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해소 방법
오랜만에 브런치에 글을 쓴다.
쓰고 싶은 소재가 생겼기 때문이다.
나는 오랜 기간동안 아웃풋이라는 것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무작정 인풋만 해왔던 시기가 있다. 나는 다른 사람들보다 입시 기간이 길었고, 계속해서 고등학생에 머물러 있을 수 밖에 없었다(정신적으로). 그 기간은 자그마치 22년.
이십 몇년 간을 나의 이야기를 풀어내지도 않고 마치 도를 닦는 것처럼 살아왔으니 아직 어렸던 내가 병이 나는 건 당연한 수순일 것이다.
(아웃풋이라는 것은 아무래도 스트레스를 푸는 것으로 말하면 간단하게 이해가 될 것이다. 이렇다 할 스트레스 풀이법도 없었고 운동마저 과업처럼 억지로 힘을 끌어모아서 해야했으니 단련보다는 극기훈련에 가까웠다.)
하지만 그 22년이라는 세월을 다 풀어내기 위해 심리상담을 해왔고 그 22년의 세월들을 다 풀어내고 나니 나는 비로소 비어버린 상태가 되었다.
그제서야 현실로 돌아온 것이다. 그 전까지는 과거에 매여서 살아야만 했으니까. 아웃풋이 없었던 나의 과거는 정신을 과거에 계속 머무르게 했다. 제 시간에 비워내지 못한 과거는 나를 계속 해서 잡아 주저앉혔다.
그렇게 비어버린 내가 되고 나서야 나는 예술을 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계속 아웃풋의 방법이 없이 살다가는 또 똑같이 아플 게 분명했으니까. 글을 쓰고 연기를 하는 것 말이다.
그런데 정작 이제 상담을 통해서 나는 비어버린 사람이 되어버렸고 그 이상의 아웃풋을 내기 위해서는 인풋을 무지막지하게 해야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지금 김초엽 작가의 첫 에세이 ‘책과 우연들’을 읽고 있다. 김초엽 작가는 글을 써야할 때 소재에 관련된 책들을 왕창 사서 읽는다고 한다. 그렇게 재미있는 SF 소설들을 쓰는 작가도 더 이상 쓸 것이 몸에 남아있지 않아서 책을 읽는다고 하는데 나 같은 브런치 습작러, 배우 지망생이 그것을 안 할 이유가 없다.
그리고 나는 머리가 아플 때(정말로 신체적으로 머리가 아플 때이건, 고민이 많아서 정신적으로 아플 때이건 상관없이) 글을 쓴다. 다이어리에도 쓰고, 브런치에도 쓴다. 주로 다이어리에 글을 쓰는데, 글을 쓰고 나면 복잡했던 머리가 정리가 되면서 명징한 상태가 된다. 이게 나에게는 맞는 아웃풋인 게다.
현실적인 문제로 나는 예술대학교에 진학할 수 없었다. 연기로 대학을 가고 싶었고 그 소망은 지금도 계속 되고 있다. 그래서 내가 한 생각은 돈을 내가 벌어서 예술대학교에 진학하는 것. 내 앞으로의 목표이다.
그러기 전에 내가 돈을 벌기 위해서 공부하는 지금을 인풋을 쌓아가는 시간이라고 정하고 싶다. 오래 연기를 하려면 그만큼 내 안의 것들도 충만해야 하니까.
덧,