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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향다 Apr 19. 2024

IR의 소임 - 포럽준

Best IR 인터뷰집

 


 포럽준님은 10여 년간 IR업무를 담당해 온 경력자였다. 지금 근무 중인 IT제조 회사가 몇 년 전 지속적인 실적 악화로 유일했던 Coverage 마저도 Hold 의견이었을 때, 그 회사의 IR 담당자로 일을 시작했다. 그리고 현재는 커버하는 증권사가 10개를 넘어가며 해당 섹터의 대표종목이라 불릴 수 있게 되었다. 인터뷰를 하는 동안 회사의 성장을 함께하며, 다양하게 고민하고 경험한 시간들이 빚어낸 이유 있는 자부심을 느낄 수 있었다. 


Interview Point 

1.  IR 업무의 다양성

2.  IR 업무를 잘 해내기 위한 방법과 커뮤니케이션 스킬

3.  IR 담당자로서의 마음가짐 


Q.  기획업무 부서에서 공시/IR업무를 같이 담당하고 계세요. 어떠세요? 

 공시/IR 업무 담당이라고 해도 각자의 회사 안에서 하는 일은 너무 달라요. 얼핏 보면 똑같은 Dart 편집기를 사용하고 같은 법규를 적용하고 있으니 비슷하지 않나 생각할 수 있지만 회사마다 IR이라는 포지션이 처한 상황은 너무도 다르더라고요. 

채용공고를 봐도 IR이 어느 팀에 속해 있는지 보면 대략적으로 알 수 있어요. 예를 들어 IR이 재무팀이나 회계팀에 속해 있으면 아무래도 공시하는 업무가 주 업무라고 생각하게 되고, IR이 전략기획이나 경영기획에 속해 있으면 그래도 이쪽 IR은 향후 계획이나 지금 추진 중인 프로젝트들의 진행상황에 대해서 알고 소통할 수 있겠구나 생각해 볼 수 있어요. 법무팀에 공시/IR이 있는 경우도 있고 총무랑 엮인 경우도 있죠. IR팀이 따로 있으면 베스트긴 하겠지만 회사마다 IR 업무 담당자가 처해진 환경은 정말 너무 다른 것 같아요. 그래서 다양한 사람들과 꾸준히 정보공유하고 소통하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애널리스트들 만났을 때도 식사자리에서 항상 물어봐요. IR 잘하는 회사들은 어떤 이야기들을 해주냐, 어떤 것들을 하냐 하고요. 그럼 이제 그 좋은 사례들을 우리 회사가 해볼 수 있는지도 생각해 보고요. 


Q. 들으셨던 내용 중에 IR 잘하는 사례들이 뭐가 있었어요?

 잘한다기보다는 기억에 남았던 내용은 IR도 행사를 크게 하는 경우들이 있더라고요. 애널리스트들을 모아서 간담회를 한다거나 제조라인이 있는 회사들은 회사로 초대해서 라인투어도 하고요. 제가 다니는 회사에서 그 정도 사이즈를 실현하기에는 좀 어렵긴 했지만 흥미로웠어요.  


+) IR관련 행사 (NDR, 1:1 미팅, Corporateday 외) : 하기 내용은 인터뷰어의 주관으로 작성된 내용입니다. 


 -  기자간담회

   : 회사에 주요 이슈가 있어 시장의 관심을 의도적으로 끌고자 할 때

   : 경영진이 주가에 대한 관심, 참여도가 높고 비용에 대한 부담이 없는 경우

   : 언론사 기자들과 인맥이 없는 경우 언론홍보대행사를 추천함. (비용 발생)

   : 개별적으로 연락해 기자들과 적극적인 친분을 쌓고 시도해 볼 수도 있음


 -  해외공장 라인투어 

   : 해외에 생산기지나 주요 법인이 있는 경우 라인투어 및 산업탐방 등의 일정을 구성함.

   : 시장의 관심이 있을 때, 회사에 대한 신뢰(충성도)를 쌓을 수 있는 방법

   : 특정 애널리스트가 해당 회사에 관심이 많은 지인(매니저)들을 동행해 가기도 하고

   : 어느 정도 규모가 되면 기자/매니저/애널리스트 그룹을 구분해서 가기도 함. 


