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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걷고 Oct 03. 2024

어깨 통증이 준 교훈

이삼 개월 간 왼쪽 어깨에 통증이 느껴집니다. 이번 해파랑길에서 통증이 더욱 심해졌고, 팔을 들어 올리고 내리는 동작을 할 때마다 통증을 느낍니다. 마치 팔이 빠진 느낌이 들 정도로 힘을 쓸 수도 없고 가벼운 동작에도 통증이 느껴집니다. 지인 소개로 알게 된 재활의학과 병원에 찾아가 진찰을 받았습니다. 6개월 전에는 오른쪽 어깨가 아파서 치료를 받았던 병원입니다. 엑스레이를 찍었는데 다행스럽게 어깨에 이상 징후는 없습니다. 무슨 일을 하느냐고 의사가 묻습니다. “걷고 글 쓰며 지내고 있습니다.”라고 대답합니다. 백수를 포장해서 설명한 것입니다. 어깨 운동하는 법을 알려주시고, 물리치료를 받고 처방전을 받아 돌아왔습니다. 벌써 통증은 2/3 정도 사라졌습니다. 약을 어젯밤에 한번 복용했습니다. 지금은 통증이 사라졌습니다. 약간의 뻐근함 정도 남아있을 뿐입니다. 일주일 치 약을 처방받았지만 의사 선생님께서 아프지 않으면 먹지 않아도 된다고 합니다. 오늘 하루만 더 약을 복용할 생각입니다.    

  

가만히 원인을 생각해 봅니다. 특별한 운동을 하지도 않고 일상의 변화도 거의 없는 편안한 생활을 하며 지냅니다. 걷기와 글쓰기 외에 하는 일은 없습니다. 굳이 얘기한다면 책과 신문을 읽고 걷기 동호회 활동하며 공지와 글 올리는 것 정도입니다. 그런데 어깨에 무리가 온 것입니다. 원인을 곰곰이 생각해 봅니다. 주원인은 핸드폰인 것 같습니다. 밴드 활동을 하며 핸드폰을 늘 들고 삽니다. 그만큼 자주 들여다보고 누군가 댓글을 달면 그에 맞춰 답글을 달고 있습니다. 아내가 가끔 요즘 너무 핸드폰을 자주 많이 본고 핀잔을 주기도 합니다. 동호회 활동과 SNS를 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그렇게 되었다고 핑계를 댑니다. 또 다른 이유는 길을 걸으며 길을 찾기 위해 핸드폰을 손에 들고 걷습니다. 이런 사소한 일로 인해 어깨에 무리가 온 것 같습니다.     

 

핸드폰 케이스를 가벼운 것으로 바꿨습니다. 무게를 조금이라도 줄이는 것이 좋을 것 같아서입니다. 핸드폰을 늘 왼손에 들고 다니고 봅니다. 왼손잡이여서 자연스럽게 그렇게 됩니다. 의식적으로 노력해서 오른손으로 보는 습관을 들여 볼 생각입니다. 그리고 손에 들고 보지 않고, 바닥에 놓고 보는 습관도 만들어 볼 생각입니다. 잽을 자주 맞으면 쉽게 KO 당한다고 합니다. 작은 충격이 누적되어 사소한 충격에 쉽게 쓰러진다는 의미입니다. 핸드폰이라는 작은 도구를 너무 자주 오랜 시간 사용하며 생긴 통증입니다. 통증은 경고 사인입니다. 습관의 변화로 통증을 줄여나갈 생각입니다. 아내가 핸드폰 거치대를 사주어서 책상 위에 놓고 있지만 잘 사용하지 않고 있었습니다. 익숙한 습관에서 벗어난 행동을 하는 것이 주는 불편함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제는 사용할 생각입니다. 스스로 익숙한 것에 맛 들여 몸의 불편함을 초래했으니 이제는 익숙한 것을 설익게 만드는 작업이 필요한 시기가 온 것입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심지어 걷다가도 자주 핸드폰을 들여다봅니다. 습관이 된 것입니다. 하지만 이제는 가능하면 손에 들고 다니거나 자주 보지 않고 집에서 거치대에 올려놓고 보는 습관을 만들어 볼 생각입니다.      


제 생각에 다른 사람들에 비해 핸드폰을 보는 시간의 양이 적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런 일이 발생했습니다. 어린 학생들이나 젊은 사람들이 핸드폰을 들여다보는 시간이 저보다 훨씬 더 많을 것 같습니다. 그들도 뭔가 몸의 이상 징후가 오지 않았을까라는 걱정을 해 봅니다. 지하철에서 사람들의 행동을 보면 90%는 핸드폰을 보고 있고, 가끔 책을 보거나 수다를 떨거나 신문을 보는 사람을 매우 희귀하게 발견합니다. 핸드폰이 일상에 많은 편안함과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맞지만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지불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자신의 몸의 상태를 늘 지켜보며 건강을 유지하고 일상의 편안함을 누리는 현명한 태도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좋은 습관과 나쁜 습관은 자신이 만듭니다. 스스로 어떤 습관이 자신에게 이익이 되는지를 알아차리는 것이 중요할 뿐입니다.      


어제 병원에서 진료를 받기 위해 한 시간 정도 대기해야 했습니다. 늘 책 한 권을 가방에 들고 다니는 데 어제는 깜박 잊고 그냥 나왔습니다. 병원 마친 후 걸을 생각으로 선글라스와 모자만 가방에 들고 나왔습니다. 한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하나? 책이 없으니 잠시 고민합니다. 오히려 명상하기에 좋은 시간입니다. 눈을 감고 호흡에 집중하며 호흡명상을 합니다. 병원의 소란함은 금방 사라집니다. 몸 전체가 편안해집니다. 40분 정도 명상을 한 후 병원을 천천히 살핍니다. 아이들을 데리고 온 한 엄마는 아이들과 장난을 치고 있고, 다른 엄마는 자신도 책을 읽고, 아이들도 옆에서 같이 책을 읽고 있습니다. 함께 놀고 독서하는 모습이 아름답습니다. 어린아이가 혈압계에 팔을 밀어놓고 장난으로 혈압을 재는 모습을 보며 할머니들이 웃습니다. 간호사는 바쁘게 움직이고 있고 어떤 사람은 몸이 불편한지 얼굴에 수심이 가득합니다. 저도 환자로 왔는데 환자 같지 않습니다. 그냥 몸의 한 부분이 불편해서 찾아온 사람입니다. 몸의 저의 일부분이지만 저의 모든 것은 아닙니다. 불편한 것은 없앨 필요는 있지만, 그 불편함으로 인해 저 자신 전체가 불편할 필요는 없습니다.   

   

병원 마치고 오랜만에 강남에 들러 예전 동료들을 만나 수다를 떨고 돌아왔습니다. 반가운 친구들입니다. 버스를 타고 바깥세상을 구경합니다. 햇빛이 강렬하고 바람은 약간 쌀쌀하고 하늘을 청명합니다. 가을 기운을 느낍니다. 늘 지하철만 타고 다니다 버스를 타니 세상 밖으로 나온 것 같아 즐겁습니다. 몇 정거장 전에서 내려서 홍제천과 불광천을 따라 걸어 집으로 가고 있는데 아내가 전화를 합니다. 아내도 마침 지인을 만나 수다를 떨다가 불광천을 걷고 있어서 반갑게 만나 손잡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핸드폰 사용 자제하라는 아내의 경고를 귀담아듣고 차려준 저녁 식사를 함께 하며 하루를 마무리합니다. 참 편안한 하루입니다. 완벽한 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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