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비치'를 다시 봐야 하는 이유
도전과 모험을 좋아하는 미국인 청년 '리처드(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태국으로 여행을 떠난다.
익숙한 휴양지의 풍경과 뻔한 일상, 북적이는 사람들로 지쳐갈 때쯤, 한 싸구려 숙소에서 '대피(로버트 칼라일)'이라 청년으로부터 아무도 모르는 아름다운 섬의 해변 'the beach'의 이야기와 그곳으로 가는 지도를 건네받는다. 리처드는 옆 방에 투숙해 있는 프랑스인 커플, '에티엔(기욤 까네)'과 '프랑소와즈(비르지니 르도엥)'에게 그 섬에 함께 가자는 제안을 하고, 마침내 그곳을 찾아간다.
사진 = 영화 '비치' 중에서
마침내 섬을 찾아낸 리처드와 일행들.
대피의 말처럼 아무도 모르는, 심지어 배들도 가지 않는 그 섬은 천혜의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었다. 울창한 숲으로 이뤄진 절벽이 병풍처럼 둘러 있고,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그 해변'은 에메랄드 빛 그 자체였다.
사진 = 영화 '비치' 중에서
해변을 찾았다는 기쁨도 잠시,
그 섬은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는 외진 곳이라는 점을 이용해 태국의 마약상들이 마약을 재배하는 은밀한 섬이었다. 리처드 일행은 마약상들의 눈을 간신히 피해 섬의 반대편으로 도망친다.
사진 = 영화 '비치' 중에서
그곳에서 만난 섬의 또 다른 존재들.
리처드 일행과 같이 호기심으로 이 섬을 찾아왔지만 섬의 아름다움에 취해 아예 정착해버린 다수의 무리가 살고 있었다. 여성 리더인 '살(틸다 스윈튼)'이 세운 질서에 따라 이들은 마약상과 모종의 약속을 하고 이 섬을 공유하고 있었다.
아무에게도 이 섬의 존재를 알리지 말 것!
그리고 더 이상 사람을 받아들이지 말 것!
이 '비밀'을 지키기로 하고 리처드 일행은 마침내 정착촌의 일원으로 '낙원'에서의 삶을 시작한다.
사진 = 영화 '비치' 중에서
섬에서의 하루하루가 리처드에게는 꿈과 같았다.
사람으로 북적이고 시끄럽고 오염된 휴양지의 해변과 비교해 조금도 훼손되지 않은 아름다운 자연과 그곳에 어우러져 함께 일하고 함께 즐기는 좋은 친구들, 아무런 구속도 받지 않고 온전한 자유를 만끽할 수 있는 바로 그곳.
사진 = 영화 '비치' 중에서
하지만 행복한 시간도 잠시,
낚시를 하러 갔던 이들이 상어에 물려 한 명은 즉사하고, 다른 한 명은 심각한 부상을 입게 된다. 즉사한 이는 장례를 치러주었지만, 중상을 입은 '크리스토(스테판 킬봄)'는 의사의 치료가 불가피한 상황. 하지만 리더 살은 의사를 섬으로 데리고 올 수 없다는 이유로 그를 방치하고, 그는 고통 속에 하루하루를 보낸다.
괴로운 건 정착촌 사람들 모두 마찬가지. 고통에 절규하는 고함소리 때문에 더 이상 평화로운 일상을 보내기 힘들다고 느낀 이들은 중태에 빠져 하루하루 죽어가는 크리스토를 정착촌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산속에 버리고 돌아온다. 처음에는 미안했지만, 언제 그랬냐는 듯 이들은 다시 즐거운 일상에 빠져든다.
사진 = 영화 '비치' 중에서
어느 날, 섬 반대편 뭍에서 입도를 시도하는 무리들이 포착된다.
이들은 리처드가 섬에 오기 전 장난스레 그려준 지도를 보고 섬을 찾아온 이들. 리더 살은 리처드에게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그들로부터 지도를 빼앗고 그들을 쫓아내라고 명령한다.
리처드는 홀로 숲 속에 잠복하며 그들을 감시했고, 마약상들을 이용해 입도하려는 이들을 제거하려는 계획을 세운다.
사진 = 영화 '비치' 중에서
마침내 입도에 성공한 이들, 그러나 그 기쁨을 누리기도 전에 리처드의 계획대로 마약상들에게 들켜 살해당한다. 이 광경을 보면서 리처드는 그제야 자기가 한 짓이 무엇인지 정신을 차리게 된다.
