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잘하고 싶은 것과 내가 잘하는 것
어느 덧 개강이 3주도 남지 않은 시점이 되었다.
작년 12월부터 이번 달 2월까지 이번 겨울 방학은 참으로 많은 일들을 하면서 지냈다.
<1학년 겨울방학 때 한 일들>
1. 아트박스 아르바이트(12월 말부터)
2. 편의점 아르바이트(1월 말부터)
3. 보컬 레슨(1월부터)
4. 매일 매일 책 읽기 챌린지(2월 초순부터)
이번 글은 3번 보컬 레슨에 관련된 이야기를 하나 해볼까 한다.
부제에도 써놨지만 내가 잘하고 싶은 것과 내가 잘하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 석 달 간의 시간이었다.
보컬 레슨은 내가 어렸을 때부터 하고 싶어했던 레슨 중에 하나였다. 내가 노래를 잘 못하기도 했고 목소리가 한 때는 컴플렉스였던 사람으로서 항상 플랫이 되고 음정이 맞지 않는 노래가 나를 항상 괴롭혔다.
한 번은 고등학교 1학년 때 뮤지컬 공연을 하는 것이 음악 시간 과제였던 적이 있었다. 어쩌면 그 때가 노래를 잘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 계기였던 것 같다.
뮤지컬의 연기나 구성, 기획이 모두 좋아서 A+를 점수로 받았지만 주인공(그게 바로 나였다)의 노래 실력이 조금 아쉬웠다는 평을 받았던 터라 나는 그 때부터 기회가 된다면 보컬 레슨을 받고 싶다고 항상 생각해 왔다.
그리고는 이번 겨울, 나는 내가 가지고 있는 돈을 탈탈 털어 동네의 보컬 학원에 등록을 했고 내 목소리의 음색과 비슷한 노래를 하나 골라 두 달 간의 보컬 레슨을 받기로 하고 결제를 했다.
여담이지만 두 달에 걸친 보컬 레슨비도 대학생 입장에서는 만만치 않았고 카드 결제를 할 때 (내적으로) 손을 달달 떨면서 결제를 했던 기억이 난다.
그렇게 노래를 배우러 다니기 시작했다. 흉성은 곧잘 쓰고 목소리 톤도 낮았던 나는 낮은 음에서는 풍부한 소리를 곧잘 내었다. 성량이 좋아서 그 부분에 대해서도 칭찬을 받기도 했었다.
하지만 문제는 고음 부분. 흉성과 두성을 연결하는 성구 전환이 잘 되지 않았던 나는 (지금도) 두성을 어떻게 쓰는지를 몰라서 애를 먹는 중이다. 그 때문에 레슨과 더불어 온갖 유튜브 강의를 찾아보면서 따라하고 소리지르고 이상한 소리를 내기를 두 달 간 꾸준히 해봤지만 보컬 학원의 원장 선생님 말마따나 드라마틱한 변화는 없을 거라고 했던 것처럼 그다지 나의 고음 실력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물론 발성법을 배우면서 소리가 정돈되고 고음을 낼 수 있는 정도가 혼자서 노래 연습을 할 때보다는 많이 좋아진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내가 원하는 것처럼 가수처럼 톤이 예뻐지고 고음을 쭉쭉 잘 올리는 그런 드라마틱한 변화는 일어나지 않았다.
어쩌면 시간 투자를 더 했다면 내가 성구전환을 하고 두성을 쓸 수 있게 되어서 더 높은 음을 자유자재로 낼 수도 있게 되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번 기회로 나는 나에게 노래란 나에게 수학 같은 존재가 되어버렸다. 수학이 나에게 어떤 의미냐고? 아무리 노력해도 할 수 없는, 하면 할수록 모르겠는 심연 같은 존재랄까.
‘안 되면 되게 하라.’ 라는 말보다는 ‘안 되면 다른 거 하자.’ 라는 말을 더 신봉하는 나로서는 선택과 집중을 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하면서 실력이 느는 즐거움보다는 또 해야한다는 고통을 줬던 노래는 그만두기로 결정을 했다는 말이다.
어쩌면 그 ‘또 해야 하는 고통’을 거쳐야만 노래의 실력자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근데 내 인생의 시간은 소중하니까 나는 하면서 즐거운 것(예를 들면 다이어리 꾸미기 같은 거?)을 하면서 나의 여가 시간을 즐기기로 마음 먹었다.
‘어떻게 사람이 다 완벽하겠어. 노래 좀 못하면 어때.’ 라고 나 스스로에게 좀 여유를 주는, 자기 사랑을 실천하는 내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야기가 흘러흘러 자기 사랑에 까지 닿게 되었지만, 이렇게 자기 적성과 특기, 취미를 찾게 되는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는 것만으로 만족을 하려고 한다.
노래가 늘지 않아서 한참을 골몰하다가 생각을 전환하고 그 생각을 토대로 글 한 편을 쓰고 나니 그래도 마음이 조금은 편해졌다. 노래는 내 마음대로 안 되는 것일까 하고 한참 나 혼자서 화가 나고 짜증이 나있던 참에 이렇게라도 감정을 분출하니 그래도 조금은 나아졌다.
작년 12월 달에는 소설 쓰기를 중단했는데 이어서 이번 2월 달에는 노래 잘(!) 하기를 포기(?)하게 되니 마음이 좀 헛헛하긴 하다.
선택이라는 게 어떤 것은 포기하게 된다는 말과 같다는 것을 배워가는 게 인생인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