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년 새에 새로운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잊었던 옛친구들, 독서모임을 통해서, 또 여행을 통해서 알게 된 사람들. 언젠가 친구와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인간관계의 유통기한에 대해서. 어떤 관계라도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다. 시작과 끝이 모두 좋다면 얼마나 희망찬가. 대부분의 끝은 아쉬움과 후회를 남긴다.
인간관계의 유통기한. 단어가 참 무섭다. 우리의 유통기한은 언제일까, 끝이 있음을 알지만 그 끝을 생각하며 만나는 것은 참 별로라는 생각이었다. 지금 당장 끊긴하고해서 그게 끝인가하는 생각도 한다. 몇 년만에 인연이 닿아 다시 연락하게 되는 경우도 더러 있었다. 그리고 지금은 워낙 sns가 발전한 터라 쉽게 어디서든 목소리도 얼굴도 듣고 볼 수 있는 시대지 않는가.
이번에 유럽으로 여행을 갔다. 패키지 비슷한, 인스타에서 광고하는 플랫폼에 신청하고 처음 보는 사람들과 여행을 했다. 시작부터 쉽지 않았다. 여행지를 공유하고 시간을 조율하고... 더군다나 온라인 대화가 익숙하지 않기도 했다. 그렇게 얼추 일정을 짜고 런던에서 만났고 약 열흘의 일정을 따로 또 같이 진행했다. 처음에는 어색해서 혼자있고 싶기도 했다. 시간이 갈수록, 더 친해질수록 아쉬움이 생겨났다. 그게 여행의 끝이 보여서인지 아니면 관계의 끝이 보여서인지는 모르겠다.
여행에서 느낀 것은 덜 좋아하는 것도 해봐야 된다는 것이다. 나는 미술관을 좋아해서 파리에서 미친듯이 미술관, 박물관을 돌아다녔다. 여행이 끝나갈 무렵 혼자서 미술관을 쭉 돌겠다고 혼자 빠져나왔고 나머지 일행은 파리 디즈니랜드를 갔다. 친구 기념품 좀 사고 퐁피듀센터로 향했는데, 이게 왠걸 닫았네? 마침 비가 오기 시작하고 나는 갈 길을 잃었다. 그렇게 비를 피할 겸 광장이 보이는 맥도날드에서 시간을 보냈다. 많은 생각이 들더라, 이럴 줄 알았으면 따라갈 걸 그랬나. 그렇게 오르세박물관으로 가면서 뛸르히 가든에서 사람들이 쉬고 있는 모습을 보며 허탈한 마음을 달래고자 앉았다. 괜히 감상적이게 되어 생각을 말로도 하고 글도 쓰며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도착한 오르세가 이번 여행 마지막 박물관이었다. 질릴만큼 봐서 마지막 날은 그냥 쉬었다.
나는 혼자가 익숙한 사람이다. 나는 내가 좋아하는 것을 알고 그 것을 행하는 것에 즐거움, 행복감을 느낀다. 그 것에 맞는 지인들을 만들기 힘들다 생각하고 애초에 혼자 다니는 것을 택했다. 이제와서 주변인들의 시선을 생각해보면 나는 딱딱한 사람이었을 것이다. 좋아하는 것이 확고한 사람, 고집이 있는 사람 등. 나는 상대방에게 배려한다고 생각했지만 느끼지 못했다면 배려가 아니다. 친구에게도 이런 말을 했었다. "내가 해주는 것만큼은 아니더라도 절반 아니 일할이라도 표현해주면 된다". 이제는 그것도 아니라는 생각이다. 바라는 것조차 내 기준이 강하다는 걸 표현하는 것이다. 같이 있을 때는 그에 맞게 나를 죽이기도 해야 한다. 다만, 조금 내 기존 생각을 주장하자면 "나"가 안서고 맞추기만 하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다. 나를 세우고 표현하고 맞는 사람을 찾고자했던 것은 너무 큰 욕심이었다.
이번 여행의 큰 아쉬움은 디즈니랜드를 안간 것, 크게 보면 단체활동을 많이 안했던 것이다.
어떤 여행이든지 관계든지 아쉬움을 남긴다. 당시에는 또르르 눈물이 날 것같기도 하고 내가 바본가 싶기도 하다. 그 아쉬움이 있기에 다음의 것에 잘 할 수 있게 된다. 거기에도 부족함이 있을 것이고 아쉬움이 따라올 것이다. 사람 참 안변한다. 그럼에도 이런 것들에서의 배움이 나중의 나를 좋은 곳으로 이끌고 있길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