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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화수 Sep 04. 2018

소득주도성장에서 대동법을 본다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를 다시 봐야 하는 이유

영화 '광해' 추창민 감독, 이병헌, 류승룡, 한효주, 김인권 주연, 2012년


광해군 8년,

궁은 임금을 시해하려는 정적들로 들끓고, 민초들의 고단한 나날은 계속된다.


임진왜란 중 도망간 임금을 대신해 전장을 지켰고, 도탄에 빠진 백성을 돌봤던 '광해군(이병헌)'.

허나 후궁의 자식이라는 출생의 한계를 넘어 임금의 자리에 오르기 위해 형제들을 숙청했고, 신하들과 결탁할 수밖에 없었던 터라 광해군은 누구도 믿지 못하는 상황에서 간신들과 충신들 사이의 불안한 외줄 타기를 할 수밖에 없었다.


<영화 '광해' 중에서>


어찌 되었소?
송구하오나 아직...
서두르시오. 똑같이 생긴 자를...
아무도 믿을 수 없소...
아무도...


광해군은 충신 '허균(류승룡)'에게 자신과 똑같이 생긴 가짜를 찾아오도록 지시한다.


<영화 '광해' 중에서>


그리고 마침내,

허균은 저잣거리 기생집에 얹혀살며 임금을 흉내 내는 만담꾼 '하선(이병헌, 1인 2역)'을 찾아낸다. 광해군은 하선을 편전에 앉혀놓고 야심한 시간 궁을 빠져나가 '안상궁(이 엘)'의 집에 머물며 주색에 열을 올린다.    


<영화 '광해' 중에서>


그러던 어느 날,

임금이 혼수상태에 빠졌다. 직감적으로 정적의 모략임을 알아챈 허균은 임금을 근거리의 사찰로 은밀히 옮겨 어의에게 치료를 맡기고 하선을 불러들여 왕의 대역을 시킨다.  


허균은 임금의 말투와 행동, 습관과 궁의 법도 등을 하선에게 상세히 교육하고 왕을 대신해 정사를 돌보게 한다. 먹는 것, 옷 입는 것, 자는 것, 심지어 용변을 보는 것 마저도 낯설기만 한 하선.


<영화 '광해' 중에서>


그래도 충신 허균과 모든 비밀을 알고 있지만 묵묵히 곁을 지키는 '조내관(장 광)', 가난으로 어머니와 헤어져 궁에 들어온 수라간 기미나인 '사월이(심은경)', 고지식하나 충직한 '도부장(김인권)'의 도움으로 조금씩 궁에 적응해간다.


3품 이상의 고관들이 모여 임금의 명을 듣는 '상참'

여기에는 중국 명나라에 대한 사대주의에 물든 고관들과 백성들의 고혈을 빨아 자기 배를 불리는 벼슬아치들로 가득하다.


호판! 경은 폐지한 대동법을 다시 살릴
법안을 마련해 오라!
형판! 형판은 어느 도부터 시작하면 좋을지 장계를 올리라!



허균은 하선을 이용해 폐지했던 대동법을 부활시키고, 궁의 재건을 서두르지 않고, 중전의 오라비이자 진주부사인 유정호(김학준)의 역모 혐의를 묻지 않도록 하는 등의 명을 내린다. 왜란 후 도탄에 빠진 민생을 돌보고, 불필요한 정쟁을 멈추기 위한 방법이었다. 당연히 고관들과 양반들의 심기는 불편해졌다.


<영화 '광해' 중에서>


하선은 자신이 먹다 남긴 음식으로 끼니를 때우는 수라간 나인들을 위해 '팥죽 한 그릇'만 먹고 모든 음식들을 남겨준다. 자신을 대신해 음식물에 독이 들었는지 먼저 먹어보아 살피는 기미나인 사월이에게는 잃어버린 어머니를 찾아주겠노라 약속한다. 어느 날엔가 자신을 의심해 목에 칼을 겨눴던 도부장이 그 죄를 속죄하기 위해 스스로 자결하려고 하자 이를 뜯어말리며 "결코 스스로의 목숨을 함부로 여기지 마라"는 명을 내린다. 슬픔에 잠겨 있는 중전(한효주)의 얼굴에 웃음을 찾아주기 위해 억울한 누명으로 투옥된 중전의 오라비 유정호를 무죄 방면시킨다.


