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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걷고 May 12. 2021

[걷고의 걷기 일기 0218]

꿈 일기

날짜와 거리: 20210510 – 20210511  21km

코스: 상암동 공원 나들이

평균 속도: 4km

누적거리: 3,899km

기록 시작일: 2019년 11월 20일

 

걷기 좋은 날씨다. 햇빛은 강하고 습기는 없으며 바람이 불어와 걷기에 좋은 날이다. 점심 식사 후 홀로 두세 시간 걷는 이 시간이 너무 고맙고 편안하다. 약 2주 전부터 우측 겨드랑이와 가슴 부위에 통증이 시작됐다. 고개를 숙이거나 팔을 뒤로 젖히거나 물건을 잡으려 할 때 전기가 흐르는 것처럼 찌릿찌릿한 게 영 기분이 좋지 않다. 팔과 손에 저림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팔 뒷부분과 아래 부분, 손가락까지 저림 현상이 연결되고, 아픈 부위가 조금씩 변하기도 한다. 혈압약을 처방받기 위해 병원에 들려 처방받고, 통증에 대해 물어보니 근육통 약을 5일 치 처방해 주었다. 약을 먹고 나서도 계속 통증이 있으며 정형외과에 가서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고 한다. 아내는 목 디스크일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근육통 약을 먹어서 그런지 통증은 약해졌지만, 여전히 찌릿한 느낌과 압박감이 느껴진다. 어딘가 몸에 이상 신호가 오면 예전과는 다르게 신경이 많이 쓰인다. 혹시나 큰 병으로 도지지 않을까라는 걱정 때문이다. 

요즘은 정신 분석이나 꿈 분석, 해석에 관심을 많이 갖고 있다. 꿈을 거의 매일 꾸기도 하고 그 꿈에 대한 해석을 통해서 나 자신을 좀 더 알고 싶다. 꿈은 계속해서 내게 말을 걸어오거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드림 저널, 나를 변화시키는 100일의 꿈 일기”(김서영 지음)를 약 2년 전 구입했다. 며칠간 꿈 기록을 통한 나름대로의 해석을 하기도 했지만, 꾸준하게 하지 못했다. 다시 그 책을 찾아서 처음부터 읽기 시작했다. 이 책은 늘 가장 가까운 곳에 비치해 두었는데, 이제야 다시 열어보게 된 것이다. 꿈은 거짓말을 하거나 꾸며대지 않고 솔직하게 할 말을 전하고 있다. 심지어 악몽도 전하는 메시지가 있다고 한다. 흔히 얘기하는 꿈 해몽과는 전혀 다르다. 꿈의 상징성을 자신의 과거와 현재를 통해 이해하는 작업이다. 

 

자기 전에 쉽게 노트할 수 있도록 종이와 펜을 옆에 놓고 잔다. 밤에 화장실 다녀오거나 기상할 때 생각나는 꿈을 바로 적기 위한 조치이다. 적어놓고, 그 내용을 자세히 살피고, 지금 자신이 처한 상황과 대입해서 분석과 해석을 하면 자신의 내면을 탐색해 나갈 수 있다. ‘무의식의 분석’ (C. G 융 외 지음)을 며칠 전에 도서관에서 빌려왔다. 최근에는 ‘카우치에 누워서’ (어빈 얄롬 지음)라는 책을 읽었다. 정신분석가들이 내담자를 어떻게 상담하고 있는지 소설 형식으로 만들어낸 책이다. 내담자와 상담을 하며 자유 연상을 유도해서 내담자의 마음을 탐색하고, 분석과 해석을 하는 재미있는 책이다. 또한 남자 분석가들이 여성 내담자를 만나 성적 유혹을 느낄 수 있고, 그로 인한 피해가 상호 간에 큰 상처를 줄 수 있다는 경고도 얘기하고 있다. 

 “손톱 깎기를 찾는데 찾을 수가 없다….. 영화를 모두 찍었는데, 보다 싼 배우를 고용해서 다시 찍는다고 했다. 덩치 큰 관리자에게 덩치가 작은 사람이 뒤차기로 얼굴을 가격했다….. 물건에 상표를 타자기로 찍어서 붙이는데, 자판 좌측 하단에 있는 자판을 한 글자씩 옆 자판을 눌러서 잘못된 글자로 붙여졌다.” 

 

 어제 꾼 꿈이다. 손톱 깎기는 매일 쓰는 물건이 아니지만 반드시 필요한 물건이다. 필요해서 찾으려 했는데 찾지 못한 것은 상담사로 자리를 잡지 못한 것에 대한 안타까움인 것 같다. 평생 하고 싶은 일인데 못하고 있는 안타까움이 표현된 것 같다. 덩치 큰 사람에게 발로 공격한 것은 권위자나 윗사람에 대한 분노를 표출한 것이다. 며칠 전 선배를 만났는데, 헤어지면서 별로 마음이 좋지 않았다. 나를 대하는 태도가 무시하고 안중에도 없는 태도라고 느꼈고, 그 불편한 마음을 며칠간 마음에 안고 있었다. 또한 내 마음속에도 그 선배를 무시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투사를 하고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투사라는 생각이 들면서 불편한 마음도 사라졌다. 타자 자판을 잘못 친 것은 작가가 되고 싶은데 아직 문장력이 많이 부족하다는 의미로 해석되었다. 며칠 전 ‘문장 강화’ (이태준 지음)를 다시 읽기 위해 서재에서 책상으로 꺼내왔다. 글 쓰기 연습을 하고 싶고, 그 지침으로 이 책을 다시 정독하려고 했는데, 아직 시작도 못하고 있다. 자판을 잘못 눌러서 오타가 난 것은 이런 내용을 반영한 것 같다. 

 

 정리해 보면, 상당은 평생 해야 할 일이니 비록 지금 상담 진행할 곳이 없더라고 꾸준히 찾고 공부하며 시기를 기다리라는 것으로 해석된다. 권위자에 대한 불화가 늘 마음속에 남아있었는데, 발차기로 시원하게 공격하며 감정을 표출했다는 것은 의미 있는 상징이다. 권위자에게 눌려 살지 않겠다는 자신과의 약속이 표현된 것이다. 타자 오타는 글쓰기 공부를 하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 세 가지 꿈은 결국 자아실현과 연결되어 있다. 권위자에 대한 불화가 늘 내게는 하나의 걸림돌이었는데, 벗어나기 시작했다. 마음속 걸림돌과 주름이 사라져야 편안하게 상담을 진행할 수 있고, 내 꿈을 펼쳐나갈 수 있다. 글쓰기와 상담은 평생 할 일이다. 손톱 깎기가 평생 필요하듯이. 꿈의 상징은 자신만이 알 수 있다. 지금 처한 자신의 상황과 꿈을 연결해서 해석하면서 자신이 자기의 길잡이가 될 수 있다. 꿈 일기를 계속 쓸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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