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장하게 살아봤자 그냥 삶이야
요즘 진로에 대해서 참 고민이 많다
굉장히 현실적이고 냉정한 자아비판도 하게 되고
나는 뭐 하나에 특출난 게 있는 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내가 좋아하는 것과 현실적인 자원 사이에서 갈등을 하기도 하고 노후 자금 같은 것도 생각하게 되고 야망에 비해 큰 나의 게으름도 생각하게 된다.
어렸을 때는 내가 뭔가 대단한 사람이 되어서
커리어도 쌓고 있는 멋있는 사람이 될 거라 생각했는데 30이 다 되어가는 이 마당에도 그냥 우당탕탕 뚱땅뚱땅 펄슨 정도 밖에는 안 된다.
대학교 2학년이 되니까 자아는 강해져서 눈은 엄청 높아지는데 내 능력에 비하면 쓸데없이 비대한 자아라서 한숨만 푹 쉬고 다시 원점으로 돌아온다.
그러니까 현타가 자주 온다
어디로 도망가고 싶어도 현실이라는 구렁텅이 속에서는 도망갈 데도 없다
가끔 벅차면 죽고 싶다는 생각도 드는데
죽고 싶은 마음은 오래 가진 않는다
어쨌든 내가 이렇게 살아남은 게 아까워서라도 죽기는 싫다 대학까지 왔는데 살아야지
내가 겨우 그깟 돈 벌려고 이렇게 열심히 살았나 하는 자괴감이 계속 든다
그러니까 계속 그냥 힘주기가 싫다
열심히 박터지게 살아도 살아지고
그냥 힘빼고 살아도 살아지니까
해파리가 되어본다.
물의 흐름에 따라서 둥둥 떠다니는 내가 되어본다.
지하철에 실려서 집에 가는 이 와중에도
사람들은 참 많이 타고 내린다
다들 무슨 생각하면서 앞으로 나아가는 걸까?
정신과에 가면 이런 이야기들을 해봐야지.
거창한 사명 같은 거 나도 버린지 오래고
그냥 삶이라는 게 별 거 없다는 걸 깨달을 때마다
가슴이 답답하고 갑갑하다
쓸데없이 의대 가려고 사수 한 거 같고
쓸데없이 내 삶 찾겠다고 탈출한 거 같고
쓸데없이 대학에 온 것 같다
그냥 돈 벌려고 사는 건데
뭣하러 사나
내가 원해서 태어난 것도 아닌데.
과도 마음에 안 들고
나의 모든 것이 마음에 안 든다
그냥 엉망진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