<영화 '광해' 중에서>


임금의 달라진 모습에 궁이 술렁이기 시작한다.

이러한 낌새를 눈치챈 허균은 호시탐탐 임금의 자리를 노리는 고관들의 의심을 피하기 위해 그들이 주장하는 '사대주의 요구'를 들어줘야 한다고 말한다. 하선은 내키지 않았지만, 허균의 말에 따르기로 하고 상참에 나선다.


이 나라가 있는 것이 누구의 덕이옵니까.
명이 있어야 조선이 있는 법.
오랑캐와 싸우다가 짓밟히는 한이 있더라도 사대의 예를 다하는 것이
황제의 은혜에 보답하는 일이라
사료되옵니다. 통촉하여 주시옵소서.

<영화 '광해' 중에서>


청과 전쟁을 하고 있는 명을 위해 금과 은, 각종 귀중품과 궁녀들, 그리고 군사 2만 명을 보내야 한다고 주장하는 고관들.


적당히 하시오! 적당히들!
대체 이 나라가 누구 나라요.
뭐라?
이 땅이 오랑캐에게 짓밟혀도 상관없다고?
명 황제가 그리 좋으시면
나라를 통째로 갖다 바치시던가!
부끄러운 줄 아시오!
좋소. 경들의 뜻대로 명에 2만의 군사를
파병하겠소.
허나 나는 금(청)에 서신을 보낼 것이오.
홍문관은 적으라.
명이 두려워 2만의 군사를 파병하였으나
금과는 싸움을 원치 않는다.
부디 우리 군사들을
무사히 돌려보내 주시길 소원한다."
전하! 사대의 명분을 저버리고
오랑캐에게 손을 내밀 다니오...
"그깟 사대의 명분이 뭐요?
도대체 뭐길래 2만의 백성을
사지로 내몰라는 것이오.
임금이라면,
백성이 지아비라 부르는 왕이라면,
빼앗고 훔치고 빌어먹을지언정
내 그들을 살려야겠소.
그대들이 죽고 못 사는 사대의 예보다
내 나라 내 백성이
 열 곱절 백 곱절은 더 소중하오"


고관들은 임금이 가짜라는 첩보를 접하고 독살을 시도한다.

사월이는 기미상궁(박지아)의 명을 어기고, 입에 머금었다가 임금이 먹을 팥죽에 넣으라는 독이 든 사탕을 스스로 삼키며 임금을 대신해 죽는다.


<영화 '광해' 중에서>


"사월아... 제발 살아야 한다...
제발 살아야 한다..."


하선은 사월이를 안고 오열한다. 그리고 사월이를 죽인 자들에 대해 복수를 결심한다.

고관들은 임금의 몸에 왜란 중에 입은 상처가 사라졌다는 보고를 받고 군사를 일으켜 궁으로 쳐들어온다. 허균 하선에게 궁을 떠나 멀리 도망가라고 한다.


<영화 '광해' 중에서>


싫소. 내 이제껏 비루하게 살아왔지만
지금은 아니오.
사월이를 죽인 자를 벌하지 않고서는
한 발짝도 움직이지 못하겠소
"허면... 진짜 왕이 되시던가...
사월이라는 아이의 복수를 하고 싶다면,
백성의 고혈을 빠는 저들을
용서치 못하겠다면,
백성을 하늘처럼 섬기는 왕!
진정 그것이 그대가 꿈꾸는 왕이라면!
그 꿈, 내가 이루어드리리다..."

 

허균은 지난 2주간의 일을 기록한 승정원일기를 가져다가 사찰에서 회복하고 있는 광해군에게 올려 고한다. 광해군은 이 모든 일을 파악하고 은밀히 입궐해 자신을 가짜 임금이라 몰아세우는 고관들의 허를 찔러 그들을 모두 숙청한다.



하선은 도부장을 따라 산길로 도망친다. 어느쯤엔가 이르렀을 때, 하선은 도부장이 자신을 죽이기 위해 여기까지 끌고 왔음을 직감한다. 하지만 도부장은 하선을 도망치도록 하고 뒤 따라오던 관군과 맞선다.


비키시오 도부장! 어명이오!
나는 궁의 법도를 따를 뿐,
용상을 해하려거든 나를 먼저 베어라!
도부장, 그 자는 가짜요.
임금이 아니란 말이오
그대에게는 가짜일지 모르나
나에게는 진짜다!


도부장은 그들과 싸우다 결국 숨을 거둔다.


