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식사는 무조건 단골 식당에서 하곤 한다.
오늘도 그곳으로 향했다.
우리가 자리 잡고 앉자
사장님은 건너편 탁자에다 예약받은 식사를 준비하고 계셨다.
'여기 예약돼있나 봐요?'
당연한 걸 맨날 묻는 나.
'네 맨날 오는 사람들 있어요.'
바쁜 사장님은 숨 쉬듯 답해주시고 부엌으로 직행하신다.
꽈리고추볶음, 겉절이, 콩나물 무침, 감자조림, 미역줄거리에다 조미김까지.
군침 도는 반찬 곁으로 보글보글 끓는
김치찌개 뚝배기가 각각 놓였다.
2 인상이다.
잠시 후 식당문이 열리자 한 사람이 들어왔다.
뚝배기 앞으로 앉아 찌개를 휘저었다.
그리곤 김치찌개 속 돼지고기 덩어리를 반대편 뚝배기로 옮기기 시작했다.
하나 둘 셋넷...
아저씨의 '고기 이사'는 계속되었다.
하이고 거참 6000원짜리 찌개에 고기가 많기도 했다.
이어서 일행이 들어와 고기 잔뜩인 김치찌개를
숟가락으로 휘저었다.
찌개가 뜨거워도 아랑곳하지 않고 후루룩 들이키는 것이
꽤나 배가 고팠던 모양이다.
옆 테이블에 새로 앉은 아주머니는 김밥과 쫄면을 주문하셨는데
사장님이 김밥을 말아서 테이블로 오시면서
'단무지 쪼끔 넣었어. 안 좋아하잖아.'
아주머니가 사장님과 눈 마주치며 찡긋 웃는다.
고기 뺀 김치찌개를 먹던 아저씨가 사장님을 부른다.
'맞춤식으로 돼요? 그럼 담엔 김치찌개에 두부 좀 빼줘요.'
'아 참 되게 까다롭게 구네. 담엔 고기까지 죄 빼버려요?'
'아니 고기는 넣어 주셔야지~ 왜냐면 물에 헹궈서 우리 '행순이' 주면 되거든요.'
'아니 아들 고기 잘 먹는데 아들을 줘야지, 왜 강아지를 줘요?'
'아니 쟤는 그만 먹어도 돼요.'
'아니 사람이 먼저지 강아지가 먼저야?'
'강아지가 먼 전가 봐요.
우리 마누라가 오늘 아침에 고기를 삶아서 도시락을 싸주더라고요.
난 그게 내 건 줄 알았지. 참 나.
행순이랑 나랑 들어오면 선풍기도 행순이 먼저 쐬주고. 강아지가 혓바닥을 내밀고 숨을 쉬니까 더 더워 보이는 건지 원.'
아저씨의 뜬금없는 강아지 얘기는 계속 이어졌다.
아들의 찌개에 '고기 이사'를 계속하시던 아저씨를 목격했기에
아들에게 고기를 주라는 사장님의 얘기는
하기 좋은 강아지 얘기가로 답하는 아저씨
강아지 타령이 왠지 정겨운 아들 사랑이야기로만 들린다.
이것이 남자의 대화법인가!
아버지의 대화법인가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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