  - 애널리스트 간담회 

   : 이슈사항이 있을 경우, 기존에 소통 중인 애널리스트들을 초대


Q. 좋아하는 분야가 산업에 대한 관심에도 영향을 미칠 것 같은데, 지금 있는 IT 분야에 원래 관심이 있으셨나요? 

 저도 경영학과를 나와서 IT 분야에 대한 지대한 관심이나 전문적인 지식은 없었어요. 컴퓨터나 전자기기에 대한 내용도 잘 모릅니다. 하지만 투자와 산업의 변화에는 관심이 많았어요. 그래서 최근에 어떤 산업이 핫한지 꾸준히 모니터링하는 편이고 뜨거운 이슈를 우리 회사와 연관시킬 수 있는 방법에 대한 고민을 꾸준히 하는 것 같아요 또한 저는 M&A 검토 업무도 같이 하다 보니 산업동향 리포트를 자주 보는 편이에요. 저희 산업뿐만 아니라 다른 산업도 자주 찾아보죠. 그래서 현재 저희 회사가 추진 중인 사업뿐만 아니라 앞으로 확대하면 좋을 것 같은 산업의 동향도 함께 정리해서 보고 드려요. 

그래서 FnGuide의 산업리포트는 거의 다 읽는 편이에요. 특히 인뎁스리포트(산업분석보고서)는 꼭 챙겨봐요. 저의 지금 산업과 무관한 반도체, 바이오, 엔터테인먼트 이런 것까지도요. 


+) 산업리포트 


  -  FnGuide에서 제공하는 서비스 중 FnResearch는 국내증권사에서 발행하는 리포트를 모아 쉽게 검색하고 다운로드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음. (1달 이용 비용이 30만 원, 1일 18,000원으로 (VAT 별도) 비용 부담이 있는 편)

     https://www.fnguide.com/fgdn/Info


  -  네이버에서도 종목, 산업, 시황 정보 등을 모아 쉽게 다운로드할 수 있도록 하고 있음 

     : https://finance.naver.com/research/


  -  대형증권사의 경우 네이버에 공개하지 않고 해당증권사 사이트에 가입한 회원들에게만 리포트를 제공하기도 함. 경우에 따라 종종 자체적으로 운영 중인 Telegram 채널(특정 섹터)이 있을 경우 리포트 다운로드 링크를 첨부해 공유하기도 함. 

      ex) 삼성증권 (tech) : https://t.me/jw_tech 


Q. 제조업 같은 경우는 산업의 전후방이 굉장히 뚜렷하잖아요? 장점이나 단점이 있다면요? 

 이건 IR 하는 사람의 성격에 따라 다르게 느낄 수 있을 것 같은데, 저는 지르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그래서 제가 IR 할 때, 저 나름 지키고자 하는 가이드는 ‘우리가 현재 어떤 일들을 하고 있고, 나아가 어떤 시도들을 해보고 있으니, 몇 년 뒤에는 이런 그림을 그려볼 수 있다.’ 까지만 얘기하는 거예요. 대부분의 B2B 회사들은 고객사의 정책이나 방향에 따라 변동성이 크잖아요. 투자자 입장에서 크로스체크가 가능한 부분이 있으니 함부로 말하지 않는 것도 있고, 제가 책임질 수 없는 말보다는 ‘우리는 이런 것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실제 될지 안될지는 하반기 정도에 결정이 될 것 같고요’ 정도만 해두죠. 그러면 정보를 받으시는 분이 나름 고민해 보시고 투자여부를 결정하시겠죠. 

 어떤 시장이든 초기에 형성될 때는 그 누구도 예측하기가 쉽지 않고 그래서 전망치의 차이도 너무 크죠. 그런데 시장이 어느 정도 성숙기에 접어들고 그 안에 계속 있다 보면 나름의 데이터가 쌓이거든요. 최근에 만난 여러 애널리스트들이 공통적으로 저에게 했던 말이 ‘포럽준님은 보수적으로 보는 스타일이신데, 이렇게 워딩을 세게 할 정도면 이거 진짜 되는 건가 보네요.’ 했거든요. 

 저는 나름 시장이 너무 흥분을 주체하지 못해서 추정치를 터무니없이 올릴 때, 적당하게 충격을 완화해 주는 역할을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작년에도 시장의 기대치를 보고, 저는 ‘아 그건 좀 강한 것 같고 보수적으로 이 정도 보시면 어떨까요.’라고 했거든요. 근데 실제 퍼포먼스는 제가 말한 것보다도 언더퍼포먼스 했어요. 그리고 이런 부분이 저희 회사를 좋게 평가해 주시는 지점이 되기도 한다고 생각해요. 


