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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향다 Sep 06. 2024

주가를 낚는 마음으로 - 제시

Best IR 인터뷰집


 제시님은 처음 IR을 담당했던 제조업 관련 회사에서 5년 넘게 근무 중이다. 성장하는 기업이었던 만큼 주식시장의 관심도 꾸준히 이어져 왔었다. 그 성장하는 흐름과 변화를 IR담당자로서 어떻게 받아들이고 경험하는지가 중요한 포인트였다. 


Interview Point

 1. 성장하는 회사에서 IR을 하는 방법

 2. 회사나 산업에 대한 정보를 받아들이고 해석하는 자세

 3. 주식시장과 커뮤니케이션하는 방법 



Q. 한 회사에 5년 넘게 계시네요. 이직을 고려하지 않는 이유가 있나요? 

A. 아무래도 회사가 외형적으로 쉬지 않고 계속 성장해 왔어요. 지금도 성장하고 있고요. 애초에 관심을 갖고 있던 산업분야기도 했지만 그 성장하는 흐름 안에서 저 또한 발전할 수 있었다는 게 이곳에 머무르는 이유였다고 생각해요. 어떤 변화가 있을 때마다 내가 뭘 할 수 있을지, 어떤 것을 하면 좋을지 그때그때 보였기 때문에 더 길게 있을 수 있었어요. 무엇보다 명확하게 주가에 영향을 줄만한 경영상의 이슈가 없었어요. 


Q. 뭘 할지가 그때그때 보인다는 말씀이 인상적이에요. 어떤 것을 할 수 있었나요? 

A. 사실 처음 IR을 시작했을 때에는 어떻게 IR을 해야 할지 몰랐거든요. 회사 안에 IR과 관련된 전임담당자나 팀장님이 있으면 좋겠지만 사실상 IR 업무를 처음 맡게 되거나 이직을 하게 되면 제로베이스에서 시작하게 되잖아요. 그때는 어떤 데이터를 가지고 IR을 할지에 대한 것뿐만 아니라, 내가 아는 용어의 뜻과 회사 내부에서 쓰는 용어, 자본시장에서 쓰는 용어가 다 달라서 혼란스럽더라고요. 또 해당 산업에서 주요 KPI로 무엇을 보는지도 알아야 하고요. 그런 것들을 하나씩 맞춰가는 작업들을 꽤 오랫동안 했던 것 같아요. 


Q. 그런 정보는 어디서 어떻게 알아맞혀 갈 수 있으셨어요?

A. 저는 대부분 타사 사례들을 참고했어요. 동종산업의 IR 자료를 벤치마킹 하거나 증권사 리포트를 공부하면서 어떤 부분이 많이 언급되고 중요하게 다뤄지는지를 봤어요. 해외 선진기업의 IR자료들은 스크립트까지 올려놓기도 하거든요. 그런 거 보고 많이 공부하고 따라 하려고 했어요. 

 산업 자료 같은 경우는 관련 산업 정부기관, 연구소, 증권사 전망 등이 서로 상반된 의견이거나 추정치의 갭이 너무 큰 경우도 있거든요. 그럴 때는 이 자료들을 어떻게 조합해서 나름의 논리를 가지고 시나리오를 만들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해요. 각 주체별로 용어나, 기준숫자, 집계 방법 등도 다 다르기 때문에 다양한 데이터들을 충분히 탐색하고 분석할 수 있는 눈을 키워야 해요. 사실 이건 관련 정보에 자주 노출되고 익히다 보면 자연스럽게 키워지는 거라고 생각하는데 무엇보다 중요한 건 스스로가 어느 채널로든 열려 있어야 하는 것 같아요. 