리처드는 다시 정착촌으로 몰래 돌아와 에티엔과 프랑소와즈에게 이 사실을 알리고, 셋만 비밀리에 섬을 탈출하려고 시도했지만, 결국 마약상들에게 들켜 정착촌으로 돌아오게 된다.
사진 = 영화 '비치' 중에서
마약상들은 모든 정착민들이 당장 섬을 떠나라고 명령한다.
살과 무리들은 그럴 수 없다고 사정한다. 마약상들은 그러면 대신 지도를 만들어 준 리처드를 살이 직접 살해하라며 권총을 살에게 쥐어준다. 살은 잠시 갈등하는 듯했지만, 이내 결심하고 리처드를 겨냥한다. 리처드는 절규한다.
이러면 안 돼 살.
방아쇠 당기면 모든 게 끝장이야!
왜냐하면 이건 숲 속에서 혼자 썩고 있는 크리스토와 다르거든!
오늘 입도하려던 이들이
마약상들에게 총살당한 것과도 달라!
이번엔 모든 사람이 목격하게 돼!
이 낙원의 진짜 비밀이 뭔지를
전부 보게 될 거야!
사진 = 영화 '비치' 중에서
'딸깍'
살은 방아쇠를 당겼다. 하지만 총알은 발사되지 않았다. 마약상은 씩 웃었다.
이 광경을 목격한 정착민들은 누가 먼저라고 할 것 없이 서둘러 짐을 쌌고 앞다투어 섬을 떠났다.
그렇게 '그들만의 낙원'은 끝났다.
사진 = 영화 '비치' 중에서
낙원이란 무엇일까?
'아무런 걱정이나 부족함이 없이 편안하고 즐겁게 살 수 있는 곳'이라는 사전적 해석만으로 낙원을 정의할 수 있을까?
몇 달 전 서울의 모 지역에 장애아동을 위한 특수학교를 짓겠다고 하자 지역 주민들이 거센 반대를 했다. 이들 앞에 무릎 꿇고 눈물을 흘리며 사정하던 한 장애아동의 어머니 사진은 사회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직장 내 성추행당한 한 여성은 자신이 당한 일을 내부에 고발했지만 오히려 인사 불이익을 당했다. 이 여성은 자신에게 몹쓸 짓을 한 직장 상사도 무섭고 싫었지만, 그 사실을 알면서도 침묵함으로써 비밀을 지켰던 다수가 더욱 무서웠다고 증언했다.
어려움에 처한 이들과 사회적 약자를 위한 정책이나 복지 법안을 입안하면 항상 따라붙는 반론은 '역차별'과 '나라가 망한다'는 주장이다.
맹자는 '유자 입정(孺子入井)'의 예를 통해,
사람의 마음속에는 근본적으로 약하고 불쌍한 사람을 동정하는 마음이 있다고 설명했다. 어린아이가 우물에 빠지면 누구라도 할 것 없이 이 아이를 구하는 게 인간의 본성이라는 뜻이다. 그 행위를 통해 무엇인가 대가를 얻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인간은 누구나 약한 이들을 돕고자 하는 마음을 갖고 있다. 그 마음을 실현하는 것이 곧 사람다움이며, 마땅히 추구해야 할 가치이다.
다른 사람의 어려움이나 불행에는 관심 없는, 혹은 그것을 알면서도 방조하거나 묵인하거나 반대하며 얻어지는 '아무런 걱정이나 부족함이 없이 편안하고 즐거운 곳'
과연 그런 낙원이 존재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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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 매거진 '이 영화를 다시 봐야 하는 이유'는 영화의 내용과 의미를 충실하게 전함으로써 영화를 보았거나 혹은 보지 못한 이들에게 '읽는 영화'로서의 재미를 선사함과 동시에 그 영화의 메시지가 우리에게 주는 사회적 의미를 되짚어보는 데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영화는 허구적 상상력의 집약체이지만, 그 허구는 현실로부터 벗어날 수 없으며 그 상상력도 인간의 심리를 떠나서는 생각할 수 없습니다. 영화가 바라보고 있는 나름의 현실, 그리고 인간의 심리를 되짚어보는 것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때로는 묵직한 울림을 주기도 하고, 흥미로운 통찰과 관점을 제시하기도 합니다.
영화를 읽으며, 사람과 세상을 알아가는 재미를 함께 누렸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