Q. IR 담당자로서 가장 힘들 때가 악성주주들을 대응해야 할 때라고 하셨어요. 요즘 주주님들은 뭐라고 하시면서 전화하시나요? 

 다들 공감하실 텐데 맨날 똑같죠 뭐 ‘회사 망했어요? 주가 이렇게 떨어지는데 그냥 보고만 있을 거예요? 대응 안 해요?’ 이런 거요. 나아가서 이보다 더 저급하고 과격하게 표현하시는 주주님들도 여전히 있으시죠. 저는 그래서 주가가 너무 많이 오르면 겁나요. 주변에 보면 주가가 적정주가보다 훨씬 고평가 받고 올라가면 좋아하는 담당자들도 종종 있는 것 같은데, 저는 오르면 마냥 좋다기보다는 마음이 불편해요 ‘아 이거 내려갈 때 이제 힘들겠다’ 생각하거든요. 오히려 주가 내려갈 때는, 악성전화로 스트레스받지만 한편으로는 마음이 편해요 ‘얼마 안 남았다. 이제 며칠만 고통받으면 한동안 이런 전화 안 받겠지.’ 하고 생각하게 돼요. 


Q. 재테크 열풍이 불고 정보 접근성이 높아져도, 여전히 막무가내인 주주님들은 계시는 것 같네요. 

맞아요. 그래도 전체적인 방향성은 점차 성숙해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예전에는 자사주 취득만 해도 시장에서 엄청 좋아했어요. 네이버에 ‘자사주 취득’만 검색해도 호재다. 이런 기사들이 많았고, 그렇다고 얘기하는 블로그 글들도 넘쳐났었거든요. 그런데 요즘은 자사주 취득을 호재라고 인식하는 사람은 없어요. 이게 소각이 결부되어있지 않으면 호재라고 보기도 애매하잖아요. 언제든지 다시 나올 수 있는 물량이라고 보기 때문에 요구 자체도 디테일 해졌고, 주주총회에 참석해서 주주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하는 것들은 5~6년 전 대비 훨씬 세련되어졌다고 생각해요. 

그런 면에서 자본시장이 더디더라도 점점 더 성숙해 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생각하고요. 결국은 IR도 퀄리티가 올라가야 한다는 요구를 받을 거고 IR 담당자들도 점점 더 공로를 인정받을 수 있는 환경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Q. IR담당자들에 대해서 인식하는 중요도가 10점 만점에 현재 한 5점 정도라면 앞으로는 8~9점 이상이 될 수 있다는 말씀인가요? 

 네 그렇죠. 사실 근원적인 질문을 하면 ‘IR이 왜 필요하지?’라고 생각해 볼 수도 있어요. 예를 들어 ‘주가가 오르면 회사가 왜 좋아요?’ 할 수 있죠. 사실 지금 당장 특별한 이유 없이 주가가 반 토막이 난다고 해도 우리 회사의 매출이나 비즈니스 환경에는 전혀 지장이 없어요. 그렇지만 이게 말 그대로 유가증권이잖아요. 현금화할 수 있는 돈인 거죠. 그래서 평상시에는 상관이 없지만 결국에는 우리가 스텝업 하고자 한다면 자본조달이 필수적일 텐데, 그런 환경이 되면 주가가 얼마에 위치해 있는지가 중요하고 그게 또 대주주 지분율을 얼마나 희석할 수 있는지와 연결이 되거든요. 그런 부분들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공감해 주면 지금보다 IR의 중요성이 더 높아질 거라고 생각해요. 회사 CEO마다, 소액주주들 마다 주가에 대해 갖는 관심도와 성향도 다르기는 하겠지만 전반적으로 주가관리의 영향력이 중요하게 인식될수록 IR 담당자들의 위상도 좋아지지 않을까 싶어요. 


Q. IR 업무의 매력이랄까요? 이 업무를 좋아하는 이유를 굳이 꼽아보면 뭐가 있을까요? 

 저는 일단 사람 만나서 이야기하는 거 너무 좋아하고요. 상상하는 것도 되게 좋아하는 편인 것 같아요. 한 산업에 오래 있어보니까 우리 산업이 가진 과거의 역사를 알잖아요. 그 히스토리가 기반이 되어야 미래 방향성도 설득력 있게 이야기할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예전에 이런 일이 있었고, 현재 상황이 이러하기 때문에 앞으로 이렇게 될 수 있다고 얘기를 하고, 실제로 그렇게 되면 저 스스로도 재밌다고 느껴요. 