Q. 열려 있다는 마인드가 중요하단 말씀이시죠? 

A. 그렇죠, IR은 한 방향이 아니라 여러 방향으로 소통을 하잖아요. 크게는 애널리스트, 투자기관, 주주, 회사 이렇게 4개의 축으로 나눠볼 수 있을 것 같은데, 각자가 원하는 내용의 성격이 조금씩 다르잖아요. 각 주체에 맞게 정보를 가공해서 전달할 수 있으려면 들어오는 정보도 열린 마인드로 받아들이고 수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특히 내부적으로 회사 안에서 중요한 데이터들을 많이 수집하고 결과값으로 가지고 있을 수 있도록 내가 가진 생각을 이해해 주고 공감해 주는 사람들을 곁에 많이 둘 수 있어야 해요. 회사에서 공유되는 PPT 장표만으로는 단순한 정보밖에 안 보여요. 그래서 그 단순한 Data를 갖고 IR에 적용하고자 해석하려면 그 정보에 대한 디테일한 히스토리나 배경지식을 갖고 있는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게 중요하더라고요. 그래서 그런 분 들하고 긴밀하게 지낼 수 있도록 노력하죠. 또 외부에서 만나는 투자자나 애널리스트들을 통해서 산업 전후방 기업들의 의사결정 방향, 산업의 흐름, 성과를 더 잘 내고 있는 기업들이 특징 등을 들을 수 있어야 하니까 회사 내부든 외부든 열려 있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Q. 회사가 꾸준히 성장세였다면 사실 주가에 대한 스트레스나 압박은 없으셨을 것 같아요. 

A. 하하, 스트레스가 없을 수는 없죠. 사실 주가가 오르고 내리는 것에 대해서 저 스스로는 크게 동요되지 않아요. 그런데 주변분들 특히 회사 내부에 계신 분들이 회사실적도 괜찮은데 왜 주가는 빠지냐고 물어 오시면 살짝 스트레스가 되기는 하더라고요. 아무래도 외부에 계신 분들은 회사 자체의 상황에 대해 디테일하게 알지 못하기 때문에 오히려 산업이나 자본시장 기타 등등의 전체적인 흐름을 볼 수 있는 반면 내부에 계신 분들은 회사의 상황 하나만 보게 되니까요. 그때 할 수 있는 말은 사실 아침마다 시황 정리한 것 말씀드리고 ‘앞으로 어떻게 될 것으로 전망한다. 혹은 어떻게 하려고 한다.’ 정도의 조그마한 계획정도만 있으면 어느 정도 대응이 가능한 것 같아요. 

 그리고 주가가 올라도 사실 IR을 담당하는 사람으로서 크게 행복할 일이라고 여기진 않는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 저는 IR이 낚시하는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바닷가 방조제에서 찌 던져 놓고 기다리는 거죠. 월척을 낚을지 조그마한 물고기가 낚일지는 모르는 채로요. 낚시가 기다림의 싸움이라고 하는데, IR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내가 IR을 할 때 이 말을 했다고 해서 그게 바로 주가에 반영되는 것도 아니고, 주식시장에서 그걸 바로 공감해주지 않기도 하죠. IR을 하는 사람이 환경을 조성해 놓았다고 해도 주가를 움직일 만큼 주식시장의 공감대가 형성되어야 주가가 반응하니까요.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어떤 기간이 지나야 하고 그 기간을 내 의지로 특정할 수 없기 때문에 마음을 좀 내려놓고 기다리게 돼요. 그러면 갑자기 특별한 이슈 없이 주가가 올랐다 하더라도 ‘아 내가 예전에 열심히 해놨던 게 이제 반응하나 보다’ 싶어요.   


Q. 그래도 담당자로서 기다리는 마음이 편하지는 않을 것 같아요. 

A. 그렇죠. 그게 손을 놓고 마냥 기다린다는 의미가 아니에요. 주식시장에서 우리 종목의 주가를 바라보는 시선이 회사의 이슈와 관계없이 산업 전체의 흐름을 타는 건지, 아니면 일시적으로 회사나 산업에 대한 잘못된 평가가 있는지 계속 봐야죠. 어떤 논리로 주식시장을 설득하며 풀어나갈지에 대해서는 계속 고민해야죠. 미끼가 어종에 적합하지 않거나 조류에 따라 낚시하는 위치를 바꿔야 하는 것처럼요.   

