기를 쓴다더라. 유튜브에 브이로그를 올린다더라. 여러 이야기가 오갔다. 꼭 개인적일 필요가 있냐는게 그들의 내게 준 답변이었다. 역시 자기PR시대의 MZ세대들이란 말인가... 친구들도 농담반진담반으로 늘 이야기 하는게 "워홀 브이로그 찍어서 유튜브 올려봐!"일 정도니까. 그 후 하루 정도 고민했다. 어떻게 하는게 좋을까하고. 그냥 쓰기로 했다. 평소 하던거 그대로 하면 되는 걸로 결론 지었다.
앞서 말한 세권의 책들은 소설이고 문학이다. 작가의, 혹은 주변인의 삶이 반영되었을 지 모르지만 가상인물의 삶이다. 우리는 어떤 인생을 살고 있을까. 나도 어쩌면 저기 어떤 시뮬레이션 우주속의 한 캐릭터, NPC 중 하나일지도 모른다. <인생은 소설이다>, 기욤 뮈소의 책처럼 누군가가 나를 집필하고 결론을 이미 마무리 지었을지도. 타인이 봤을 때는 나의 삶도 소설같이 느껴질 수 있다. 소설 스토너, 아우구스투스를 보며 느낀 내 감정들은 진짜였다.
평범한 인생의 공무원은 죽기 직전 자신의 자서전을 쓰기 시작했다. 꼭 죽기 직전이 아니라도 내 자서전 정도는 내가 써봐도 좋지 않을까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