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st IR(Investor Relationship) 실무자 인터뷰집
코스닥 중견기업에서 10여 년간 IR 업무를 담당했었습니다.
소속된 팀이 경영기획팀이었기에, IR만 했다고 하기엔 참 많은 일들을 동시에 했었지만, 그래도 가장 잘하고 싶으면서도 잘하기 어려웠던 일이 IR이었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저는 저 일을 다시는 하고 싶지 않다고 생각했었습니다.
매일 같이 주가가 떨어지는 이유에 대해 화내고 울며 전화하는 개인주주들을 상대하는 일은 감정소모가 심했고, 매번 바뀌는 자본시장의 규정과 주식시장의 변동성을 즐기기에는 제가 추구하는 안정적인 삶과는 거리가 멀다고 생각했었습니다. 처음 만나는 기관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투자금을 얻기 위해 설명하고 설득하는 과정은 '돈'이 삶의 우선순위에서 조금 먼 저에게 허황된 일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 일을 해내는 과정에서 상사로부터 오는 압박감이 저에겐 가장 큰 문제였습니다. 개인주주 전화를 오랫동안 진심을 다해 받으면 쓸데없는 일에 시간 쓴다고 혼이 나고, 시시각각 변하는 시장흐름이나 법률 정보를 놓치거나 작게라도 실수하면 술자리 때마다 욕설이 담긴 꾸중을 들어야만 했습니다. 미팅에서 어떤 이야기를 나눴는지, 투자자의 반응이 어떠했는지 항상 디테일하게 보고해야 했고 저의 답변이나 생각이 잘못되었다고 판단되면 그 자리에 선 채로 후배들이 보는 앞에서 오랫동안 시달려야 했었습니다.
그렇게 10여 년을 지내고 나니 금융시장이나 숫자와 관련된 질문이 나오면 온몸이 굳어버리곤 했습니다. 초등학생도 대답할법한 간단한 질문도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아 그 어떤 대답도 할 수가 없었습니다. '나는 이 일이 맞지 않는다. 나는 이 일을 못한다.' 생각했지만 계속해서 주어지는 관련 업무들 때문에 '이 번 것만 끝내자' 하며 가까스로 버텨온 것 같습니다.
그래서 회사생활의 공백기를 가졌던 근 1년 반의 기간 동안, 회사생활을 회고하며 써 내려간 목록에서 IR과 관련된 저의 성과는 하나도 없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제 친한 친구가 저에게 얘기했습니다.
"네가 잘했다고 생각하든 못했다고 생각하든, 그 일을 10년 동안 해왔다면 그래도 뭔가 남아 있지 않을까? 그리고 너도 뭔가 잘하는 게 있었겠지. 네가 그 일을 못하면 아예 그 일을 안 줬을 거야."
문득 궁금해졌습니다. '나에게는 뭐가 남았을까, 그리고 난 뭘 잘했기에 그동안 그 일을 오랫동안 했을까.'
그런 이유로 시작해 봅니다. Best IR 경력자 인터뷰.
IR 업무를 3년 이상 해본 경력자들을 만나며 IR 업무의 면면들을 살펴보고자 합니다. 저와 상사 사이에 있었던 IR을 벗어나 다른 회사의 IR은 어떠한지, 다른 사람의 IR은 어떠한지 궁금해졌습니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IR을 하고 있는 분들과 공유하고 싶어 졌습니다.
나의 IR을 조금은 낯선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는 기회이자, 같은 업무를 하는 사람들끼리 서로 공감하고 위로할 수 있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아직 이 직무를 경험해보지 못하신 분들에게는 현장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기회가 되겠지요. 무엇보다 저에게는 지난 10여 년의 IR에 대한 경험을 새롭게 써 내려가는 시간이 될 수 있을 거라 기대해 봅니다.
Best IR은 공시/IR 담당자들이 모여있는 N사 카페의 모임 이름입니다.
IR을 하나도 몰랐지만 잘하고 싶었던 2012년의 제가 스스로 찾아가 스터디하고 교류했던 모임이었습니다. 그때의 젊은 청춘이었던 스터디 모임 동기들은 이제 모두 엄마와 아빠가 되어 이곳저곳에서 여전히 그들만의 IR을 해내고 있습니다. 이번 인터뷰를 진행하는 데에 든든한 응원군입니다.
IR 업무를 담당하는 여러 사람의 목소리를 주식시장과 관련된 정보들과 함께 담아내보겠습니다.
응원 부탁드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