 그리고 이건 마인드를 어떻게 갖느냐에 따라 다를 것 같기는 한데, 결국은 마일스톤을 어디에다가 두느냐가 중요한 것 같아요. 누군가는 ‘회사의 전략이 곧 IR의 방향이다’ 일수도 있겠지만 저는 최종적인 마일스톤이 산업에 걸려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다음이 전 세계가 잘 사는 것이고요. 역으로 ‘전 세계가 잘 살려면 내가 속해 있는 산업이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고 산업 안의 주요 기업들이 애쓰고 있고 우리도 그 흐름에 편승해 있기 때문에 잘 될 거다.’라고 생각하면 마인드 컨트롤 하기는 좀 쉬워지는 것 같아요. 

 오히려 주가가 오르고 있는 상황에서는 이미 트렌드라고 하는 큰 바람을 타고 가는 거라 제가 담당자로서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고 봐요. 그냥 ‘IR을 열심히 한다.’ 정도밖에 없는데, 주가가 저평가받고 있거나 산업이 침체기에 접어들었을 때 오히려 내부를 더 자세히 들여다보고 고민하게 되고 외부의 변화도 더 세밀하게 체크하게 되는 기회가 된다고 생각해요. 주식시장의 관심이 줄어들고 하락국면에서 고전할 때 더 깊이 있게 회사나 산업에 대해서 스터디할 수 있어요. 그리고 그때 살펴본 데이터를 가지고 IR 포인트를 집어낼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오히려 어떻게 보면 소중한 기회죠. 그렇게 산업이나 회사에 대해 깊이 있게 공부하는 근육을 길러 놓고 경험이 쌓이면 이전에 고생해서 분석하는 것보다는 쉽게 변화요인들을 캐치해 낼 수 있어요. 나만의 데이터북이 있는 거죠. 


Q. 공시하는 분들도 자주 까먹거나 중요한 것들을 정리해 두는 책을 만드셨던 분들이 있어요. 제시님처럼 산업에 대한 데이터들도 정리할 수 있겠군요. 

A. 그럼요. 정말 깨끗하게 잘 정리된 노트는 아니지만 꾸준히 정리하다 보면 이 산업의 성장 스토리가 보이고 그게 쌓이면 나중에 어떻게 되겠다는 감이 생겨요. 특히 IR을 하다 보면 산업이든 회사든 전망치를 많이 말씀하시잖아요. 그런 과정에서도 특정 기관의 정해진 숫자가 아니라 어떤 범위를 줄 수 있게 돼서 더 좋은 것 같아요. 


Q. 가이던스를 범위로 많이 주시나 봐요? 

A. 아무래도 특정 숫자가 정해져 있으면 미달하든 초과하든 리스크가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내부적으로 100억 이익이 날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에도 IR 할 때는 90에서 100억대 초반이라고 얘기해요. 이게 환율의 영향도 있고 경영 활동에 변수가 없진 않으니까요. 특히 애널리스트들이나 투자자들이 이렇게 범위를 줘서 얘기했을 때 자체적으로 해석하고 자기들의 로직에 해당하는지 아닌지를 볼 수 있기 때문에 오히려 더 풍부한 의견을 낸다고 생각해요. 저도 부담이 줄어들고요. 


Q. 마지막으로 오늘 인터뷰를 하시면서 느꼈던 부분이나 하고 싶은 말이 있을까요? 

A. 생각을 조금 더 열어두고 공부하다 보면 어느 순간 나만의 IR 전략이 만들어질 거라고 생각해요. 각자의 자리에서 고군분투하고 있을 IRer 여러분들 모두 파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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