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를 든 신 원의 손이 덜덜 떨렸다. 믿을 수 없었다. 외할머니의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얼버무리던 어머니의 모습이 스쳐지나갔다. 하지만 이런 정도의 비밀을 원했던 것은 아니었는데. 자신의 집안의 비밀을 알게 된 원의 머리 속은 마치 지각 변동이 일어난 것만 같았다.
편지를 먼저 읽고 난 후라서일까. 일기의 내용을 읽기가 무서워졌다. 대체 어떤 내용들이 일기 속에 담겨 있을지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어쩌면 신 씨 집안의 유일한 사람이 될지도 모르니 말이다.’
신 씨 집안의 유일한 사람이 될지도 모른다...
사실 이 말도 어찌 될지 알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어머니까지 모종의 이유로 돌아가신 이상, 나 또한 그런 최후를 맞이하게 되지 않으리란 보장도 없다. 어머니와 외할머니의 죽음의 배후를 찾아야한다. 그래야 그 다음이 있다.
원은 덜덜 떨리는 손 끝에 겨우 매달려 있는 일기로 시선을 돌린다.
순 왕조가 개국한지 200여년이 다 되어가는 시점이었다. 영원한 것은 없다고 하였던가. 나라는 점점 그 형세가 기울어갔다. 부패가 코를 찌르고 백성들의 뱃가죽은 등가죽과 맞닿아 고통에 신음하며 몸부림쳤다.
순 왕조의 개국을 도왔던 승려 세력들은 순 왕조에서의 적은 과세로 재산 축적이 그만큼 쉬웠다. 왕실의 고문 역할을 하던 승려 세력은 재산 축적이 이어지자 권력에 대한 야욕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 당시의 세도가는 정씨 가문.
순 왕조의 왕권은 허구화되기 시작했고, 역량이 부족한 국왕이 잇따라 즉위하면서 형식적으로 권력의 정점에 있던 국왕은 미약한 실질적 권한으로 인해 허수아비 왕으로 전락한 상황이었다.
국가의 존재 이유는 더 이상 백성이 아니었다. 위정자들이 점점 각자도생을 선택한 이후부터 백성들은 위정자들의 안중에도 없는 존재로 전락해버렸다.
아이들의 얼굴 주변에는 파리가 윙윙댔고, 어른들은 신음소리조차 내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무력했다. 때때로 갑갑증이 일었다. 그 날 하루를 버티고 먹고 잠에 드는 것조차 벅찬 나날들이 지속되었다.
끝나지 않을 것만 같은 이 고통 속에서 사람들은 메말라 가고 있었다.
설상가상으로 올해는 자연재해로 인해 강이 범람하여 쌀 농사가 흉년이었고, 쌀값이 치솟았다. 국고의 쌀을 풀어 쌀값이 올라간 것을 진정시키려 국가에서도 애를 썼지만 쌀값은 쉽게 진정되지 않았고, 급기야는 국가에서 푼 쌀들 속에서 돌과 모래, 흙이 섞여나온다는 이야기가 돌기 시작했다.
또한 농민들은 치솟은 물가와 함께 세금으로 인해 이중고를 겪고 있었다. 중간에서 횡령하는 벼슬아치들로 인해 원래 내던 세금의 3배 이상을 내야 했고, 국가의 행사 때마다 횡령을 해댔던 관리들로 인해 무분별한 국가의 행사가 개최되었고, 그 행사로 인해서 인력적으로도 수탈을 당하고 있던 백성들이었다.
이에 더해 정씨 세도가는 자신들의 입맛대로 권력을 휘두르고 있었다. 귀족 세력의 과세 부담 줄이기에 혈안이 되어있었던 세도가는 백성들의 원성이 들끓고 있음을 보고도 못 본 척하기 일쑤였고, 급기야는 그것이 실록에 적히고 있다는 것 자체에 불만을 가지기 시작했다.
[참고 문헌]
우리역사넷 세도정치
우리역사넷 삼정의 문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