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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온 Apr 16. 2024

메타인지의 함정

<메타인지, 생각의 기술>을 읽고


메타인지, 생각의 기술 

제목에서 감지할 수 있는 것은 메타인지를 하나의 스킬로 인식하고 있음이다


그러나 메타인지는 인간의 본능적 인지 방식이자 고유역량이지 선택적 스킬이 아니다 

메타인지, 선택하고 습관화하는 것인가 아니면 발휘하고 강화하는 것인가. 

메타인지를 바라보는 관점의 차이가 실제 메타인지의 성패를 결정하게 될 것이다


책 <인간의 학습법>은 메타인지를 인간 고유역량의 사이비라고 신랄하게 비판한다. 

인간 특유의 메타 역량을 고작 자신이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을 구별하는 '노왓(Know-what)' 차원에 가둔 게 바로 메타인지라는 개념이기 때문이다 

좋은 성적, 좋은 성과에 갇혀 정작 자신의 고유역량을 외면하는 현실을 메타인지가 더욱 공고히 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럼에도 메타인지를 말하는 이 책을 읽는 이유는 메타인지를 말하는 사람들의 진심을 믿기 때문이다 

메타인지를 말하는 사람만큼 AI 시대에 인간의 성장과 역할에 대해 절박하게 고민하는 사람도 드물 것이므로..

어차피 세상에 완벽한 지식은 없고 책 속의 함정을 찾는 것이야말로 효과적인 독서법이기도 하다  

그러니 사람들의 많은 관심을 받는 메타인지의 함정을 알기 위해서라도 이 책을 선택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책을 보면 저자는 메타인지를 철저하게 업무의 영역에서 펼쳐 놓는다.

직장에서 더 나은 성과를 낼 수 있는 유능한 인재가 되기 위해 메타인지를 활용하는 구체적인 방법을 안내한다

낮은 실적, 낮은 평가에 고민하고 있던 직장인이라면 자신의 업무 방식을 돌아보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적어도 당장 실천해 볼만한 개선 방안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저자는 메타인지의 요소를 메타인지적 인식, 메타인지적 컨트롤, 사회적 메타인지 이렇게 세 가지로 분류하고 그 하위 요소 역시 각각 세 가지씩 할당한다


-메타인지적 인식 : 노왓(Know-what), 노와이(Know-why) 노하우(Know-how), 노웬(Know-when) 노웨어(Know-where)

-메타인지적 컨트롤 : 계획, 모니터링, 평가

-사회적 메타인지 : 상대방 의도파악, 인지흐름센싱, 반응예측


여기서도 어김없이 메타인지의 정의에 부합하는 '노왓'이 제일 먼저 등장한다 

'무엇을 알고 모르는지 아는 것'이라는 메타인지의 정의에서 벗어나는 것이 정말 시급해 보인다


문제 해결과 문제 정의는 구별될 필요가 있다 

메타인지의 진면모는 문제 정의에 관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메타인지는 현상에서 벗어나 초월적 시야에서 전체적인 방향성을 파악하고 어디로 가야 하는지를 아는 것이다 


이 책 역시 문제 정의의 중요성을 충분히 강조한다 

세계 종말에 앞서 세계를 구할 시간이 딱 한 시간이 주어진다면 어떻게 하겠느냐는 질문에 아인슈타인은 “문제가 무엇인지를 규정하는데 55분을 쓰고 해결책을 찾는데 나머지 5분을 쓰겠습니다”라고 답했다는 일화를 소개하기도 한다 


노왓이 메타인지로 인식된 배경은 애초에 문제가 주어지는 학습 환경에서 실험되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뭘 아는지 모르는지가 중요한 교육 현장 말이다 

따라서 노왓에 너무 집중하면 인간은 오답풀이 외엔 할게 없어진다

사실 저자가 분류한 노왓을 포함한 '메타인지적 인식'은 메타인지보다는 문제 해결력에 더 가깝다 

진정한 메타인지는 스스로 문제를 찾아내는 사고력이며, 문제를 전제로 한 노왓이 강조될수록 메타인지는 오히려 억압될 수밖에 없다 


인간은 인과관계의 흐름을 역행하여 생각할 수 있는 유일한 존재이다 즉, 결과에서 또 다른 결과로 흘러 가버리지 않고 그 흐름을 거슬러 애초의 원인을 묻고 현재의 결과를 점검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것이 진정한 메타인지적 역량이다 


저자는 메타인지를 실천하여 성공을 거머쥔 사람이다. 