 IR 담당자에게 와서 무언가를 질문하는 사람들은 자기 나름의 답이나 답에 대한 방향성을 가지고 있고 그게 맞는지 아닌지, 그리고 그 답을 찾는 과정에 놓친 것들이 뭐가 있는지 궁금해서 오는 거라고 생각해요. 투자자들도 향후 미래가 어떠할 것인지 예상하고 거기에 배팅하는 사람들인 거잖아요. 서로의 논리를 주고받는 게 재밌어요. 나름의 근거를 가지고 상상하면서 논리적 관계를 갖고 싸우는 거잖아요. 그런 면에서 애널리스트들과의 미팅이 굉장히 깐깐하고 어려우면서도 오히려 제 의견을 부담이 없이 이야기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제가 이야기한 대로 곧이곧대로 믿지 않으니까요. 제가 나름의 시나리오를 그렸는데 비슷한 그림으로 리포트가 나오고 그게 기사화되면 제가 생각했던 그림들이 어느 순간 산업의 정설처럼 받아들여질 때도 있더라고요. 그럴 때는 신기하고 보람을 느끼기도 하지만 살짝 허무해지기도 해요.  


Q. 하하, 맞아요. 저도 비슷한 경험 있었던 것 같아요. 내부에서 언급한 전망치가 시장에서 돌고 돌아 다시 저희에게 물어 올 때요.

 이게 아무래도 의견을 내기 조심스러운 분위기가 있기 때문인 것 같아요. 서로의 의견을 참고하기만 바쁘고 정작 나의 의견을 내는 사람이 없다는 생각을 하기도 해요.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를 얘기하는 사람보다 주위에서 낸 의견들을 ‘누가 이렇게 얘기했다더라’ 하고 옮기면서 책임지고 싶어 하지 않는 분위기요. 

 틀린 것들에 대한 너무 과한 질책이 이런 분위기를 만들기도 하거든요. 예를 들어 예상했던 것이 맞지 않더라도 심하게 질책하거나 과중한 책임을 묻지 않고 누구나 다 ‘예상’ 한 거고 나름의 논리로 ‘추정’ 한 것이니 틀릴 수도 있다고 생각해 주면 되는데, 틀린 것에 대해 과하게 조롱하거나 하면 아무래도 자신의 의견을 내기에는 위축되고 타인의 의견에 대한 의존도는 심해지게 되는 거죠. 


Q. 자신의 의견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겠다가 아니라, 최선을 다해 추정했으나 미래의 변수는 모두 통제할 수 없다는 마인드, 어느 조직에서나 꼭 필요한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IR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어떤 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요? 

 저는 IR이 회사의 창문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창문을 통해 외부 사람들이 우리 회사를 들여다볼 수 있죠. 이 회사는 어떤 업무를 하고, 실적이 어떻게 나오는지 알 수 있어요. 그런데 창문은 외부에서 밖을 볼 수 있는 루트임과 동시에 안에서도 밖을 바라볼 수 있어요. 그래서 저는 저희 회사에 탐방 온 사람들이 제 말만 듣고 가는 것을 원하지 않아요. 저는 맨날 물어보거든요. ‘어떤 것이 궁금해서 왔는지, 여기 말고 어디 다녀오셨는지, 요즘 주로 나누는 대화 주제는 뭔지’ 그러면 시장의 관심이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있게 되면서 우리 회사 정보만 밖으로 내주는 게 아니라 외부 정보를 안으로 끌고 들어올 수 있게 돼요. IR 담당자들은 영업담당자들이 고객사와 소통하면서 나눈 이야기 정도가 수집할 수 있는 내부정보의 한계일 수 있는데, 가끔은 주식시장에서 들은 정보로 영업보다 고객사의 움직임을 더 빨리 알게 될 때도 있거든요. 저는 그런 걸로 목소리를 많이 높이는 편이에요. 영업에서 숫자를 너무 보수적으로 갖고 오면 시장에서는 이 정도를 기대하고 있으니 추정치를 높일 필요가 있다고 얘기할 수도 있고요. 그래서 IR 미팅할 때 수동적으로 묻는 말에만 대답하고 요구하는 설명만 하지 않고 우리가 또 적극적으로 취할 수 있는 방법들을 많이 찾아보고 해 줬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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