마침내 배에 오른 하선.

배 한 귀퉁이에 앉아 두려움에 떨고 있는데, 저 멀리 보이는 나루터에 한 사람이 서 있다.

허 균.

그는 머리를 숙이고 허리를 굽혀 임금에 대한 예를 갖춰 하선을 떠나보낸다.


<영화 '광해' 중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하락하고 있다는 보도가 연일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두 차례에 걸친 남북정상회담을 개최하고 북미 정상회담을 이끌어내면서 80%에 육박하는 지지를 받았을 때에 비하면 55%대의 지지율은 하락했다고 볼 수 있겠다.


지지율 하락의 가장 주된 원인은 '소득 주도 성장 정책에 대한 비판' 때문인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소득 주도 성장 정책은 가계의 소득을 높여줌으로써 소비와 투자를 촉진시켜 경제성장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는 정책으로 이전 정부가 추진해왔던 '수출 대기업 중심의 성장 정책'과 대비된다. 정부는 이를 위해 최저임금을 인상하고, 자영업자들의 세금과 수수료를 감면해주는 등 경제적 부가 아래에서부터 쌓이고 흐르도록 유도하고 있다. 반대로 이전 정부는 최저임금을 동결하거나 낮추고 기업의 법인세 등은 인하해줌으로써 부가 위에서부터 쌓이도록 유도했었다(물이 위에서 가득 차면 아래로 흐른다고 하여 '낙수효과'라고도 한다).  


이 소득 주도 성장 정책이 기업의 부담을 가중시켜 수출과 일자리를 축소시키고, 자영업자들의 파탄으로 몰고 갈 것이라며 연일 비판 보도가 나오고 있다. 새 정부가 출범한 지 고작 1년밖에 안되었는데 말이다. (그 1년 동안 정부는 국정농단과 탄핵으로 무너진 국정을 바로 세우고 꽉 막히고 꼬여있던 외교관계를 풀었다.)


어떠한 경제정책이 옳았고 그릇되었는지 단편적으로 판단하기 어렵다. 경제정책의 결과는 단기간에 측정되기 어렵고, 변수가 많아 종합적인 분석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누가, 왜 그러한 경제정책을, 어떤 의도에서 추진하기로 하였는지 동기를 살피는 것은 중요하다.


광해군이 즉위하여 곧바로 시행한 것이 '대동법'이었다.

당시 조정의 재정수입이었던 공물은 농민의 생산물량을 기준으로 한 것이 아니라 국가의 수요를 기준으로 한 것이었기 때문에 민초들에게 너무 과중했다. 특히 민초들은 양반 지주들에게 귀속되어 소출의 상당수를 바쳤기 때문에 삶의 피폐함이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광해군은 대동법을 통해 과세의 기준을 가호가 아닌 토지의 결수로 바꿨다. 즉 토지를 가진 만큼 세금을 내도록 했고, 무전 농민이나 영세농민들은 이 부담에서 제외시켰다. 대동법의 시행으로 조선은 임진왜란 이후 파국에 이른 재정난을 해결하고 고통받던 민초들의 삶을 안정시킬 수 있었다.

대동법은 시행에서부터 완성에 이르기까지 무려 100년이 걸렸다. 양반 지주들의 반대가 그만큼 거셌기 때문이었다.


봄을 만나 온갖 생물이 모두 즐거워하는데
유독 우리 백성만이
위망의 입장에 처해있다.
그런데도 백성을 보살펴주지 않는다면
백성의 부모된 도리가 아니다

 '광해군일기'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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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 매거진 '이 영화를 다시 봐야 하는 이유'는 영화의 내용과 의미를 충실하게 전함으로써 영화를 보았거나 혹은 보지 못한 이들에게 '읽는 영화'로서의 재미를 선사함과 동시에 그 영화의 메시지가 우리에게 주는 사회적 의미를 되짚어보는 데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영화는 허구적 상상력의 집약체이지만, 그 허구는 현실로부터 벗어날 수 없으며 그 상상력도 인간의 심리를 떠나서는 생각할 수 없습니다. 영화가 바라보고 있는 나름의 현실, 그리고 인간의 심리를 되짚어보는 것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때로는 묵직한 울림을 주기도 하고, 흥미로운 통찰과 관점을 제시하기도 합니다.

영화를 읽으며, 사람과 세상을 알아가는 재미를 함께 누렸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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