책을 보면 저자를 남다른 능력자로 만든 힘은 저자가 말한 메타인지의 구성요소라기보다는 높은 관점에서 방향성을 파악하는 진정한 메타역량이었음을 알 수 있다 

업무의 이유, 회의의 목적, 상대방의 의도와 같이 근본적인 업무 방향성을 파악하고 그에 부합하게 자신이 할 일을 정의하고 실천했던 것이 그의 성공의 비결이었다 

저자가 말한 메타인지의 구성요소들은 그렇게 정의된 방향성에 따른 실천법에 가까워 보인다  즉, 정의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인 셈이다 


책은 “많은 직장인들이 질문하는 법을 잊었다 그러나 메타인지를 강화하는 첫걸음은 핵심질문을 정의하는 연습이다 AI시대에는 본질적 고민 없이 그저 일만 하는 것은 AI가 더 경제적인 방식으로 잘할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메타인지의 핵심을 짚어내고 있다

그리고 문제정의 훈련법으로 “업무가 나오게 된 배경이 무엇인가 / 문제가 무엇인가 / 문제를 명확히 정의한다”를 제시한다 


이처럼 문제를 정의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저자는 잘 알고 있으며 충분히 강조한다

그럼에도 노왓이라는 메타인지 정의는 저자의 메시지를 계속해서 불분명하게 만드는 장애물이 된다 

문제 정의와 문제 해결을 구분하지 않고 메타인지 강화법으로서 트리 구조화와 레벨링을 제안하는 것도 노왓의 한계 때문일 것이다 



인간은 동기부여가 안 되면 성과를 내기 어려운 존재이다 

동기는 왜?라는 질문이 해결되어야 생긴다 이것이 인간만의 진정한 메타인지이다. 

이유와 목적이 불분명한데 대체 무엇을 위하여 노왓을 분석할 것인가 

자신이 궁금한 것 관심 있는 것을 질문할 수 있을 때 인간은 비로소 신이 난다 

자신의 질문을 정의하는 것이 메타인지이며 이는 설레는 항해와도 같은 작업이다 


만일 재미없고 뭔가를 훈련하여 억지로 습관화해야 한다면 그것은 인간의 본능적 메타인지에서 멀어진 것이다 

문제 정의가 축소되고 노왓과 같은 문제 해결 과정이 강조되는 메타인지는 허구이며 고통이다 

무엇을 알고 모르는지 알아내기 위해 대상을 매번 트리구조로 구조화하고 이런 방식을 습관화하는 것은 결코 인간답지 않다 


인간의 생각은 어떤 틀에 가둘 수 있는 것이 아니며 이런 방식은  아주 실수가 많은 사람을 제외하고는 효과를 보기도 어렵다 메타인지를 가진 사람에게는 불필요한 장벽에 불과하다 

인간의 생각은 컴퓨터 알고리즘처럼 단계적으로 진행되는 것이 아니다  컴퓨터가 데이터를 다루는 방식처럼 어떤 한계를 설정하지도 않는다  


인간의 메타인지를 위한 프레임워크는 원인 분석과 방향성 탐구라는 사이클 외에는 없다 


물론 이 책은 업무적 관점에서 메타인지를 정의한다는 한계를 분명히 언급한다 

직장은 이미 추구하는 목적이 명확한 곳이다 또한 시행착오를 환영하지 않는다

따라서 메타인지를 문제해결력과 동일시하게 됨을 이해할 수 있다  문제 정의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도 문제 정의 자체가 메타인지임을 크게 조명하지도 않는 것도 마찬가지다 


이 책은 그러한 직장의 한계 속에서 메타인지를 문제 해결에 활용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현실적이고 유용한 조언이 아닐까 싶다


다만, 우리는 어디에서 무슨 일을 하든 메타역량을 통해서 자신만의 문제를 찾는 존재라는 점을 기억하고 실천한다면 훨씬 재미있고 의미 있게 자신의 일을 해나갈 수 있을 것이다

                                                   






사진: UnsplashJairo Gonzale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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